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지 딱 일주일 됐어요. 이유는 신앙 때문에요. 전 무교고 전남친은 기독교인데 아주 신실해요. 5년을 사겼어요. 사귀는 내내 절 위해 기도했대요. 신앙이 있는 여자를 만나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제가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제발 제게 신앙이 생기게 해달라고 기도 했대요. 전 결혼을 하면 제가 매주 교회에 나가고 성경공부 하는 정도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남친은 그런 걸 얘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 신앙이 있는 것, 매일 같이 기도드리고 말씀 나누고... 정말로 하나님 안에서 사는 가정을 원한대요. 이제 저를 사랑하면 안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대요. 신앙 없는 배우자와의 결혼생활은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헤어졌어요. 서로 그 동안 고마웠다, 미안했다 얘기하면서 안아주고 헤어졌어요. 헤어지는 순간에도 내가 그 동안 건강한 연애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칼 같은 사람인데, 제가 부탁했어요. 나중에 만나서 밥이라도 먹자고.
제가 좋아하는 남성상이 술담배 안하고, 이성 친구와 친분 쌓지 않고, 성매매 같은 유흥을 혐오하는 건전한 남자예요. 정말 딱 그런 남자였거든요. 담배 안피는 남자는 많아도 술까지 잘 안하는 남자는 보기 어려워서, 신앙 때문에 망설여지면서도 계속 사겼어요. 그리고 너무 좋고 착한 사람이라서 저도 많이 좋아했구요. 이제는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문제때문에 이별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였고 다시 사귀고 싶다는 미련도 없어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꾸 연락하게 돼요. 저 혼자 카톡으로 밥은 먹었어? 전화해도 돼? 이렇게 말하고 전남친은 읽고 답장 안해요. 그게 서운하진 않아요. 제가 계속 연락하는 게 우리 둘 다 힘들게 한다는 걸 알거든요. 처음 전화해도 되냐고 물었을 때 전남친이 안된다고 답장했어요. 왜? 물으니 그러면 더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아직 둘 다 이별하고 있는 중이라서 힘든데, 제가 자꾸 연락하는 바람에 절 잊으려고 노력하는 전남친도 힘들거라는 걸 알아요.
그런데 왜 자꾸 연락하고 싶을까요. 읽고 답장을 보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카톡을 보내요. 하루는 잘 자, 그 다음날은 감기 조심해. 이러면서....
이율배반적인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나를 잊는 게 힘들었으면 하는. 나쁜 심보를 가진 나라서 미안해요. 내일은 잘 참고 연락하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다시 또 혼잣말 하듯 연락해서 전남친이 제 연락을 받고 하루라도 절 늦게 잊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다 끝난 마당에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굴어서 미안해요. 제가 이런 남자를 또 만나서 사랑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