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앞뒤 정황을 고려해서 눈치껏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많이 만나게 된다.
겉으로는 정해진 규칙이 있고 각자의 역할이 나뉘어 있다.
하지만 매사에 원칙을 적용하려하면 현실을 모른다거나 융통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 십상이다.
전체의 이익이라는 대전제 앞에 규칙대신 융통성이 그 자리를 채운다.
사실 전체의 이익이라는 것이 그리 거창한게 아니다.
회사에서는 동료가 자리를 비웠을 때 급한일을 대신 처리해주고, 관공서나 은행에서 종료 시간이 지나도 눈앞에 보이는 사람까지 처리해주는 것이 그렇다.
간단한 심부름이나 음식 주문같은 것을 누군가 눈치껏 나서서 하는 것도 그렇다.
어디에도 그렇게 하라고 명시된 곳은 없지만 전체를 생각해 조금씩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 사람들은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이 조금 손해보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폴란드에서는 조금 다르다.
정해진 약속이 우선이다.
각자의 일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고 책임소재가 분명하다.
그에 따른 보상도 비교적 명확하다.
정해진 것만 잘 하면 되니 눈치볼 것도 없고 규정대로만 하면 되니 융통성을 발휘할 것도 없다.
개개인은 전체 관점이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한 고민을 일단 접어둔다.
하지만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답답하고 힘이 든다.
특정 업무를 전담하는 사람이 휴가를 가면 그 업무는 일시 중지다.
정해진 일은 미리 했겠지만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면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
주위 사람에게 물어본들 소용없다.
바로 옆자리 동료조차 그 일을 전혀 모른다.
대부분 자신의 업무 외에는 알아야 할 이유도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보고 준비로 폴란드사람 담당자에게 자료를 요청한 일이 있다.
간단한 자료를 몇 번이나 틀리기에 답답한 마음에 내가 직접 자료를 받을테니 시스템 사용법을 알려달라 부탁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첫 마디가 자기일에 왜 관심을 갖느냐 혹시 자기를 해고하려는 것이냐 묻는다.
이 정도로 다른 사람의 업무에 관심 갖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심지어 경계한다.
눈치나 융통성이 없다는 말은일 외에는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뜻 이기도 하다.
한국사람이라면 적당히 누군가 할 법한 일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간단한 업무가 새로 생겨서 한국인 상사가 담당자를 한 명 정하라 하니, 부서원들이 한참 회의를 하고 돌아와 그 일이 계약조건에 명시된 사람이 없으니 사람을 새로 뽑아달란다.
새로 인원을 투입할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라 하니 곧바로 그 일을 하면 추가 보상이 무엇이냐 묻는다.
또 한번은 회사 주방에서 폴란드여자 직원이 화가나서 씩씩거리고 있길래 들어보니, 외부에서 손님이 왔는데 한국인 상급자가 자기한테 커피를 두 잔 시켰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중에는 여직원에게 커피를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티비나 영화에서도 남자직원 보다는 그 쪽이 더 익숙한 그림이 아닌가.
그 역시 무의식적으로 가장 먼저 보이는 여직원에게 부탁했으리라.
하지만 폴란드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굉장히 당혹스럽게 받아들인다.
남녀문제를 떠나 근본적으로는 직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이 아닌 일을 요청받았기 때문이다.
대게 이런식이니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폴란드 사람들이 상당히 비협조적으로 보일법 하다.
우리의 미덕인 솔선수범이나 자발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하지만 폴란드사람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약속된 대로 하자는 원론적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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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해외생활을 몇 년 하면서 시간날때마다 일상을 정리하고는 했는데 모이고 보니 마땅히 쓸데가 없군요
그래서 눈팅하던 사이트에 올려봅니다.
혹시 외국에서 회사 생활을 생각하시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