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덟살난 딸과 네살배기 아들이 있는 평범한 가정의 82년생 남자 입니다.
83년생 집사람과 함께 보았구요.저는 82년생 김지영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아는 상태에서, 집사람은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보았습니다.
(둘다 소설은 보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나쁘지 않았다 입니다.재밌었어요.
영화속의 김지영이 때로는 안타깝기도, 때로는 대견하기도, 때로는 이해가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것은 영화속,소설속의 김지영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이 그런것이지,,82년생 김지영이 모든 82년생 여자의 삶을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것 입니다.동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써 저나 저희 집사람은 크게 공감하지 않았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은 친절히 소설 김지영임을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의 삶을 대변하는 바이블이 되는지는 공감이 가지않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의 모습이 자신과 오버랩된다면,그건 그냥 자신의 환경이 너무 불행했던것 아닐까 하는..생각이..)
음..뭐 영화 보면서 굳이 불편했던 점을 꼽자면,
영화속 김지영의 주변 남자는 남편을 제외하고는(어쩌면 포함)정상적인 사람이 1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 입니다.
아들면 편애하는 아버지,그 편애 속에서 자란 막내아들,학창 시절 성추행 하려했던 남학생,성희롱하며 여자를 조롱하는 직장상사,맘충이라며
뒷담까는 직장인,야동돌려보는 남편동료들,몰카를 알면서 말하지않은 김지영 직장내 남자 동료들,심지어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데
왜 손목이 아프냐고 묻는 말도 안되는 남자의사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지영은 남자랑 결혼을 왜했는지 이해가 안되는...
차라리 이런 상황에 남성집단에 대한 분노가 김지영에게 치밀어 올라, 남자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범죄형 스릴러라고 했다면 좀 더 공감을
했을수도 있겠습니다.다시한번 말하지만 김지영은 소설이고,영화 또한 소설을 기반으로 한 픽션일뿐입니다.
그냥 영화속 김지영이 안타깝다..화이팅 해라..수동적인 삶을 살지말자 정도..그게 다인것입니다.
영화속 김지영이 김지영이 아니라, 김지혁으로 성별이 바뀌고 딸만 편애하는 엄마,성추행 하려는 여고생,야동돌려보는 여직장인으로
역할이 바뀐다면 과연 그분들이 가만히 계셨을까요? ㅎㅎ
집사람이 돈을 더 번다는 이유로,갓난애기때부터 우유 먹이기,이유식만들기,큰애 학교 둘째 어린이집 등하교,설거지,집청소,빨래,밥짓기,반찬하기
아이들 씻기고,책읽어주고,놀아주고,재우고 하는게 지금 저의 상황인데 이것은 효율적인 삶을 위한 역할 분담인것이지,
누구하나 제 삶을 크게 이해하거나 82년생 남자들의 삶이 이렇다!! 하고 공감하지는 않을것입니다.그렇습니다. 제 이야기 인것이고 제 상황인 것
입니다.
마찬가지로 소설속 김지영은 안타까운 김지영의 이야기 인것이지 절대 동시대의 여성을 대변하는 소설이나,영화가 아니니 이것에 동요하지 말아야
할것입니다.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네요 ㅎㅎ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성별떠나서 그냥 동시대를 살아온 또래 친구들 화이팅 하자입니다..
대한민국 최대 경제 호황기인 80후반부터 90초반때까지를 유년시절에 겪고,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IMF도 직격탄으로 맞아보고,
입시정책의 변화도 무쌍하여, 저희는 고등학교도 시험쳐서 들어갔었죠 ㅎㅎ...
음악,패션,사회 등 대중문화의 르네쌍스 최대 수해를 받았던 그시절이 다시 올까 싶기도 하지만 저희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