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고 해버린 행동은 돌이킬 수 없다.
적든 많든, 후회가 많은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산지 수십년이 되었지만 조심성없이 또 후회할 행동을 한 내 자신이 참 멍청하게 느껴진다.
잠자리에 누워 덮은 이불의 무게가 오늘의 후회처럼 느껴져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앉았다.
뜬 눈으로 고민하며 밤을 새울 것 같아서 그런 김에 글이나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이 행동 마저 내일 아침이면 분명 후회할 것이다.
고민을 나눠줄 친구들은 멀리에 있고, 직장동료와 나누기엔 무언가 서먹한 그 어떤 것들이 자꾸 마음 속에 걸려서.
그래도 여기라면 내가 무슨 뻘짓을 하더라도 내가 나인지 모를테니까 라는 마음으로 이렇게 자판을 친다.
평소에 불만이 생기면 그 것을 표현하는게 거리낌이 없는데 항상 그를 표현하고 혼자 집에 와서 후회에 빠진다.
오늘도 그렇다. 그저 작은 불만이 생겼을 뿐이고, 나는 그걸 표현했을 뿐이다.
아마 그렇게 심각하진 않았으리라. 그렇게 생각한다.
그저 주인의 손을 살짝 깨물고는 안절부절 못하는 개와 같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 것은 내가 느낀 불만이 나의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의 불만으로 바뀌는 것이 걱정되어서 인 것 같다.
어려운 얘기는 아니었다. 그냥 나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순수한 호기심이었을 수도 있고,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다.
그럼 딱 그 정도로만 답을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왜 나는 거기에 이상한 무언가 하나를 더 얹어서 돌려줬을까.
그렇게 줘놓고. 이렇게 후회할 것을 그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후회할 짓을 하는 당시에는 그게 후회로 남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한다.
후회의 특성이 그러할 것이다. 후회는 항상 뒤에 온다.
후회는 인생의 그림자와 같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림자 처럼. 강철같은 다짐 뒤에도 후회는 항상 따라붙을 것이다.
어쩌면 밤이라는 것은 세상 모든 존재의 후회가 모여서 생겨난 것이 아닐까.
마치 의식처럼, 해가 지는 순간 모두가 각자의 후회를 하늘에 뿌려놓듯이.
어제보다 조금 더 쓴 맛이 나는 오늘의 후회는 이만 접어둬야 할 것 같다.
어차피 내일도 맛 볼 후회라면,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덜 썼으면 좋겠다고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