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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벽
게시물ID : readers_341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월향_fullmoon
추천 : 1
조회수 : 40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9/07 0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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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월향
 

어렸을 때부터 사람이 좋았고 사랑이 좋았다. 근데 상처가 없는 사람과 사랑은 없었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게 없던 울타리가 있었다. 그 울타리는 화살과 돌멩이를 막아주는 듯 했다. 그래서 나도 울타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울타리는 모든 걸 막아주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때 생각했다. 사랑받지 않아도 되니까 상처만 받지 말자고. 난 더 크고, 두껍고, 단단한 벽을 쌓기 시작했다. 벽을 쌓는 건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
나름 커다란 벽을 쌓았다. 다른 사람들과 견주어도 지지 않을 만큼. 그런데 벽을 쌓고, 밖에서부터 상처가 날아오지 않으니 내가 날 상처 입히기 시작했다. 스스로 선을 긋고, 지우고의 반복이다.
벽을 쌓아도, 바깥의 소리는 들린다. 그 시끄러운 소리 중, 유난히 크게 들리는 날 부르는 소리. 나도 그 소리에 반갑게 맞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달았다. 벽을 쌓는데에만 급급한 나머지 문을 만든다는 걸 잊어버렸다. 벽은 지친 나에게 너무나도 컸다. 이제 난 갇힌거다. 내가 날 가뒀다. 아무리 밖에서 망치질을 한들 내가 이 벽 밖으로 나가는 날이 올까? 벽 밖으로 나가기 전에, 내가 흘린 눈물이 벽 안을 가득 채워 잠기는 건 아닐까. 날 구하려는 망치질 소리가 무섭다면 난 끝인 걸까.
난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돼버렸다. 왜 내가 벽을 쌓을 때, 아무도 말리지 않은 걸까. 그 때 화살과 돌멩이가 아닌 사랑이 있었다면 멈출 수 있었을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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