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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핀 콘웨이야. 요즘 내 인생에서 뭐가 많아. 난 22살이고 미국 대도시에 있는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과정 중이야. 나쁘진 않아. 난 컴퓨터 공학 잘 맞고 야간 과정도 있어서 학교 근처 소규모 스타트업 회사에서 IT 부서에서 낮에 알바 같은 일을 할 수 있거든. 룸메이트랑 방 2개짜리 아파트먼트에서 살고 있어. 이 주변은 집 값이 좀 많이 비싼데, 그래도 난 이웃이랑 주변 사람들이 좋아. 솔직히 땡전 한 푼 없는 20대 남자로는 꽤 잘 살고 있는 거 같아. 꽤 바람직한 상황에서 살고 있었어. 적어도 지난주까지는.
지난주에, 룸메가 별다른 공지도 없이 이사해버렸어. 다른 도시에서 잡 오퍼(구직 제안)를 받았다고 하고는 그날 아침에 가구 절반 정도 벌써 카달리스트에 올려서 팔아버렸더라? 게다가 문자 통보..야간 수업 듣고 오니 걔 방은 거의 텅텅 비어 있고 내가 빡쳐서 보낸 문자에도 답이 없어.
그 일은 날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했어. IT 알바로는 그럭저럭 돈을 벌고 있었는데.내가 석사과정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걸로 내 학위가 더 가치 있어지고 그럼 난 더 큰 회사에서 일할 수 있고 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1
석사 학위 대가와 올라가는 렌트비 말고도 학부생 때 받은 불필요하게 많은 학자금 대출금이 또 있어. 그래도 학자금과 올라가는 렌트비는 큰 문제도 아니었어.너네들은 궁금해할 거야. 왜 얘는 원룸이나 더 작은 스튜디오로 이사 가지 않는 거야?
왜냐면 난 내 개인사를 존중하는 사람이란 말이야. 원룸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네 질문의 답은, 접근 금지 명령을 받게 하려고 내가 바쁘게 힘쓰는 그 미친 스토커년이 없다면 더 작은 집으로 옮겼을 거야. 접근 금지 명령을 신청하려는 사람의 이름을 모른다면 그것도 받기 힘든 것으로 밝혀졌어.
너도 알다시피 고등학생 때 온라인 비디오 게임을 하곤 했어. 스탯을 올리기 위해 다른 플레이어랑 결혼할 수 있는 그런 게임 말이야. 그리고 거기서 어떤 여자애가 게임에서 결혼하는 걸 심각하게 받아들인 거지. 걘 우리가 진짜 결혼했다고 생각했어. 완전 소름 끼치는 메시지를 보냈고 나한테 누드 사진을 달라고 하거나 걔 누드 사진을 나한테 보내는 등 그런 종류의 일도 했어. 난 매우 심란했어. 내가 관심없다고 말했고, 내가 게이라고도 말했고, 그냥 스탯을 올리려고 결혼한 거라고 말했는데도 걘 그 소름끼치는 짓을 계속했어.
난 걜 게임에 ㅁㅊ년으로 생각하고 결국에는 그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았어. 그런데 걔가 내 온라인 개인정보를 털기 시작했던 거야. 내 비공개 페이스북, 트위터, 핸드폰 번호. 심지어 내가 사는 주소까지 찾은 거야. 나랑 내 가족을 위협하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어. 소름 끼쳤고 난 신고를 해야만 했어. 한동안 안 그러더라. 내가 조심성이 있는 걸 뭐라 할 수는 없어. 결국 난 걔가 내 주소를 처음 발견한 이후로 총 세 번이나 이사를 했고 매번 이사한 곳을 알아낸 거든.
그래, 정말 많은 게 내 인생에서 벌어지고 있어. 내가 운이 나쁜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난 정말 이게 단순한 운이 나쁜 거고 더 나쁜 일이 일어날 거라는 징조가 아니면 좋겠어. 내 석사과정과 직장, 돌아다니는 미친 스토커 사이에서 워라밸을 찾기는 쉽지 않아. 하지만 이제 남은 렌트비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룸메이트를 찾아야만 하지. 몇 시간 전에 온라인 벼룩시장에 새로운 룸메 찾는다고 인터뷰 보러 오라고 올렸거든.
