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기 전에(아꼬박, 190312)
거짓말은 하지 않을게. 너를 만나서 늘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너와 헤어지고 나는 불행했어. 밥을 넘기지 못했고, 잠을 자지 못했고, 매일같이 술을 마셨어. 너와 갔던 곳은 지나치지도 못했어. 눈 닿는 어디에나 네가 있었거든. 네가, 없었거든.
솔직해질게. 오랜 연인이었던 네가 사라지고 얼마간 불행했어. 밥 생각이 없었고, 한참을 뒤척여서야 잠에 들었고, 생각날 때마다 술을 마셨어. 너랑 갔던 곳은 되도록 피했어. 어디선가 네가 나타날 것 같아서. 네 곁에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닐 거여서.
그냥, 말할게. 네가 내 인생에서 없어지고 나서야 행복을 알았어. 밥이 고소해졌고, 잠이 달콤해졌고, 함께 마시는 술도 괜찮다는 걸 깨달았어. 이제는 어디나 갈 수 있어. 어디선가 네가 나타나도, 무심코 떠올라버려도 추억으로 넘길 수 있어.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 날 한 번이라도 사랑했다면, 그 말 한마디는 해야 했어. 한숨을 내쉬는 게 아니라, 고개를 돌리는 게 아니라, 말없이 뒤돌아 가는 게 아니라, 그 한마디.
미안하다, 고.
이젠 그것도 상관없어.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다가 문득, 비어 있는 앞자리를 보고 생각했어. 그렇구나, 앞으로 너를 사랑할 일은 없겠구나.
그래, 사랑했구나.
행복할 수 있어.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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