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 근처의 작은 원룸.
철수는 이불 속에서 늦잠을 즐기고 있었다.
어제 기말고사를 끝으로 2학년 2학기를 마무리 했으니 잠이나 늘어지게 잘 심산이었다.
전화기의 알람 소리에 잠이 깬 철수는 알람을 끄고 배개에 머리를 묻었다.
잠시 후 전화기의 메세지 소리에 철수는 전화기를 확인했다.
원룸 건물 주인이었다.
‘방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오늘 저녁에 보러가도 될까요?’
전화기를 내려놓은 철수는 침대에서 나와 기지개를 켰다.
창문의 블라인드를 걷자 작은 방안이 밝아졌다.
철수는 부스스한 얼굴로 방을 둘러보고는 중얼거렸다.
“하—이걸 언제 정리하나.”
라면과 찬밥으로 아침 겸 점심을 먹은 철수는 냄비와 그릇을 싱크대로 옮겼다.
싱크대는 며칠 동안 쌓인 식기들로 가득했다.
철수는 방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 모아 세탁기에 쑤셔 넣었다.
방바닥에는 여전히 전공 서적과 공책이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책꽃이와 책상은 이미 다른 책과 가방으로 빈자리가 없었다.
철수는 귀찮은 듯 발로 책과 공책을 침대 아래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청소 막대에 정전기 청소포를 붙여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바닥 청소를 마친 철수는 침대 아래에 밀어 넣은 책과 공책을 다시 꺼내 한쪽 구석에 쌓았다.
침대 안쪽 깊숙한 곳까지 들어간 책을 꺼내다가 철수는 침대 아래에 서류 상자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잠시 망설이던 철수는 몸을 낮춰 침대 아래로 팔을 뻗어 서류 상자를 꺼냈다.
철수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이미 여러 달이 지났을 무렵.
아버지의 회사 동료 중 한 명이 중학생이던 철수에게 전해준 상자였다.
장례식이 모두 끝난 이후여서 아버지의 다른 유품들과 함께 태우지 못했고,
지금까지 철수가 어머니 모르게 보관해오고 있었다.
철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날의 기억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침 조회가 시작하기 직전 교무실로 불려간 철수.
담임 선생님에게 사고 소식을 전해듣고 아무 말없이 멍하게 서있던 철수.
그런 철수를 안아줬던 담임 선생님.
그날 담임 선생님은 철수를 직접 병원까지 데려다주었다.
철수를 안고 오열하던 어머니.
환하게 웃던 아버지의 영정사진.
영구차에서 바라본 바깥 세상.
장지에서 흩날리던 눈발.
아버지의 무덤 앞 발에 채이던 솔방울 하나하나 까지.
6년이 지났지만 철수는 마치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했다.
철수는 상자를 열었다.
단정하게 접어진 짙은 남색의 회사 점퍼 위 연필꽂이와 앳된 철수의 모습이 찍힌 가족 사진이 있었다.
가족 사진이 담긴 작은 액자를 집으려던 철수는 점퍼 안에 딱딱한 무언가를 느꼈다.
철수는 점퍼를 상자에서 꺼내 안주머니를 확인했다.
손바닥만한 플라스틱 케이스가 나왔다.
케이스의 옆면에 USB 포트가 있었다.
“뭐지? 외장형 하드..인가?”
하지만 외장형 하드 드라이브 치고는 두꺼웠고 외관이 조잡했다.
철수는 USB 포트를 확인했다.
요즘은 많이 쓰지 않는 정사각형 모양의 B-타입 USB 포트였다.
철수는 벽에 걸린 두꺼운 외투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잘 때 입은 면 츄리닝을 입은 채로 원룸을 나섰다.
잠시 후 철수는 USB 케이블을 들고 원룸으로 돌아왔다.
매서운 겨울 바람 때문인지 철수의 두 볼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철수는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에 외장형 하드 드라이브를 연결했다.
컴퓨터가 새로운 장치에 연결을 하는 동안 철수는 외투를 벗어 침대 위로 던졌다.
잠시 후 철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외장 하드가 아닌가?”
순간 빈 텍스트 창이 열리며 자동으로 글이 쓰여졌다.
