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캐나다 취업의 마지막 관문에 대해서 써 보려고 합니다.
이전 글에서...
일단 이력서(http://todayhumor.com/?bestofbest_236021)와 커버레터(http://todayhumor.com/?bestofbest_236225) 쓰는 법에 대해서 글을 올렸었고, 인터뷰 하는 법(http://todayhumor.com/?bestofbest_181543)에 대해서도 간단히 글을 써 보았습니다.
그럼 이력서, 커버레터 보내서 뽑혀서 1, 2차 인터뷰까지 하면 끝이냐...?
보통 한국에서는 이렇게 인터뷰를 마치면 집에 와서 합격자발표날까지 열심히 전화를 쳐다보거나, 웹페이지 새로고침을 열심히 누르겠죠?
그렇지만, 캐나다 취업과정에서는 인터뷰 후에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자신을 다시 한번 어필하는 거죠...
보통 이 과정은 그냥 선택적사항이라고들 이야기 하지만, 발등에 불 떨어진 구직자 입장으로서는 선택이고 필수고 상관없습니다. 할 건 다 두드려봐야 합니다.
인터뷰 후에 회사에 다시한번 어필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 방법은 그 회사 앞에 가서 무조건 기다리는 겁니다.
보통 회사 정문 바로 옆에서 무릎 꿇고 기다리고들 하는데, 흔히 Knee in front of Firm 이라고 해서 KIFOF, 즉 키포프라고 부릅니다.
회사 근무시간인 9시부터 5시까지 주구장창 하는 지원자들도 있고, 출퇴근시간만 맞추어서 하루에 2~3시간씩 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방석을 갖고 와서 무릎 밑에 대기도 하지만, 이럴 때에는 진정성이 좀 떨어진다고 해서 점수가 약간 깎일 수도 있습니다.
1, 2시간 정도 무릎 꿇는 거야 그럴 수 있다지만, 8~9시간씩 꼼짝없이 무릎꿇고 있을 때에는 감히 일어나지도 못하고, 특히 겨울철에는 몸이 얼어붙기도 해서 퇴근시간에 회사 앞에 앰블런스가 대기하고 있는 광경도 흔치 않은 광경입니다.
이 방법도 때를 잘 맞추어야 하지, 제가 아는 친구는 2주동안 이 키포프를 했는데, 하필이면 그 때 구직담당메니저가 휴가를 떠나 있어서 그야말로 헛심만 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두번째 방법은 인터뷰 후에 인터뷰를 보았던 사람에게 다시 한번 자기를 잘 봐달라고 편지를 보내는 겁니다. 이를 흔히 Thank you letter 또는 Follow-up letter라고 합니다.
요 Thank you letter 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기본포맷을 보자면... Thank you letter는 역시 Business letter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그 형식을 따릅니다.
Cover letter와 똑같이...
자신의 주소, 도시, 주, 우편번호, 전화번호 적고 2칸 띄고, 월-일-년도 적고 다시 2칸 띄고, 상대방의 이름, 직책, 회사, 주소, 도시, 주, 우편번호 적고 다시 1칸 띄고...
내용이 들어갑니다.
Thank you letter의 내용을 적을 때에는 다른 건 다 레드썬으로 잊으시고, 딱 4글자만 기억하면 됩니다.
알 랑 방 귀
다른 건 다 필요없습니다. 나 좀 제발 뽑아 줘... 딸랑딸랑... 요거만 기억하시고 그거에 충실하게 적어주시면 됩니다.
지금 미혼남이시라면 여친 처음 접근했을 때 어떻게 했나를 잘 기억하셔서 쓰시고, 지금 기혼남이시라면... 음... 외박 후에 또는 기념일을 잊었을 때 아내에게 어떻게 했나를 잘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번째 기억해야 할 건... 이름... 요게 은근히 신경쓰입니다.
한국에서 인터뷰어한테 편지를 보낼 때 "김복동 이사" 인데 "김복똥 이사"라고 보냈다면 아마 바로 편지를 찢어버렸을 겁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름의 철자가 틀린다는 건 크나큰 실례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외국이름이라고는 메리, 해피 같은 강아지 이름만 들어봤지, 익숙하지 않으므로 잘 들리지가 않습니다.
우연히 잘 들렸다고 하더라도 스펠링이 확실치 않습니다. 이게 C인지, K인지... J인지, Z인지... S인지, Th인지... 아... 망할 놈의 리스닝...
