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이 창문을 무심하게 두드리고 지나가는 소리에 문득 아 겨울이구나 하고 느껴졌다. 얼마전 새해가 밝았던것 같은데 무심한 바람처럼 어느순간 나를 저만큼 앞질러 지나가버린다. 문득 추워져 한동안 뽑지않았던 선풍기코드 자리에 전기장판코드를 꼽는다. 이 방의 선풍기는 봄여름가을겨울 항상 방한켠 같은 위치에 놓여있다. 단칸방엔 겨울, 여름 구별이 없이 무엇이든 사시사철 같은 곳에 놓여져있는것이 편하다.
사회초년생이었던 4년전에 이 단칸방을 계약하며 그때 당시엔 멀고 흐릿했지만 확신했었던 이상향의 도약점으로 생각했다. 열정이 스펙을 이긴다고 믿었고 자신감이 돈보다 중요하다고 믿었었다. 어두운방 모서리의 무엇인지 모를 검누런 얼룩조차 자신의 몸에 난 상처를 자랑하는 치기어린 아이처럼 바라보았다. 일에 치이고 경쟁에 밀려 잠시 주춤했을때도 작은 방의 차가운벽속에서 열정만큼은 사그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1년,2년 계속되는 사회라는 냉정하고 차가운 바람은 한숨에 생긴 새벽버스 창의 성애처럼 내안의 무언가를 조금씩 식게 만들었고 어느순간 흐릿했던 이상향은 선명하지만 생각보다 작은 모습이 되어있었다. 모서리에 존재하던 얼룩은 반복되는 야근의 피로에 찌들어 신경쓰지 못한 사이 점점 커져 마음한켠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얼룩을 바라보던 아이는 실패를 거듭한 어른이 되어있었다. 쌀쌀한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겨울의 시작에 어른은 한숨처럼 사라질 아이의 열정이 슬퍼져 선풍기를 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