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내렸어야할 마음이었다(아꼬박, 190510)
종로를 지난다. 버스의 흔들리는 창문 너머로, 봄 옷과 여름 옷들로 복작한 거리에 햇살이 찬란하다. 햇살에, 하품이 나온다. 입을 닫는다.
나쁘지 않다. 사거리 거리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풍경들을 눈에 담았다, 감았다, 뜬다. 어제 산책길에 배가 터져 내장이 흘러나오는 쥐의 시체를 봤다. 비슷한 기분이다. 눈에 담았다, 감았다, 뜬다.빨간 불. 버스가 멈춘다. 기억은 지나간다. 갈피 없이 마음이 흘러간다. 터져버린 쥐의 눈알에서, 꾸덕한 체액이 새어나온다. 이 곳에, 너의 집으로 가던 버스가 있었다. 수지가 맞지 않아 지금은 운행을 멈췄다고 들었다. 설렘이 사라졌다는 너 또한, 마음을 멈췄다. 버스가, 간다.진작 내렸어야할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