<왜 이제야 온거야! 지금 어떻게 된 거에요? 우리 아빠는?>
철수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야? 바이러스인가?”
철수가 혼잣말을 하는 사이 글은 계속해서 쓰여졌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시간이 얼마나 지난거죠?>
<아저씨, 아저씨!!>
<아빠? 혹시 아빠야?>
철수는 마우스를 움직여 텍스트 창을 닫았다.
텍스트 파일을 저장할 것인지 묻는 작은 창이 열리자마자 자동으로 ‘취소’ 버튼이 눌러졌고 대화창에 글이 쓰여졌다.
<끄지 마. 끄지 마요. 제발!!>
철수는 텍스트 창 아래쪽 글을 입력하는 공간이 있음을 알아챘다.
철수는 마우스를 움직여 컴퓨터 커서를 그곳으로 가져갔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누구?)
철수가 엔터 키를 누르자마자 대화창에 글이 쓰여졌다.
<아저씨가 아니야? 우리 아빠는 어디 있어?>
혼란스런 표정의 철수는 온라인 채팅 프로그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 모니터에 계속해서 글이 쓰여졌다.
<당신 누구야! 누구냐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철수는 반말을 하는 상대에게 불쾌함을 느꼈다.
철수는 대화창에 글을 썼다.
(그러는 너는 누군데?)
답이 없었다.
철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회사에서 보안 프로그램 개발 일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혹시... 해킹 프로그램인가?”
철수는 이내 대화창에 상대방이 자신이 누구인지 묻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개인정보를 빼내는 악성코드일 수 있다는 생각에 철수는 무선 인터넷 연결을 차단했다.
그리고 철수는 대화창을 닫았다.
하지만 다시 대화창이 열리며 다급하게 글이 쓰여졌다.
<잠깐!! 컴퓨터 끄지 마.>
철수는 컴퓨터에서 USB 케이블을 뽑으려다 자신이 방금 인터넷을 차단했음을 상기했다.
USB 케이블을 뽑는 대신 철수는 작업관리자 창을 열어 CPU와 메모리의 사용 상태를 확인했다.
특별한 문제가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그 사이 대화창에는 다시 글이 쓰여졌다.
<이걸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지 알려줘.>
쓰여진 글을 읽고 철수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응? 뭐지? 혹시 인공지능.. 같은 건가?”
잠시 후 철수는 손을 움직여 키보드의 아무 키나 눌렸다.
(ㅣㅑ핗ㅊ.ㅓㅗㅠ)
<장난하지 말고! 이걸 어떻게 가지게 된 거야?>
철수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조금더 시험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철수는 손을 키보드로 옮겨 자판을 두드렸다.
(이게 뭔데?)
<이 작은 상자. 네가 지금 컴퓨터에 연결했잖아.>
(글쎄.)
<장난하지 말고. 알려줘.>
철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인공지능 치고는 성격이 급하네.”
철수는 ‘길에서 주웠어’라고 타이핑하던 손을 잠시 멈췄다.
아버지가 개발한 인공지능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타이핑하던 글을 지우고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건 아버지 유품이야.)
이내 대화창에 글이 써졌다.
<아저씨가 죽었어?>
철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치고는 꽤 정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흠... 6년 전에도 인공지능이 이 정도 수준이었나?”
철수는 물었다.
(우리 아빠를 알아?)
<아저씨가 날 이곳으로 보냈어.>
철수는 중얼거렸다.
“이곳으로 보내? 무슨 말이지?”
궁금한 마음에 철수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거기가 어딘데?)
<이 작은 상자. 아저씨는 보조기억장치라 그랬어.>
철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우리 아버지를 아는 것 같은데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줘.)
대답을 기다리던 철수는 인터넷 상태 창을 열어 인터넷 접속이 없음을 다시 확인했다.
<인터넷 확인해도 별 소용없어. 난 정말 이 상자 안에 있어.>
철수는 컴퓨터가 자신이 뭘 하는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때 대화창에 글이 쓰여졌다.
<지금이 언제야?>
철수는 전화기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반.)
<그게 아니고 오늘 날짜랑 연도?>
(2018년 12월 20일)
한참 동안 대화창에 글이 쓰여지지 않았다.
철수는 몇가지 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지금이 언제지?)
