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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넋두리
게시물ID : freeboard_18568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프넬
추천 : 0
조회수 : 49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9/10 18:22:39

자살하겠다는 너의 말을 듣고 나는 너를 찾았다
정신병원에서 갓 나와서 양주를 들이킨채로 손목에 자해를 한 흔적을 남긴채
너는 몽롱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한참 이쁘고 귀여운 새내기었는데
소설을 쓰면서 비평을 하면서 그렇게 생기가 가득하고 보람있어하고
적극적으로 열정적으로 당당하게 선배들 앞에서도 너의 할말을 하던 너였는데

마지막으로 내가 너에게 남긴 말은
나는 네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약기운과 술기운에 일주일 넘게 취해 있었던 너는 아마 기억하지 못했을까

그렇게 몇년을 무사히보내고 너에게 부재 중 통화가 온 날 
나는 니 전화를 받지 못했다

일주일 후에 니 친구로부터 들었다
니가 자살했다고

사랑했던 사람이 자살을 하면 모두 자신의 탓이라고 원망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나는 이걸 이론적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내가 전화를 받았다면, 
그때 내가 전화를 받았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널 살릴 수 있지도 않았을까
너는 그렇게 떠났다

내가 졸피뎀을 먹지 말라고 경고했더라면
내가 조금 더 옆에서 같이 있어줬더라면
난 의사도 아니고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그러면서 가만있는게 아니라 어떻게든 뭐라도 했었다면
내가 그날 전화만 받았더라면

그랬더라면



나는 너의 기억이 트라우마에 걸려
한동안 정신병적인 행동을 했다
죽고 싶다는 사람 힘들다는 사람 자살하고 싶다는 사람들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다

살린 사람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가끔 연락이 오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래도 좋은일 해서 내가 잘 살면 보람차지 않냐고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산자들에게는 관심이 없나보다
내가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여전히 아픈 손가락들



살고 싶다고 말하던 여자
세상이 너무 거대하고 무서워서 두려워하던 사람
한때는 나랑 통화하는 도중에도 자해할 정도로 힘들어했다
그래도 조금씩 밝은 목소리를 내고 농담을 하고
그래도 용기를 가지고 자신을 폭행하는 애인과 헤어지고
돈 한푼 없이 혼자 독립해서 공장에 다녔다
나는 차라리 이전에 다니던 바를 당분간 다니라고 했지만
이제 당당하고 떳떳하게 인생을 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모든 일들이 다 좋아지는 것만 같았다

암판정을 받고 오던 날
본인은 본인이 그냥 죽을 팔자인것 같다고 했다
병원에 가자니 돈이 없고 돈을 벌자니 공장에 가야하는데
몸이 아파서 갈수가 없고 그냥 다 끝난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짜증과 화가 늘었다
더 이상 나와 연락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라는 한 개인이 그 사람을 도울 방법은 더 이상 없다는 걸 난 깨달았다
내가 미워서 연락하지 말자고 했을까? 나는 정말로 그랬기를 바란다
인생을 포기하려고 나조차 끊어냈을까? 그런 생각은 기우이기를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너는 지금, 살아있을까?



누군가는 나에게 친구가 자살할 것 같다고 했다
나에게 상담을 좀 해달라고 했다
상담을 내가 해 줄 순 있지만
내가 정식 상담사가 아니라서 그 사람이 날 신뢰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 사람이 나와 상담할 의지가 있어야 될 문제지 강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며칠 후에 그 친구가 죽었다고 나에게 연락이 왔다

"친구가 좀 힘들어하니 상담을 해달라"
"일전에 말했던 그 친구 결국 자살했다"

그도 한 인간이고 살아온 인생이 있을 것이고
그를 아끼던 다른 사람들도 있었을 것인데
내 입장에서 그에 대한 소식과 죽음은 저렇게 짧고 간결했다
그때 내가 어떻게든 그 사람과 상담을 하려고 노력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까



뛰어내리려고 옥상 난간에 선채로 나와 전화 연결이 되었던 고등학생
섭식장애 우울증에 매일 밤마다 자해를 하던 고등학생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면서 성폭행을 고등학생
일가친척 하나 없었기 때문에 할아버지와 같이 살 수 밖에 없었다
그 아이의 집 근처 쉼터를 알아봤지만 빈자리가 없었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더 이상 도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재산을 처분하고 동반자살 할 사람까지 구해놓고 나와 연락되었던 사람
8시간 넘는 설득 끝에 나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내가 모든 사람을 살릴 순 없고 내가 가장 똑똑하고 현명한 것도 아니고
내 말이 다 옳은 것도 아니겠지만

너는, 내가 널 살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진심이었다는 것, 그건 알거라고
하지만 니 뜻이 정녕 그렇다면 내가 받아들이겠다고
나는 예수가 아니니까 세상 모든 사람을 구할 순 없으니까

그러자 살아보겠다고 했다
병원에도 다녀보고 운동도 하고 밖에도 나가보고
내 말대로 한번 노력해보겠다고 했다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착했다
나는 단지 힘든 이야기를 조금 들어주고 어줍잖은 조언을 했을 뿐인데

어느날 문득 나에게 자신의 남은 재산 몇천만원을 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저 돈을 받으면 그 사람이 자살 할 것임을 직감했다
나는 만나면 돈을 받겠다고 했다
그 사람은 내가 만나면 죽지 말라고 설득 할 것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나와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연락이 끊어져버렸다

너는 지금, 살아있을까?



생각난다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
왜 더 열심히 공부해서 정신과 의사가 되지 않았냐고
너 같은 정신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던 사람

내가 젊은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제대로 된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면
내가 돈이라도 많이 모아서 암에 걸린 그 사람에게 수술비라도 줄 수 있었다면
내가 돈이 아주 많아서 밤마다 공포에 떠는 고등학생에게 집을 구해 줄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 사람들을 다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4분마다 한명이 자살을 시도 하는 나라 대한민국
40분마다 실제로 한명이 자살을 성공하는 나라 대한민국
20대 30대 사망원인 1위 자살인 안타까운 대한민국
10대 20대 자살률만 유독 상승하는 개xx은 상황

왜 이렇게 죽음이 많을까
가장 큰 재난 앞에서 국가는 왜 더 적극적으로 막아보려고 하지 않을까

왜, x발, x장,

젊고 어린 아이들이 저렇게 죽어가는데
목숨보다 중요한게 뭐가 있다고 왜 정책적으로 우선시되지 않는걸까

나는 왜 더 열심히 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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