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대구경북입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두 달 가까이 코로나19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소중한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아직도 하루하루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마음은 무겁고 불안과 고통은 커집니다. 전국의 산과 들엔 봄꽃이 피었건만 지하철과 거리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굳게 입을 다문 침묵이 무겁게 흐릅니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 토닥토닥하는 즐거운 시끄러움이 소망스럽고 그리워집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하루하루 늘어가는 확진자 수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저의 뿌리가 경북 의성이라서 더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 서문시장이 사상 처음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자가 격리되는 바람에 노모의 임종을 못 지켰다는 어느 분의 소식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왜 하필이면 대구경북인가 하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렇지만 대구경북 분들의 대처는 남달랐습니다.
마스크 공급이 타 지역보다 절박한 상황이면서도 참을성 있게 줄을 서고, 수많은 감염 환자들을 수용하고 치료하는 데 반대하며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대구를 취재했던 미국 ABC방송의 이언 패널(Ian Pannell) 기자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 대구경북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이 버티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대구경북인들은 삶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구에 계신 부모님을 걱정해 타 지역에 사는 자녀들이 자기 집으로 모시려 해도 "대구에는 얼씬도 하지 마래이. 나도 안간데이"라며 묵묵히 대구를 지키는 분들….
기사를 읽고 마음속이 뜨거워졌습니다. 우리가 "대구경북 힘내라!"고 응원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대구경북이 부산을, 대한민국을 온 몸으로 응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별은 밤이 깊고 어두울수록 비로소 더 밝게 빛난다고 했던가요? 대구경북은 6·25때 낙동강 전선의 보루였고, 조국 근대화를 이끈 인재들을 많이 배출한 대한민국의 저력이 있는 고장입니다. 그런 자존심과 자부심, 문화적 저력이 이런 시련기에 더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지요. 대구경북 분들이 큰 고통 속에서 미국의 언론도 감동할 정도로 의연하게 잘 버텨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다행히 대구경북에서 서서히 안정화되고 있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대구에 상주하며 코로나19 대응 지휘를 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전국에서 대구로 달려가 주신 의료진들, 대구경북 힘내라고 많은 성원을 해주신 국민께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부산시민들도 대구경북이 외롭지 않도록 그 고통을 모두의 아픔으로 품어 안았습니다. 대구의 중증 환자들을 수용하여 치료했습니다. 병상 부족 문제를 겪는 대구에 병상을 제공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안전과 생명에는 경계가 없다고 믿습니다.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여 마셔봅니다. 깨끗하고 맑은 시원한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옵니다. 온 국민이 마스크를 벗고 맑은 공기를 함께 호흡하면서 거리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시장과 동네 가게마다 웃음꽃을 피우는 소중한 일상을 하루라도 빨리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대구경북민 여러분, 오히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힘내세요. 부산이 함께 하겠습니다.
출처 | 대구 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