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대개 돌멩이 하나 밀지 않는다. 바람은 벽을 만나면 흩어지고 물길을 따르다가 어느 세 갈대를 스쳐간다. 바람은 거세게 몰아치다 몰아치다가도 뜬금없이 조용해진다. 바람은 가끔 무게를 가늠하기 애매한 것을 쥐고선, 예를 들어서 먼지나 비닐봉지를 따위를 싣고 쌩쌩 달리다가 힘아리가 없어 금세 놓아버린다. 바람은 그 성격이 바람맞다. 언제 불어온지도 언제 불어 갔는지도 모른다. 바람을 따라갔던 메아리는 거창하게 사라지고 바람만 돌아온다. 바람을 붙잡을 바에는 모래를 쥐고 있는 것이 낫다. 바람을 두려워하는 것은 어리석다. 정말 무서운 것은 바람을 따라가는 것들이다. 바람을 따라가는 것은 신나는 일이지만 바람을 따라가다간 어디에 처박힐지 모른다. 확실한 건 바람 타고 갔다가 바람 타고 제자리로 돌아올 일 없는 것. 산을 오르다 바람이 등을 밀어준다고 등을 맡겨선 안 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바람은 힘아리가 없고 성격도 바람맞다. 고수는 바람을 막아서 상대하고 천재는 맞바람으로 상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