◈
세 명이 답장했는데 모두 나름대로 기억에 남아.
첫 번째 얘는 다니엘이었어. 평범하고 진부하고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남자였지. 화학 박사 전공이라고 하더군. 내 룸메로 바라는 모든 것이었어. 형식적인 질문을 물어봤지. 얼마나 씻고, 언제 집에 오고, 흡연가인지 등등. 완벽한 태도로 내 맘에 드는 답을 했어. 전반적으로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어. 내가 겪은 모든 일 때문에 난 내 인생에서 조그만 평범함과 일관성이라도 보이면 고마웠을 거야. 전반적으로 다니엘이 1순위였어. 다니엘 다음에 2명의 지원자가 없었다면 바로 같이 살자고 했을 거야. 다른 2명의 지원자를 그냥 오지 말라고 하고 싶지 않았어. 그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고 싶었어 다니엘에게 하루나 이틀 안에 전화를 주겠다고 말했고 사이좋게 헤어졌어. 다니엘은 확실히 설득력 있는 선택이었어.
두 번째 남자는 헥터라는 이름이었어. 헥터는... 좋게 말하면 신기한 사람이었어. 사실대로 말하자면 정말 돌아버린 놈이고. 걔가 방에 들어왔을 때 처음에는 의심조차 할 수 없었어. 그냥 평범하게 보였거든. 키 크고, 선탠한 피부에, 웨이브가 있는 검은 머리 그리고 정말 정말 심한 다크 써클. 며칠 동안 못 잔 거처럼 보였어. 그거 빼고는 정상인처럼 보였어.
하지만 입을 열자마자 이 인터뷰를 빨리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지.
“안녕, 인터뷰에 와줘서 고마워, 헥터 맞지?” 문을 닫으며 말했어. 거실로 안내했지.
“그래, 만나서 반가워.” 내가 오래전에 차고 세일에서 산 안락의자에 감탄하면서 털썩 주저앉았어. "정말 좋은 곳이야. 밑에 있는 내 방을 생각나게 해."
“어 밑에? 아 호주에서 왔니?” 난 놀랬어. 호주 발음이 하나도 안 났거든.
"아니, 지옥에서 왔는데." 헥터는 무심하게 말했어. 나는 호기심에 머리를 갸웃했어.
“지옥, 허? 호주에... 지옥이라고 불리는 도시가 있나 봐?” 난 물었어. 개인적으로 지옥이라는 도시 이름은 처음 들어보거든. 근데 있을만한 하지. 헥터는 무릎에 팔꿈치를 대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어.
“아니, 지옥이라니깐. 타오르는 불길? 타들어가는 열기? 영원히 고문당하라고 선고받은 영혼들이 가는 곳이 어디야?"
“나한테는 호주처럼 들리는데.” 난 웃어넘기려고 했어. 헥터는 그렇게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어.
“아니라니깐. 나 악마야."
“악마... 에게 혼을 판 것처럼 잘한다고? 게임에? 스포츠나 다른 거에?"2
“아니, 진짜 악마. 신청서에 쓰지 않았어?"
신청서를 읽었지. 이름 : 헥터, 직업 : 무직 악마. 전 거주지 : 지옥의 여섯 번째 문. 난 그냥 이상한 유머감각이 있다고 생각했었어.
“농담인 줄 알았는데.” 잠시 후에 내가 말했어.
“그래. 내가 널 위해 웃긴 이야기 하나 말해줄게. 식인을 거절했다고 최근에 쫓겨났다고. 언짢아하면서 내가 어렵게 군다고 규칙을 안 따른다고 뭐라 뭐라 하더라. 그런데 진짜로 난 인간 먹는 게 지겨워서 새로운 다른 것을 해보고 싶어. 세상에 얼마나 먹을 것이 많아. 두 세기 동안 계속 먹어봐. 인간 먹는 게 지겹다니깐."
“ㅇ… 웅."
“안 믿는군.” 헥터가 의자에 기대면서 말했어. “아무도 안 믿어. 너네 인간들은 마음을 좀 열고 다녀야 해."