게다가 여기는 자신의 이름을 줄여서 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Stephen을 Steve, Kimberly를 Kim...등으로...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정말 유치합니다. "난 김성민 부장인데... 그냥 '민'이라고 해..." 랑 비슷합니다.
그나마 캐너디언 이름이면 괜찮습니다. 인도식 이름이나, 우리나라 욕같은 동구권 이름은 정말 멘붕입니다.
들어도 스펠링이 안 떠오르고, 어떤 이름은 자음이 3~4개 연속으로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 끝날 때에는 반드시 인터뷰어에게 비지니스 카드를 요구해야 합니다. 거기 보면 이름이고, 직책이고 다 나와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또 비지니스 카드를 안 갖고 다니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럴 때에는 이름을 요구해야 합니다.
당장 그 자리에서 이름을 알려달라는 건 어렵고, 보통 인터뷰 중에서 인터뷰짱 같은 사람이 끝날 때 회사 정문까지 데려다 줄 경우가 많은데, 이 때 가지고 온 노트에 이름을 써 달라고 하고, 같이 인터뷰했던 사람 이름도 알려달라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중한 Thank you letter가 가능합니다. Thank you letter까지 그냥 Dear Manager, 했다가는 이 놈이 인터뷰에 관심없었구나... 라는 오해받기 쉽상입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이름을 얻으셨으면 일단 'Dear 누구누구'라고 적고 쉼표 또는 콜론...
그리고 본문으로 들어갑니다.
본문은 보통 3~4개의 문단으로 나뉘어집니다.
첫번째 문단은 내가 왜 이 귀한 시간에 이 편지를 쓰고 있나.. 에 대해서 써야 합니다.
즉, "나를 언제, 무슨 포지션에 대해 인터뷰를 해 줘서 고맙다. 니네들 짱이었다..." 이런 식으로 편지 들어가는 문단입니다.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항목이, 언제와 어떤 포지션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만약에 바쁜 인터뷰어라면 내가 언제 무슨 포지션에 지원했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
두번째 또는 두/세번째 문단은 낯뜨거운 알랑방귀의 향연입니다.
나는 정말 이 포지션이 너무너무 좋다... 너무 좋아서 잠도 못 잘 지경이다... 아내와 이 포지션을 바꾸라면 당연히 바꾸겠다... 라는 식으로 열심히 손바닥을 비벼야 합니다.
또한 인터뷰 중에 있었던 대화 중에서 기억에 남았던 대화나 혹시라도 질문에 답을 못했거나, 잘못된 대답을 했을 때 이 곳에 다시 끼워놓아야 합니다.
자신이 올바른 대답을 가지고 있다는 표시도 되지만, 인터뷰어에게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충 여기저기서 가져온 알랑방귀만 베꼈다가는 그냥 그저그런 Thank you Letter로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 중에 있었던 일을 한 두가지 꼭 끼워놓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자신의 능력과 경력에 대해서, 이 일에 얼마나 부합되는 경력인지를 기술해야 합니다.
마지막 문단은 끝맺는 문장입니다. 나 정말 괜찮은 놈이다... 관심있으면 연락해... 라고 연락처를 다시 명시해 놓는 문단입니다.
이렇게 본문을 마치고, 1칸 띄고, Sincerely, 적고, 싸인할 칸 남겨두고, 이름 적고... 그렇게 하면 끝입니다.
그럼 다시 Thank you letter 예제입니다. 자나깨나 소녀시대, 소녀시대 포에버... 소녀시대 메니저 인터뷰에 대한 Thank you letter입니다.
Cover Letter와 Resume 때에도 이야기했지만, 이 형식은 10여년 전 제가 학교 다닐 때 배웠던 포맷입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아무래도 포맷이 좀 변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지만, 캐나다도 못지않게 보수적인 사회라서 그렇게 크게 변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얼마 전에도 이 포맷으로 다시 재취업이 가능했거든요...
영문사직서에 대해서도 질문이 많이 들어오는데요... 영문사직서는 진짜 쉽습니다.
그냥 종이에 핸드라이팅으로... "몇월며칠부로 나 그만둔다." 쓰고 날짜 쓰고 싸인 하면 끝...
그렇지만, 스펠링은 조심해야 합니다. 영문사직서에 잘못된 철자가 있으면 짤릴 수가 있습니다. (엥?)
이상 Thank you letter 작성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어필 방법인 키포프는 물론 농담이었습니다... 혹시나 따라하시는 분이 계실까 봐...
출처 | 어... 저건 뭐지? 저 구석덩이에서 먼지 뒤섞인 채로 굴러다니는 건? 정말 몇년간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던 것 같... 은 나의 블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