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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머리로 하는걸까?
게시물ID : humordata_18467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대대학
추천 : 10/9
조회수 : 4093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20/01/06 02:48:22
과연 공부는 머리로 하는걸까요?
베스트에 있는 글을 보니
80%가 유전자 영향이다...
흠...
솔직히 공부 한가닥 해본 입장에서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 이야기 한번 해드리겠습니다.
대학은 재수 했고
공인회계사 시험 이차시험만 5번 봤습니다.
6년 가까이 공부해서 합격했어요.
심지어 대학원까지 나왔으니 공부는 꽤 오래한 편이죠.
제 경험 하나 말씀드릴께요.
전 제가 머리가 굉장히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그랬냐고요?
수능 공부 할때만 해도 그냥 쉽게 됬으니까요.
언어영역(지금은 국어인가요?)은 공부 하지도 않는데 항상 1등급이었고
외국어는 단어만 좀 외워주면 그냥 1등급이 나왔어요.
수리 때문에 재수를 해기는 했지만
재수 때 수리영역만 파서 대학 괜찮게 갔습니다.
제 머리에 대한 믿음은 더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수업도 남들보다 빠르게 이해했고
다들 저에게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크게 노력하지도 않은것 같은데 과탑은 아니지만
성적 장학도 받아봤습니다.
아주 의기양양했죠.
크게 노력하지 않았는데 나쁘지 않은 대학 경영학과 가서
성적도 괜찮고 졸업전에
뭐 대충 공인회계사 따서 편히 살아야지
하면서 쉬운 마음으로 회계사 시험 준비 했습니다.
정말 편한 마음으로 시작했고
공인회계사학원 봄 종합반 등록해서
만 1년만에 회계사 1차 합격했습니다.
학원에서도 강의가 너무 쉽게 이해가 됬고
다 쉬운듯했어요.
근데 첫번째 이차시험에서 4과목이 떨어지고
다음 이차시험에서 유예탈락하고
다시 일차를 보고 이차를 두번보고 유예탈락
그리고 일차를 다시보고 이차시험 동차합격했습니다.
무려 6년 가까운 시간을 공부만했어요.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살면서 시험에서 이렇게 진상떨어본 기억이 없는데
평균보다 오랜시간 공부를 했어요.
왜그랬을까요?
저는 제 머리에 대한 믿음이 이 모든 사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머리를 믿고 남들보다 열심히 하지 않았고
비교적 쉬운 시험인 수능 또는 대학 중간기말까지는 이런 방법이 통했지만
더욱 상위 시험인 회계사 시험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던거지요.
혹자는 니가 머리가 회계사 급으로 좋지 않아서 그런거 아니냐 하겠지만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저랑 회계사 공부를 같이 한 학원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 회계사가 되지 못하고 포기했지만
된 친구들 보면 과연 시험이란게 머리로 되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저랑 같이 학원을 다니던 친구 중에
대학도 좋지 않고 강의를 들어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정말 정말 열심히 했어요.
이해가 안되니까 남들보다 더 열심히 했고
화장실 갈때도 밥먹을 때도 책을 들고 있던 친구였는데
첫번째 일차 시험이 떨어지더라고요.
저는 혼자 정말 열심히 하는데 머리가 안되서 안타깝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참 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꼴사나운 생각인지...
그 친구 다음해에 일차시험 합격하고 첫번째 이차시험에서 3개 합격하고 두번째 이차시험에 나머지 합격해서
저보다 2년 먼저 회계사가 되었습니다.
이런 친구가 주변에 너무 많아요 ㅋㅋㅋ
저보다 머리가 안좋다고 무시하던 친구들이 다 저보다 먼저 되서 나갔어요...
서울대 출신들 의기양양하게 회계사 시험 시작했다가 일차시험 광탈하고
회계사 포기하고 취업하는 사람들도 무지 많이 봤는데...
대학도 별로고
이해가 느리고 암기 오래걸리던 친구들이 저보다 먼저 되서
나가는 걸보고 깨달았습니다.
결국 공부는 머리가 아니고 엉덩이로 하는거구나...
엉덩이 무거운 놈이 결국 이긴다...라는 것을요.
그럼 깨달음을 얻었음에도 무의식적으로 제 머리를 믿고
엉덩이 붙이고 공부하는 재능이 없던 저는 장수를 하는 결과가 나오죠 ㅎㅎㅎ

결론을 말씀드리면
공부에서 머리는 중요합니다.
딱 두가지 케이스에서만요.
머리가 천재수준으로 좋아서 범접할 수 없는 케이스
머리가 정말 공부에 맞지 않아서 아무리해도 답이 안나오는 케이스
이 두가지 케이스가 아니라면
엉덩이 의자에 붙이고 열심히 하는 놈이 결국 이깁니다.
수능은 난이도가 높은 시험은 아니지만
19살 또는 20대초반이 대부분인
비교적 어린나이에 보는 시험이라는 특성 때문에
비교적 정말 열심히 하는 케이스가 많지 않아서
머리에 영향이 크게 보이는 착시가 있는겁니다.
(수능공부 하시는 분들 비하하는게 아닙니다.)
근데 더 상위시험 행시, 외시, 변리사, 회계사 등등은
열심히 하는 친구들 정말 살벌하게 합니다.
안하는 친구들은 정말 안하고요.
여기도 머리가 좋은 친구들이 잘되긴 하지만
열심히 하지 않으면 되는 경우가 사실상 겨의 없습니다.

타고난 재능...
아주 중요하죠...
근데 타고났다해도 사용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자는
결코 노력하는 사람보다 못하다는게 제 결론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또 다른 재능이라고 생각이됩니다.
왜냐면 제가 잘 못하는 부분이거든요.
혹시 머리가 조금 부족하다고 포기하시려는 분들
자기 자신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과연 내 머리를 탓할 만큼 내가 열심히 했는지
정말 후회없이 열심히 해서 탓할게 내 머리 밖에 없다면
누구도 뭐라 못하겠지만
아니라면 다시 생각해보셔야 할거에요.
내 머리 때문에 아니라 노력이 부족한거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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