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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면서 들었던 의문 중 하나가 하루 손의 상처가 왜 중요한가이었다. 하루는 만화 ‘비밀’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상처를 가지고 있었고,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단오를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 들어 사라졌다 다시 등장했지만 자아를 잃은 채 상처가 없어졌고, 기억을 찾게 된 것은 손의 상처가 다시 생겨서이다. 하루만 스테이지를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백경의 말대로 엑스트라여서 작가 몰래 스테이지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화 속 스테이지에서는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없다. 말 그대로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미리 콘티를 본 단오가 계단에서 움직여 다리가 다치는 걸 피하려했어도 그럴 수 없었던 이유가 스테이지 안에서는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의 손에 상처는 전작 만화인 ‘능소화’에서 칼날을 손으로 쥐고 단오 몸에 박힌 칼을 뺄 때 생겼다. 처음 이 장면이 나왔을 때 왜 칼날을 손으로 쥐었을까 의아했는데, 끝부분을 보고 하루 손의 상처가 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능소화’의 스테이지에서 백경은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고, 주인의 여자를 탐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은단오를 베라고 명령하면서 하루의 오른손에 칼을 쥐어준다. 하루가 못한다고 말할 때 뒤에 앉아있던 은단오가 하루 이름을 부르고 하루는 몸을 돌려 은단오를 바라보는데 그때 백경이 하루의 오른손에 있던 칼자루를 잡고 은단오를 찌른다. 놀란 하루가 칼을 빼려하지만 스테이지라서 오른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때 왼손으로 칼날을 잡고 단오 몸에 있는 칼을 빼는데 단오의 손이 떨어지면서 쉐도우로 장면이 전환된다. 하루의 왼손은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이와 비슷한 장면이 ‘비밀’에서는 백경이 은단오에게 고백하고 반지를 주는 장면에서 반복된다. 방송반 엑스트라를 대신해서 스테이지에 들어간 하루는 자기 뜻과는 반대로 손이 움직여 단오에게 조명을 비추는데 백경이 은단오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순간 상처가 난 왼손으로 전원코드를 뽑아 버리고 스테이지를 바꾸는데 성공한다. 손에 난 상처는 단오를 지키기 위해 스테이지를 바꿀 수 있는 하루의 소망과 의지가 담겨 있겨 있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하루가 사라질 때 손의 상처도 없어지는데 단오가 나를 살리려고 생긴 상처라는 말을 한다.
그려진 대로 움직이지 않던 주인공 하루가 마음에 남는 건 아마도 연기했던 배우가 매우 잘생겨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웹툰이 원작이라 그런지 제 취향을 저격한 재미있었던 드라마였습니다. 시청률은 안나왔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