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삼국통일에 관한 글을 보면서 문득 떠올라 글을 씁니다.
중,고교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우면서 자연스레 박히는 인식 중 하나가 "삼국시대를 하나로 묶어서 생각한다." 인데 다른 역게분들 생각이 어떠신지?
저도 당연히 삼국을 묶어서 배우니 삼국이 서로를 별개의 국가일 수 있단 생각을 전혀 안했는데 대학 와서 교수님이 이 인식에 자극을 주셨습니다.
"발해사 논쟁에서 과연 발해를 우리 역사로 넣을 수 있는가?"라는 밖에서 했다간 돌 맞을, 학문적 토론이 기반인 강의실 안에서나 가능한 주제로 고대사 전공 교수님이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및 다른 외국의 학설들을 쭉 나열하며 이러한 의견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죠.
의견들을 강의하고 이걸 보고 너희들도 한번쯤 생각해봐라는 흐름이었음.
그런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뇌리에 박힌게 발해사를 우리 역사로 넣으려면 기본적으로 민족적 동질감이 존재했는가도 중요한데 과연 시기상 고대인 삼국시대, 남북국 시대에 동족이라는 동질적 유대감이 존재했는가? 라고 화두를 던지셨습니다.
민족(民族)이라는 개념이 나타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단건 알았지만 삼국시대는 너무나 당연하게 무의식적으로 하나로 생각하고 있었죠.
역사를 제대로 공부할 때 굉장히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당대의 관점이 아닌 지금 현대의 관점을 과거에 적용하여 해석하는 실수죠.
이게 참 당연한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죠.
전문적으로 깊이 파고들지 않는 이상 당대의 관점을 완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많은걸 알지 못하는 미흡한 제 개인적인 생각은 삼국이 다들 한민족이라는 동질적 유대감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현대적 관점의 용어라고 생각되는 "애국애족(愛國愛族)"의 관점을 고대사인 삼국시대에 쉽사리 적용해서 삼국은 모두 한민족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요?
고구려, 백제는 국가의 기원상 하나로 엮을 수 있지만 지식을 갖춘 지배층이 아닌 일반 백성들 역시 몇백년이 흐른 뒤에도 한민족이라는 생각을 했을지 의문이 듭니다.
지배층처럼 글을 읽고 배워 깊은 지식을 쌓은 것도 아니며, 착취 안 당하고 자신과 가족들이 편히 먹고 사는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을 고대의 일반 백성들에게 민족적 관념이 존재했을까에 대해선 부정적입니다.
외부 침략에 대한 백성들의 저항 사례를 흔히 애국의 관점으로 바라보는데 이런 저항은 엄밀히 따져보면 왕조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라, 느닷없이 내가 태어나고 자라난 마을로 쳐들어와 파괴하고 약탈하는 것에 대한 적개심과 방어본능이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한반도 안에 위치했던 고구려, 백제, 신라를 속인주의가 아닌 속지주의적 관점에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한민족으로 묶어서 교육시키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 고등학교 교육는 학문적인 전문성을 요구하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이렇게 배우는거라 여겨집니다.
앞서 이야기한 발해사와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도 민족의 개념이 강하게 자리잡은 현 시대상 밖에선 쉽사리 꺼내지 못할 말입니다.
이야기한다 해도 따분하고 어려운 역사 이야기에 재미를 느낄 사람이 적기도 하구요.
그래도 역게는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게시판이고, 밖에서 꺼내기 어려운 이러한 주제도 학문적 차원에서 의견이 오고 가리라 믿기에 역게분들의 의견을 여쭙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