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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거나 뻔한 이야기(10) / 우주 여행
게시물ID : readers_344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수와영이
추천 : 1
조회수 : 3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12/19 22: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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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봄볕이 따사로운 어느 날, 퇴근 후에 남자들의 모임이 있었다.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의 몇몇이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그 자리는 송별회이기도 했고 환영회이기도 했다. 어떻든 남자들의 술자리라는 게 늘 왁자하게 마련이다. 술이 몇 순배 돌자 그 속도는 점차 빨라졌다.
 
 시속이 초속이 되고 마침내 광속이 되었다. 모두 술병을 하나씩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 돌아다녔다. 취기가 오르자 남자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재빨리 한 사람이 따라 일어나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손가락으로 화장실을 가리켰다. 그가 안내를 하겠다고 하는 걸 남자는 뿌리쳤다. 화장실 정도야 혼자 갈 수 있지. 사람들은 아직도 술병 하나씩을 들고 다녔다. 바깥바람이 알맞은 온도로 얼굴을 감쌌다. 취기가 조금 가시는 듯 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남자는 여자에게 전화를 했다. 이 시간에 불현듯 여자가 보고 싶었다. 여자는 아직 퇴근도 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었다. 남자는 여자와 사무실 근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남자는 멀지 않은 그곳까지 취기도 가실 겸 걸어갔다. 여자는 정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동차를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차 안에 들어서자 여자가 반갑게 맞았다.
 
-술 많이 드셨어요?
-아니요. 적당히 마시고 지금 도망쳐 나오는 길입니다.
 여자가 웃었다. 여자는 천천히 차를 몰아가며 연신 남자의 얼굴을 살피더니 차창을 조금 내렸다. 시원한 바람이 차안으로 몰려들었다. 여자는 신도시 공사가 한창인 바닷가로 차를 몰았다긴 방파제 끝은 한적했고, 어둠이 가득했다. 바다는 썰물이 빠져나가 황량했다. 밤바다는 온통 까만색이었다. 어린 시절 하늘에 가득히 매달려 있던 별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그 넓은 하늘에 듬성듬성 박혀 있었다.
 
 밤이 왜 까만색이어야 하는지를 비로소 깨달은 듯이 둘은 차 안에서 서로를 탐닉했다. 그것은 언제부터인가 은밀한 둘만의 언어였다. 여자의 호흡이 조금씩 거칠어지고 둘은 차츰 태초의 인간을 닮아갔다. 마침내 여자는 남자 위에 군림했고 둘은 하나가 되었다. 여자의 온 몸이 요동쳤다. 때로 빠르게 때로 느리게 여자는 거침없이 끝 모를 어둠 속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여자는 거친 호흡을 토해내며 먼 하늘을 향해 치달았다. 남자 역시 여자 안을 거침없이 내달았다. 때로 남자는 정복자처럼 의기양양하게 굴었고 여자는 그럴 때마다 심하게 몸을 떨었다. 여자의 안은 참으로 편안했다. 안온함이 있었고 충만함이 있었다. 바다 건너 낯모르는 곳의 불빛이 파랗게 흔들리고 있었다.
 
 바다는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 남자는 비로소 여자로 하여금 또 다른 세상이 열리고 있음을 느꼈다. 여자에게 절정의 순간은 끝도 없이 밀려왔다. 여자의 몸 구석구석이 남김없이 열리고 그 모든 곳에서 쾌락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남자는 아이마냥 부둥키며 여자의 엄청난 흡인력에 몸을 떨었다. 여자의 목울대는 더욱 크게 울렸고 온몸을 떨다가 끝내 소리쳤다.
-여보, 사랑해요.
당신이라는 말이 좁은 차 안에서 다시 여보라는 말로 바뀌었다. 그 조그마한 체구 어디에서 그런 힘이 솟는지 모를 정도로 여자는 집요했다. 멀리 하늘 한가운데서 파리하게 별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여자와 남자는 그 별빛을 따라 하늘가를 유영했다. 여자의 작은 가슴에 얼굴을 묻고 남자는 한없는 평온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여자는 여전히 들뜬 호흡이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남자가 여자의 자그마한 젖가슴을 한 입 물었다. ! 하는 가냘픈 신음과 함께 여자는 다시 몸을 뒤틀었다. 이제 그만. 하고 소곤거리기는 했지만 여자는 흥건해진 몸을 남자에게 온전히 맡기고 있었다. 여자와 남자는 다시 한 번 먼 우주여행을 떠났다.
 둘은 멀리 카시오페아 자리를 돌아 맞은 편 북두칠성을 향했다. 그러다 마침내 여자와 남자는 정점인 북극성을 향해 치달았다. 여자의 목울대가 점점 크게 요동치고 온 몸이 격정으로 뒤틀렸다. 마침내 남자의 모든 힘이 한 곳으로 모이고 짧은 순간의 절정을 거쳐 마침내 여자의 평온함 속으로 빠져들었다. 여자는 남자의 목을 부둥키고 다시 한 차례 몸을 떨었다.
 
-정말 대단해요.
 여자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다시 별이 스러지고 바다는 끝을 알 수 없는 고요 속으로 빠져들었다. 여자와 남자는 서로가 진정으로 하나 됨에 즐거워하고 있었다. 서로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사랑함에 감사했다. 여자는 아주 조심스럽고도 정성스럽게 남자의 옷매무새를 고쳐주었다. 달고 긴 입맞춤으로 두 사람의 마지막 남은 내면의 찌꺼기를 씻어내었다.
-,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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