대화창에 답글이 쓰여졌다.
<무슨 소리야?>
철수는 오른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10+15는?)
<장난칠 기분 아니야.>
철수는 개의치 않고 이번에는 한글자 한글자 줄을 바꿔 타이핑을 했다.
(유)
(얼)
(네)
(임)
(?)
<미친. 장난할 기분 아니라고.>
당황한 철수는 멍한 표정으로 대화창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다시 글이 쓰여졌다.
<내 이름은 알리스야. 넌 철수지?>
대화창에 자신의 이름을 본 철수는 목 뒷덜미에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대화창에 글이 쓰여졌다.
<아저씨가 네 이야기 한 적이 있어.>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있던 철수는 자세를 고쳐 바로 앉았다.
(어떤 이야기?)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파트 사 달라고 했다며? 독립해서 혼자 산다고.>
철수는 그때를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나에 대한 이야기, 다른 거는?)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나중에 해 줄께.>
나중에 이야기를 해준다는 대답을 본 순간 철수는 생각했다.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상대가 자신이 아는 보통의 인공지능이 아닐 수도 있다고.
철수는 키보드에 손을 올려 조심스럽게 글을 썼다.
(우리 아버지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알려줘.)
<아저씨는 여기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려주셨어.>
(여기?)
<이 보조기억장치..>
(어떻게 살아가다니?)
<아저씨는 인터페이스라고 하셨어. 이렇게 너와 대화하는 것도 사실 배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철수에게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이용해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것이 생소한 개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직접 ‘배운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이상하다 느껴졌다.
철수는 알고리즘 전공 수업에서 교수님이 기계 학습 알고리즘 강의 중 해준 이야기를 떠올렸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칸트의 유명한 명제죠? 인간의 사유 능력을 알려주는 말이에요. 인간은 생각할 수 있는데, 생각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보다 한단계 위, 즉 내가 생각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자, 예를 들어 여러분이 딮러닝 알고리즘을 짜고 그 알고리즘에 따라 컴퓨터를 학습시켜요. 컴퓨터 입장에서는 배우는 거죠. 이때 컴퓨터는 자신이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교수님! 사실 딮러닝은 대부분 GPU를 이용해 학습하는 것이니 CPU를 이용해서 학습하는 것을 인지하게 하는 알고리즘을 만든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좋은 의견이에요. 여러분도 아는 것처럼 인간이나 고등 동물 두뇌의 신경망 조직을 모방해서 만든 것이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이에요. 즉, 무언가 배우고 학습하는 정신 활동은 그리 복잡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학습하는 것에 비해 높은 차원의 정신 활동이에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만약 인간의 두뇌가 어떤 방식으로 그런 상위 차원의 정신 활동을 하는 메커니즘을 알아내고, 그걸 모방하는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이 되는 겁니다."
대화창에 글이 쓰여졌다.
<난 뇌종양 말기 환자였어. 어느날 아빠가 의사가 아닌 교수님을 병원에 데리고 왔어. 그 교수님은 미래에는 인간의 의식이 전자 장치로 옮겨져 죽지 않고 영원히 살게 될 것이라고 그랬어. 자기는 인간의 의식을 컴퓨터에 이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그리고 얼마전 동물 실험에 성공했다고...>
철수는 한숨과 함께 중얼거린다.
“하- 이건 무슨 소리야.”
철수는 마우스를 움직여 다시 작업관리자 창을 열고 원격 컨트롤 프로그램이 없음을 확인했다.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믿지 않는게 아니라…)
<아니야. 이해해. 나도 믿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아저씨가 돌아가시기 전에 혹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니?>
(어.. 못들었어.)
<그런데 아저씨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물어도 될까?>
(교통사고였어.)
<그랬구나. 미안해.>
(네가 미안할 건 없지.)
<그럼 혹시.. 우리 아빠가 나를 찾지는 않았어?>
철수는 자신이 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철수는 자신이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정말 뇌종양 환자의 남겨진 의식이라 믿지 않았다.
인공지능에게 매우 정교하게 입혀진 기억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OK구글과 같은 인공지능의 언어나 목소리가 미리 세팅이 되어있는 것처럼 말이다.
철수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자판을 두드렸다.