"이거.. 무슨 장난이야? 지금 몰래카메라 찍는 중이야?" 나는 이경규3가 갑자기 나타날까 봐 주변을 둘러봤다.
"아니. 이게 그 어떤 장난도 아니라고 약속해." 헥터가 대답했어.
난 시계를 바라봤어. 다음 지원자가 오기 전까지 불행하게도 시간이 많이 남았어. 그래서 난 그나마 가치 있는 걸 얻기 위해 헥터 비위를 맞춰주려고 결심했어. 적어도 이 일이 끝나면 인터뷰 보러 온 사람 중 가장 이상한 사람에 대해서 트윗을 남길 수 있고 그걸로 좀 포인트를 얻을 수 있으니.4
"알았어. 네가 정말..." 나는 대충 손짓을 했어.
"악마" 헥터가 내 말을 맺었다.
"그래, 악마. 다른 곳도 아니고 왜 여길 살길 원하는데?"
"뭐, 내가 지옥에서 쫓겨났을 때 뭘 갖고 오지는 않았거든. 입고 있던 옷가지 말고는. 19세기에 한 부자로부터 훔친 금시계를 전당포에 맡겨야 했어. 그걸로 많은 돈을 받긴 했지만. 하지만 걱정 마. 여기 살면서 한 달 이내에 취직할 수 있을 거라 장담해."
"인간을 먹는 것을 거부해서 쫓겨난 거고."
"옙" 헥터는 ㅂ을 튕기며 말했어.
"정말 인간을 먹지 않아? 그럼 넌... 악마 비건(채식주의자) 같은 거라도 되는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어.
"비건은 아니고. 내가 먹어야 하면 인간을 먹긴 해. 입맛이 까다로운 건 아냐. 네가 엘리트라고 부를만한 대부분 악마들은 인간 영혼이 비싸고 맛 좋은 고급 음식이라고 생각해. 그건 단지 너네들을 근절시키는 게 정말 어려워졌기 때문이야. 인간들은 똑똑해지고 있어. 너네들이 손을 씻지 않았을 때는 정말 먹기 쉬웠는데. 인구 절반을 뿌리 뽑을 때는 전염병 하나면 되었거든." 헥터는 다리를 꼬고 무릎에 두 손을 접으며 대답했다.
"그럼, 뭘 먹는데?" 내가 더 물어봤어.
"네가 먹는 거랑 같은 거. 닭, 돼지, 내가 돈 있다면 가끔씩 미디엄 레어로 스테이크도 먹고. 하지만 난 영혼을 먹어. 다른 부분도 맛있기는 해. 피는 신선하면 더 좋고 뼈에는 꽤 놀랄 만큼 영혼이 들어있어. 비밀 하나 말해주지. 네가 골수를 빨아먹으면 그건 그냥 골수가 아냐. 걔네들 영혼이지." 그는 씩 웃었어. "그게 그렇게 깊은 풍미를 주는 거야."
"우와. 그건... 좀... 어두운데." 나는 헥터 뒤에 시계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어. 다음 인터뷰가 시작할 시간 근처에도 가지 않았지만 시작부터 이 인터뷰는 아무런 성과를 보이지 않았지.5
"난 닭 영혼을 먹으려고 닭을 먹고 너네들은 걔네들 육체적 맛을 위해 먹잖아. 뭐가 다른데?" 헥터가 물었어. 난 말을 멈췄어. 말 되는 부분이 있다고 잠시 동안 생각했거든.
"인간을 먹었다고 했잖아." 납득이 가지 않는 채 반박했어.
"그리고 넌 니켈백을 아이러니하게도 좋아했지. 아마 지금도 좋아하는 것 같지만." 헥터는 그 근처에 니켈백 싸인이 된 포스터를 가리켰어. 내 얼굴이 빨개지는 게 느껴졌어. 인터뷰하기 전 치웠어야 했는데. 그가 나에 대해 그렇게 말한 게 살짝 기분이 나빴어.6
"내 말은, 몇 년이 너네 인간을 극적으로 바꿔놓았잖아. 악마에게는 몇 세기가 우릴 그렇게 바꿔. 왜 너네 인간들은 우리 악마들이 15세기 이후로 똑같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우리도 너네들이랑 같아. 어느 정도는."
