물은 형태가 없습니다. 받쳐주는 강바닥과 중력으로 평평하고 네모 반듯한 모습을 뛸 뿐이지요. 때문에 담기는 용기나 자연의 형태에 따라 물은 그 모양을 변화 시킵니다. 물은 사람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경이라는 용기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는 사람 말이에요. 아, 제가 말하는 '사람' 이라는 말은 '정체성' 이나 '인격'으로 바꿔 생각해도 좋겠네요. 사실 그것이 그 사람을 대표 하는 가장 근본적인 것들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어떤 물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옛날옛날에 어떤 물이 살고 있었어요. 그 물은 엄마격인 큰 지류에서 빠져나와 독자적인 지류가 되기를 바라던 물이었습니다. 그 물은 큰 지류를 싫어했어요. 이유는 묻지 맙시다 ㅋㅋ 이것은 물의 프라이버시니까요. 그렇게 세월과 함께 흐르던 물은 어느새 자신이 큰 지류로 부터 벗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어요. 큰 지류로 부터 생물서식환경, 자갈과 암석의 형태, 강바닥에 흙 종류까지 큰 지류를 꼭 빼닮아 버렸기 때문이에요. 그 사실을 깨달은 물은 슬퍼했습니다. 하지만 어쩔수 없었어요. 바꿀수 있는것이 있다면 바꿀수 없는 것도 존재하기 마련이죠. 엄마 지류로 부터 물려받은 것들은 바꿀수 없는 것들이 태반이었어요. 그래서 체념한 물은 그저 세월과 함께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물은 한 여인을 만났습니다. 해질녘 강가에 나와 지그시 강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던 여인이었습니다. 서산이 붉은 빛 일색으로 바뀌는 시간, 약간은 쌀쌀해 보이는 저녁노을을 받으며 여인은 발목을 강가에 살짝 담궈 보았습니다. 여인은 썩 시원하고 개운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주 그 물을 찾아왔습니다. 하루는 그 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고 웃는 표정을 연습했고, 또 하루는 강을 바라보며 그저 펑펑 울었습니다. 물은 그 여인이 꼭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원했어요. 자신을 담아달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여인은 물을 담아가지 않았습니다. 그 여인은 과거에 자신의 꽃병에 다른 물을 퍼간적이 있었어요. 고인 물은 썩는다는 진리가 있지요. 단순히 고여 있었다는 원인 외에 다른 여러 원인들도 작용해 여인은 그 물을 결국 버리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여인은 두려웠어요. 이번에는 이 물을 버리지 않고 잘 담아둘 수 있을까? 하고 말이에요. 결국 여인은 강가에 나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영문도 모른채 버려진 물은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되짚어 봤어요.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었네요. 수질도 좋지 않고 수온도 여인이 좋아할 만한 온도는 아니었지요. 그래서 물은 자신을 바꿔나가려 했어요. 정작 중요한 여인의 문제점은 깨닫지 못한채 말이지요. 물은 형태를 잘 바꾸는 속성이 있으니까 쉬울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어요. 환경의 변화없이 물 자체가 형태를 바꾼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물은 또 슬퍼했어요. 그리고 또 세월과 함께 흘러가려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자신을 변화시키며 흘러가다 보면 언젠가는 바다에 닿아 염분을 갖게 되고 또 언젠가는 증발해서 비구름이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바다생물들이 살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기도 하고 가뭄끝에 말라비틀어진 황야에 생명을 불어 넣을 수도 있겠네요.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켜나가는 모든 물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