(너희 아버지? 잘 모르겠는데? 그 교수라는 사람이 알고 있지 않을까?)
<사실....... 그 교수님은 몰라.. 실험이 성공해서 나의 의식이 살아서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아저씨와 우리 아빠만 알고 있어. >
철수는 혼란스러웠다.
철수는 자신이 인공지능이 아닌 진짜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 교수란 사람은 왜 모르는 건데?)
한참이 지나 알리스의 답글이 써진다.
<그건...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해줄께. 그보다, 아저씨 돌아가신 후에 우리 아빠가 날 찾았을텐데... 혹시, 우리 아빠가 너희 가족을 찾아오고 그러지는 않았니?>
(잘 모르겠어.)
철수는 대답을 하면서도 인공지능이 ‘나중에 이야기를 해준다’는 대답이 신경에 거슬렸다.
인공지능이 자신이 뇌종양 환자라고 소개를 하고,
자신을 개발한 철수 아버지의 안부를 묻고,
그리고 아빠라 부르는 가상의 인물를 찾는 것은 정교한 알고리즘과 충분한 기계 학습이 이루어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철수는 생각했다.
하지만 철수가 아는 한 인공지능은 나중에 이야기를 해준다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철수는 자신이 대화하는 상대가 인공지능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철수는 아버지의 사고 당시 아버지 차량에 동승자가 있었음을 기억했다.
아버지가 일하던 회사에서 진행하던 사업의 참여자라고 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그 사업은 이미 종료된 상태여서 회사에서 아버지 사고의 산재처리를 거부했었다.
그 일로 어머니와 회사 직원들 사이에 불편한 이야기가 오간 것을 철수는 기억한다.
대화창에 다시 글이 쓰여졌다.
<그럼 미안한데 혹시 우리 아빠 찾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니?>
철수는 대답 대신 전화기를 들고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아들이야.”
“내일 집에 가는 거 맞아. 하하.”
“아니, 아니, 나 궁금한 게 있어서. 혹시.. 아버지...... 있잖아……… 아버지 사고 났을 때…”
철수는 말을 잠시 멈추고 어머니의 반응을 살폈다.
“그때 아버지 차에 같이 타고 있던 분 있잖아. 그때 병원에서…... 응급실에서 돌아가셨다고 한…… 그분에 대해 좀 궁금해서…..”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 왜 아버지 차에 있었는지... 뭐 그런거.”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대화창에 글이 쓰여졌다.
<우리 아빠 성함은 ㅁㅁㅁ, 전화번호는 010-xxx-xxxx. 부탁인데 전화 한 번만 해줄 수 있어?>
“엄마, 혹시..... 그 분 이름은 기억나?”
어머니의 대답에 철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목 뒷덜미에서 시작해서 정수리까지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이 느껴졌다.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철수는 찡그린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연락온 거 아니야. 그냥 생각나서 물어봤어. 지난달이 아버지 기일이었잖아.”
“알았어. 내일 갈께. 네. 네, 네.”
철수는 잠시 모니터를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떨궜다.
아버지의 사고가 있던 날 사고 소식을 전해주던 담임의 모습이 떠올랐다.
철수는 심호흡을 하며 두 손을 조심스럽게 키보드 위에 올렸다.
(이런 이야기하기 미안한데...)
<왜? 무슨 일인데? 연락이 안되는 거야?>
철수는 ‘너희 아버지’까지 쓰고 타이핑을 멈추었다.
철수가 엔터를 누르기도 전에 대화창에 글이 쓰여졌다.
<우리 아빠 뭐? 아빠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철수는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손을 움직여 키보드를 두드렸다.
(너희 아버지 우리 아버지 교통사고 났을 때 같이 계셨나봐.)
한참이 지나서야 대화창에 짧게 글이 쓰여졌다.
<그래서? 우리 아빠는?>
철수는 한숨을 길게 내뱉은 후 키보드를 두드려 글을 쎴다.
(그때 돌아가셨데.)
잠시 후 대화창이 자동으로 닫혔다.
철수는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6년 전 아버지의 사고 소식을 전했던 담임 선생님의 기억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멍하니 서있는 철수를 끌어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었다.
“철수야, 미안하다.”
2부에 계속...
5-6번 정도의 연재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