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난지 어느덧 2년 반..
이젠 내가 편해진건지
데이트라곤 니가 좋아하는 게임하러
피시방을 간지도 벌써 몇달째
너와 만나며 서서히 늘어난 내 살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가 익숙해졌다고 편하게 늘어논 말 때문일까
권태기가 이런건가 싶은 나날들
여느때와 다름없이
네 자취방에서 함께 잠을 자고 너는 나를 만지고
한번씩 나는 네게 뭘까 이러려고 매번 내가 보고싶다는걸까
엉뚱한 생각들이 스칠무렵
“영화 보러 갈래? 내가 보고 싶던거 개봉했어”
“아니? 비오는날은 집에 있는게 최고야”
역시.. 가줄꺼란 기대도 안했다
그치만 집에 있는게 최고라더니
결국 그날도 우린 피시방에서 게임을 했다
저녁 약속이 있던 나는
오후 늦게까지 침대를 뒹굴거리다
보고싶던 영화를 혼자 예매해버렸다
매번 같이 보러가자 해놓고는 안가서 못본 영화들이
머릿속을 스쳤고 이번에는 예의상 하던
지키지 못할 약속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냥 혼자 보러가겠다 싶어
약속 시간을 맞춰 끝나는 시간에 좌석 하나를 예매했다
“나 약속시간 전에 영화 보구 가려고”
“혼자?”
“응, 너는 가기싫은 것 같아서 혼자 볼게”
“그래? 엄청 보고싶었나 보네”
내심 같이 가주길 바랬던 기대를 보란듯이
깨버리곤 태연한 네가 밉다가도
그간 저리도 가기싫은 영화관을
여태 나로 인해 몇번이나 가주었나 싶어
그래 전에는 혼자 잘봤잖아 하며
애써 나를 위로하고
애써 너를 이해하고
터덜터덜 영화관을 갔다
주말 저녁 북적이는 커플 사이에
혼자 멍 하니 영화 시간을 기다리고 있자니
어쩐지 내 모습이 짠하더라
오늘따라 연락도 뜨문뜨문한 니가
날 몇번이고 서운하게 했다
영화가 시작하기전에
끊임없이 나오는 광고를 보다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서운함, 외로움, 쓸쓸함, 착잡함...
우린 이제 끝인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
정말 거짓말처럼
내 옆자리에 슥 하고 앉는 너..
멍하니 보고있었더니
능청스럽게 마시라고 건내준
내가 좋아하는 음료 한잔
“뭐야? 어떻게왔어??”
“뭘 어떻게와 차타고 왔지”
방금 전까지 울상이던 내가
니 얼굴을 보곤 뭐가 좋다고 또 베시시 웃으면서
네가 손! 하고 잡아준 내 손 한번, 네 얼굴 한번
번갈아보다가 쭈뼛쭈뼛 부끄러워졌다
고작 영화 한편 같이 안봐줬다고
너를 온갖 나쁜놈을 만들고
혼자 맘 속으로 이별까지 생각한 내가
너무 한심하고 못나서..
네게 너무 미안해졌다
고마워 욱아
더 많이 사랑하고 잘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