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1.
정시 100퍼센트는 좀 아니지만, 그래도 정시 비율은 올리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네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시 비율이 50퍼센트만 되어도 교실 붕괴가 시작됩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왜 유은혜 장관이 현행 제도를 보완만 한다고 할까요? 성난 민심을 못읽는 바보라서?)
고등학생이 '저, 정시 갈 건데요?' 라고 말하는 의미는요, '나, 내신 필요 없고 학교 생활이 별 의미 없으니
나는 건드리지 마라. 네 수업 시간에 수학문제 하나 더 푸는 게 인생에 도움된다' 라고 교사에게 선언하는 겁니다.
정시 확장은 이런 학생의 비율이 올라간다는 의미입니다. 수업 진행...안됩니다.
현대 국가에서, 제대로 된 '고등학교 교육' 의 의미가 뭔 줄 아십니까. '시민'을 길러내는 겁니다.
대입 관련 문제만 줄창 풀어대면 올바른 정신을 갖춘, 남과 협력할 줄 아는 '민주 시민'이 나옵니까?
(수능 만점자인 일베 서울대생은 잘도 배출되더군요. 보세요. 서울대, 고대, 연대에서 '조국 몰아내자'는
애들은 있어도 '조국을 지키자'는 소리는 1도 안나오죠? 왜 그럴까요? 요즘엔 초중고 12년 간, 살인적이고 비인간적인
사교육 입시 시스템을 통과한 애들만 거기에 가거든요. 12년 간, 이기심만 연습한 결과입니다. 예전처럼 고 1,2 때 소설도 좀
읽고 즐겁게 살다가, 갑자기 고3 때 정신차렸더니 서울대생이 되어 있더라....는 시대가 아닙니다.
공익과 정의엔 관심도 없는 이런 애들이.... 나중에 엘리트인 척 하게 되겠지요)
현행 교육이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라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지금 학교도 여전히 입시교육 위주입니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문제풀이만 하는 교육에서
발표도 하고 협업도 하고 대회도 열고....훨씬 더 다채로워지고 있습니다.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21세기에 맞는 교육 쪽으로 가기 위해 많은 교육자들이 애를 쓰고 있다는 건 평가해야 할 일입니다.
이것은, 내신 성적을 (수행평가 포함) 높이 평가해주는 수시 제도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정시 비율을 획기적으로 올리면요.....어떤 학교 수업이든 다 망가지게 되어 있습니다.
즉, 개선된 미래 교육의 문이 완전히 닫히게 됩니다.
(아주 극소수 학교에서 발생하는 내신 비리가 마치 모든 학교의 보편적인 문제인 것 처럼 말하는 건 과잉이라고 봅니다)
2.
현행 수시제도는 점점 개선되고 있습니다.
학종 간소화 조치로 외부 평가기관 시험성적, 외부 대회 수상실적, 소논문, 교사 추천서 등이
폐지되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저는 교과 외 활동의 입시 반영은 모두 폐지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교내 대회 실적,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자소서....등등)
지필 고사를 논술화 하고 수행 평가를 더 내실있게 하여 내신 성적이 정말 의미있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입니다. 맘 같아서는 핀란드 처럼 등수 없애고 개인 별로 진도도 다른,
개인이 정해진 기준을 따르는 게 아니라, 개인이 필요한 교육을 받게 하는 시스템이 맞다고 보지만,
지금 당장 여기 오유만 해도, 정시를 줄여야 한다고? 부들 부들....하는 분들이 대다수.... 성적 등수를 소수점 까지
따져서 가려야 '공정하다'고 믿는 한국 사회에선 아직 언감생심이죠.
교육 평론가 이범 을 아시죠?
얼마전까지 민주당에서 일했습니다.
대체적으로, 이 분 말이 옳습니다. 이 사람은 현실과 맞지 않는 이상주의의 한계와 문제점을
너무 잘 알고, 대중의 욕망도 잘 읽어냅니다. 잘 나가는 사교육 전문가였으니까요.
그러나 이 분은 공익이 뭔지 압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이 분의 대입제도 개선 방안을 경청해보시기 바랍니다.
가장 현실적이고, 방향성도 옳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