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참 좋다.
나보다 세 살 어린 너는 어렸을때 누나누나 종알거리며 나를 그렇게 잘 따랐다.
나는 그저 나보다 작고 어린 네가 좋아서. 사랑스러워서. 내 인형을 망가뜨릴때도, 아무리 밉고 분해도 그냥 내가 울고 말았다.
내 친구들이 동생들한테 하던것처럼 너를 차마 때릴 수가 없었다.
물론 나이가 차고 네가 건방져질수록 말로는 너를 어찌할 수가 없어서 결국엔 때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때리고 난 뒤에는 늘 미안해서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지 못해 그렇게 안달을 했다.
시간이 흘러 너는 초등학생이었고 나도 초등학생이었다.
나는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부끄러워서 더는 못하게 되었다.
예쁜 동생이라고도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네가 고학년들이랑 시비가 붙거나 누구한테 맞아서 울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상대가 6학년이라도 찾아가서 따지고 싸웠다.
말은 못했지만 너는 그때에도 여전히 내 사랑하는 동생이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나는 중학생이 되었고 너는 여전히 초등학생이었다.
나는 소위 말하는 오타쿠였다. 그림그리는것을 좋아했고 코믹월드를 가기위해 부산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도 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너는 누나는 그림을 잘그린다며 나를 자랑하고다녔다.
내가 그린 꽃보다 남자 팬아트를 신기하다고 보기도 했다.
더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너는 중학생이 되었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나는 부모님과 진로에 관련해서 참 많이도 싸웠다. 나는 그림이 하고 싶었고 부모님은 그걸 용납하지 못하셨다. 민사고를 목표로 다니던 학원을 나가지 않고 공부를 하지 않았다.
결국 고등학교는 근처 인문계로 진학했다.
부모님은 내가 그린 그림을 찢고 사모은 만화책을 버리셨다.
나도 힘든 시기였지만 너도 힘든 시기였다.
엄마는 네게 너네 누나는 누굴 닮아 이렇게 속을 썩이니 못살겠다 정말, 한탄하셨다.
너는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가 편한 길을 선택했다.
너는 나를 탓하고 혐오하기 시작했다.
네가 나를 한심하게 보면 볼 수록 네게 악을 썼다. 말로 상처를 주기도 했다.
너는 나를 눈빛으로 찔렀지만 나는 너를 말로 베었다.
너에게도 부모님에게도 미안한 시간들이었다.
부모님은 결국 손을 들어주셨다. 그리고 뒤늦게 시작한 입시미술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셨다.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한창 보살핌이 필요할 청소년기에 부모님은 내 입시에 정신이 없었다.
그당시 부모님은 나에게 강요한 것 처럼 너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다.
할 마음이 없다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후에 물어봤을 때 말해주셨다.
하지만 너는 그 시기에 참 독하게 공부했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너는 과고를 갔고 나는 재수를 했다.
너는 그래도 누나라고 나를 많이 신경써주었다.
생일때는 반 친구들에게 부탁해 수십통의 생일축하문자를 받기도 하고
가끔 전화를 할 때면 힘내라고 꼭 말해줬다.
누나로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시기였다. 전화할때마다 우는 나를 너는 묵묵히 달래주었다,
재수기간은 다행히도 성공적이었다.
너는 옛날에도 지금도 내게 늘 소중한 동생이다.
하지만 내 마음이 너무 모나서 가끔은 네가 참 미워진다.
나라는 실패를 경험한 부모님은 네게 내가 받고싶었던 모든 대우를 다 해 주었다.
엄한 훈욱과 체벌로 자란 나와는 다르게 너는 배려와 존중으로 자랐다.
가끔 부모님이 ㅇㅇ이가 이러이러하고싶다던데 괜찮을까, 라고 내게 물어보시면 내겐 언제 한 번이라도 내 의견같은거 들어준 적 있었느냐고. 왜 걔 의견은 듣는건데? 왜 내가 더 좋은 방향을 알려줘야하는거냐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싶은 마음이 혓바닥 아래까지 차고 오르기도 한다.
누나 화이팅. 실기시험치기 전에 네가 보내준 문자가 떠오른다
너는 참 예쁜 내 동생. 누나가 참 너를 좋아해. 내 동생.
나도 여행다니고싶어. 작년에도 계절학기때문에 못갔는데 이번에는 자격증때문에 못 가
부럽다. 못난 마음만 가져서 미안해.
잘 다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