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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소설]때로는 행복을 위한 불행도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893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절씨구베이베
추천 : 1
조회수 : 4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0/02/03 13: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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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자존감 소설]때로는 행복을 위한 불행도 있다

여성은 노인에게 큰 목소리로 질문했다.

여성 : 어르신께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용기내서 질문 드립니다. 전 얼마 전까지 작은 가게를 하고 있었습니다. 크게 잘난 사람은 아니지만 성실한 남자와 결혼을 했고, 예쁜 딸을 낳았습니다. 처음에는 결혼 생활이 마냥 좋기만 했는데, 경제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니 남편과 자주 다투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데 좋은 것도 많이 해주지 못했고, 남들이 다 보내는 곳도 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생활전선에 뛰어들기로 했고, 가게를 시작했습니다.

노인 : 그래, 용기 있는 여성이구먼. 그래서 문제는 뭔가?

여성 : 그런데 제가 일을 시작한 후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적어졌습니다. 제가 일을 하는 동안 아이를 다른 곳에 맡길 수밖에 없었고, 늦은 시간에 퇴근하면 아이는 저에게 일을 안 하면 안 되냐고 칭얼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점점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제가 출근하는 시간이면 울면서 매달리기도 했습니다.

노인 : 엄마와 떨어지면 분리불안을 느끼는 아이들이 있지. 아직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시작해서 그래. 

여성 :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죄책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출근하면 아이가 눈에 밟혀 일이 안 되는 날도 있었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좋은 것들을 해주고 싶어서 일을 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 가게 주변에 다른 더 큰 상점들이 생기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결국 가게 월세를 낼 돈도 없어서 문을 닫고 말았고요. 

노인 :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해주기 위해 일을 시작했고, 하지만 아이는 엄마와 떨어져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가게를 닫아야 했단 말이지. 상황은 이해가 되네. 그래서 묻고 싶은 건 무엇인가?

여성 : 지금 죄책감과 분노에 미칠 것 같습니다. 제가 다른 곳에 자리를 잡았다면 망하지 않았을까요? 주변에 상점이 들어지지 않았다면 괜찮았을까요? 남편도 반대했고, 아이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했던 일입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미안합니다. 아이에게는 더 미안합니다. 너무 미안하고 화가 나서 고개를 들 수 없고, 차라리 죽어버릴 생각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불행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노인 : 오히려 묻고 싶은 것이 있네. 가게는 망했다고 하지만, 남편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나? 더 안 좋아졌나?

여성 : 아니요. 남편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더 좋다고 합니다.

노인 : 아이는? 아이는 더 불안해하는가? 엄마의 가게가 망해서 아이도 엄마처럼 쓰러져 울고 있는가?

여성 :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 앞에선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제가 함께 있어주는 시간이 많아지니, 아이도 더 밝아졌습니다.

노인 : 지금 불행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상황이 되면 자네가 불행에서 벗어났다는 걸 알 수 있겠나?

여성 : ... 잘 모르겠습니다.

노인 : 그래서 자네가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야?

여성 : 예? 저에게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그럼 무슨 노력을 해야 할까요? 어떤 노력이든 다 해보겠습니다.

노인 : 노력을 하기 이전에 가게가 망한 것에 고마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여성 : 어떤 말씀이신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노인 : 만약 지금도 가게가 잘되고 있다면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어떻게 되었을 것 같나? 늘었을까, 더 줄었을까?

여성 : 더 줄었을 것 같습니다.

노인 :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여성 :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줄었을 것 같습니다. 주말에도 출근을 했고, 아니 주말이면 더 바쁘게 일을 했거든요.

노인 : 그럼 가게가 잘 되면 남편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 것 같나? 아이의 불안은 어떻게 되었을 것 같나?

여성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노인이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아이 때문에 일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아이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졌다. 결국 아이를 위했다는 일이 아이를 불안하게 한 것이다. 바쁘게 생활하며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없었던 탓에 남편과 소원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폐업 이후 남편과도 가까워졌고 아이도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노인 : 불행한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부정적 상황에 집착하고 주변을 둘러보지 않는다네. 그리고 주변에 행복이 있어도 보려 하지 않아. 훌륭한 집에 살고 있지만 조금 쌓인 먼지에 집착하며 성질을 피우는 결벽증 환자들처럼 말이야.

여성 : 제가 지금 그렇다는 말씀이시지요? 

노인 : 그렇다네. 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은 달라. 전쟁터에서도 피어나는 꽃 한 송이를 보려 하는 사람들이야. 지금 가게가 문을 닫아 자네 주변에 새로운 꽃이 피어올랐네. 남편과 아이의 안정 말이야. 그 꽃들이 어떤가? 미운가?

여성 : 그렇지 않습니다. 전 남편을 사랑하고, 아이가 더 밝게 웃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노인 : 그래, 맞아. 그런데 왜 폐업을 했다고 불행해야 하느냐는 말일세. 만약 종교가 있다면 자네가 믿는 신에게 감사 기도를 하게. “가게를 망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이야. 덕분에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지 않았나.

여성 : 하지만 가게가 잘 되었다면 좋지 않았을까요?

노인 : 그럼 아이는 더 불안해졌을지도 모르고, 남편은 바람이 났을지도 모르지. 엄마와 아내가 곁에 없으면 꼭 문제가 발생하는 법이거든. 이걸 원했는가?

여성 : 그렇지는 않습니다.

노인 : 욕심 부리지마. 이미 벌어진 상황을 되돌리려는 건 망상에 가까운 욕심이야. 욕심낸다고 과거가 바뀌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니 이제는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심지어 내가 불행이란 생각했던 상황 속에서도 감사한 걸 찾으며 사는 거야. 그럼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알겠는가?

노인은 마지막 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리 떠나려는 채비를 마치고 식당 밖으로 나갔다. 떠나는 노인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눈물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노인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말없이 담담하게 가던 길로 향했다.
출처 내 블로그
https://blog.naver.com/addictherapy/22179459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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