"알았어. 하지만 네가 악마라면 왜 그런 작은 방이 필요해? 다른 곳을 찾으면 되잖아. 훨씬 더 좋고.. 여기처럼... 좁지 않는 곳은? 뭔가 네 악마 마법이나 뭐로 돈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쉬운 질문이야. 렌트비가 더 싸고 난 넓은 방은 필요가 없거든. 우리 악마 전부다 부자인 게 아니고 너네들이 마법이라고 부르는 걸 모두 쓰지 않아. 그리고 악마가 전지전능한 건 아냐. 무에서 돈을 그냥 만들 수 없어. 그러면 좋겠지만." 그가 웅얼거렸어. "게다가 난 도시에서 이쪽이 좋아. 수많은 문화. 수다한 음식. 수두룩한 치킨. 난 정말, 정말 치킨이 좋아."
"누군 안 그러겠어?" 내가 말했어.
"게다가 내가 이 방이 필요한 만큼 너도 날 필요로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몸이 굳었어.
"무슨 뜻이야."
"네 이름은 핀 콘웨이. 22살이고 석사 과정 중이지. 스토커가 있고. 나한테 물어본다면 네 스토커는 꽤 머리가 돌았어. 어딘가에 아직 있고 말이야. 내가 여기 살 수 있다면 내가 그녀를 쫓아줄게."
피가 차가워지는 게 느껴졌어. 어떻게 이걸 다 알아? 난 바로 불편함이 파도치듯 몰려오는 게 느껴졌어.
"하여튼 내 말은 네 트위터 계정에서 봤다는 거지. 넌 비공개로 바꿔야 해. 누군지 네 정보를 볼 수 있다니깐." 내 불편함을 알아채고 걔가 말했어. 난 눈에 띄게 긴장을 풀었지만 여전히 꺼림칙했어. 나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지만 난 악마라고 주장하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 좀 그랬어. 이때부터 내가 인터뷰는 끝내야 한다는 걸 깨달은 지점이었어.
"있잖아. 말 끊어서 미안한데 다음 사람이 곧 인터뷰하러 올 거야. 그 사람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고. 이젠 인터뷰 끝내야 할 거 같아." 난 너무 길게 비위를 맞춰줬어. 이 이상한 악마 코스프레는 너무 멀리 갔고 흥미도 없었어. 이미 난 스토커를 상대하느라고 미친 짓은 많이 당했어. 망상 장애 걸린 듯한 룸메는 사절이고. 또한 트위터에서 나에 대해 안다는 것 자체가 사생활 침해처럼 느껴졌어. 난 급하게 의자에서 일어나 더 오래 걸리기 전에 헥터의 손을 악수하려고 손을 뻗었어. 걔 손이 차가웠어. 더 차가운 건 걔 많이 실망한 얼굴을 보고 느낀 설명할 수 없는 가슴의 아픔이었어.
"오, 그래. 언제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그가 물었어. 난 목 뒤를 손으로 만지작거렸어. 불안할 때 나오는 안 좋은 버릇이야.
"곧. 아마 며칠 후쯤? 전화 줄게." 거짓말했어. 다시 전화줄 생각 없었고 아마 걔도 알 꺼야.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해도 난 전에는 인간을 먹지만 지금은 닭 영혼을 먹는 악마랑은 살고 싶지 않았어. 사실은 아니지만. 악마는 진짜가 아니야. 이 남자는 분명하게 제정신이 아니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친 룸메까지 필요 없어.
"알았어. 좋아." 낙담한 얼굴을 한 채 헥터가 자리에서 일어났어. 문까지 배웅해주고 문을 닫기 전 걔가 말했어.
"이봐, 나 진짜 절실해. 렌트비가 더 필요하거나, 다른 게 필요하다면... 알려줘." 난 고개를 끄덕였어. 복도로 나가기 전에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어. 난 문을 닫고 잠그고 의자에 털썩 앉았어. 세 번째 사람은 헥터처럼 이상한 사람이 아니길 바라면서 말이야. 더 좋은 보안시스템이 필요하고 트위터에서 내 문제를 업로드하는 걸 더 조심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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