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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판타지연재소설]민족혼의 블랙홀 제39화 임금 앞 전시
게시물ID : readers_341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K.sy.HE
추천 : 1
조회수 : 40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9/02 06:53:06


민족혼의 블랙홀



제39화 임금 앞 전시 



두 명의 기수가 마주 보았다. 그 중 한 명은 성남이였다. 창날의 길이가 손가락 아홉 마디, 창대의 길이가 3미터에 달하는 창을 들고 돌진했다. 

“물론 창날은 다치지 않게 나무로다가 만들었노라. 험험. 그래도 다치는 자가 생기지.”

민 선달이 설명하는 동안에도, 두 필의 말은 서로를 향해 맹렬하게 달렸다.

“히히힝~!”

퍽!

나무로 만든 창날이 창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성남이가 휘두른 창끝이 상대방이 든 창 중앙을 정확히 맞혔다.

창을 휘두르는 속도에 말이 달리는 속도가 더해졌다. 창날로 창을 가격하기만 했을 뿐인데, 창이 반 바퀴 회전했다. 상대는 창을 놓지 않으려 했다. 두 손으로 창을 꽈악 움켜잡았다. 그러다보니, 창과 함께 반 바퀴 회전했다. 결과는, 낙마였다.

“아이쿠!”

상대는 공중을 날아 땅에 처박혔다. 저만치 기수를 잃은 말이 홀로 달려가는 게 보였다.

“홍 가, 승!”

시험관이 성남이의 승리를 알렸다. 저만치서 옥좌에 앉은 주상 전하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다음 시험은 편추 과목이었다.

아까 기추 시험 때처럼, 지푸라기로 빚은 인형이 좌우로 도열했다. 화살을 쏘아 인형을 맞추던 기추 시험과 다른 점은, 인형이 6개라는 점, 그리고 각각의 인형이 28~30 걸음 정도 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무기도 활과 화살이 아닌 편곤이었다.

“아닐세. 내가 알음알음 알아보았는데, 이번 년도에 무과 2차까지 합격한 스물 여덟 명 중에 안동 김 씨 자제는 없었네.”

민 선달이 짐짓 근엄한 척 하며 넌지시 정보를 흘렸다. 

“아니, 꼭 안동 김 씨만 세도가란 법 있습니까? 김 가의 사위와 며느리 집안, 사돈의 팔촌까지 다 해당될 수 있습죠.”

“전주 이 씨는 없는가?”

재선이 물었다.

“물론 있습니다. 종친이라도 4대가 지나면 과거 시험에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제가 장원 급제했을 적에도, 제 아래 급제자 중 전주 이 씨가 꽤 있었습니다.”

민 선달이 대답했다.

“나는 서자에 불과하니, 말을 놓게.”

재선이 말했다.

“아이구~ 사도 세자 전하의 아드님이신 은신군 대감의 증손자 되는 분께 어찌 감히 말을 낮추겠습니까요?”

민 선달이 말했다. 이 다소 비굴해 보이기까지 하는 말투는 평소 나와 성남이에게 하대하던 “~했노라.” 말투와 완전 달랐다. 그러나 바뀐 말투에 불평할 틈도 없었다. 

“또 지난번처럼 편곤 시험에 철퇴 들고 나오는 부정행위자 새끼가 나오는 거 아녀?”

나를 목마 태워준 떡대 아저씨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혼잣말을 했다. 

떡대 아저씨의 대답에, 나는 심란해졌다. 사위가 되라는 제안을 성남이가 받아들이기만 하면, 세도 정치의 정점에 있는 병조판서 집안의 사위가 되는 것이다. 안동 김 씨 집안은 문과 합격자에 무과 장원 급제자까지 인척으로 추가함으로써 날개를 달게 되리라. 문과 합격자 중 안동 김 씨 자제가 나오리라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만인 앞에서 실력을 뽐내는 무과와 달리, 문과는 답안지를 제출하는 글쓰기 시험이다. 안 보이는 곳에서는 부정을 저지르기가 더욱 쉬운 법이다. 답안지 바꿔치기와 더불어, 답안지에 시험관과 나만 아는 표시 남기기가 성행하였다. 심지어 여섯 살짜리 사내아이가 가문의 힘으로 남이 써 준 답안지를 자기 이름으로 제출하여, 부정하게 문과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비록 잘 나간다고는 하나, 태어날 때부터 한 집에서 한솥밥을 먹고 함께 놀며 자란 성남이가 그런 집안의 하수인이 된다고 생각 중, 생각하면, 생각을 하면......  

‘그건 싫어!’

나는 고개를 저으며 하기 싫은 생각을 떨쳤다. 차고 있는 ‘명복’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옥가락지를 괜히 만지작거렸다. 주머니는 현부인이 준 것이지만, 그 안에 든 가락지는 성남이가 선사한 것이다. 지난 날 마을 아이들에게 얻어터지고 나서 그 뒷수습으로 동네 유지에게 옥가락지를 받아온 성남이는, 아버지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그 가락지를 결국 나에게 주었다. 사내 자식이 가락지를 갖고 있어봐야 쓸모없다나.

쓸모없는 생각을 한창 하고 있자니, 편추 시험을 시작하는 신호가 울렸다.

28명의 응시자들이 차례로 말을 달렸다. 초시와 복시를 거쳐 걸러진 정예들이었다. 그래서인지 말을 잘 다루지 못해 영 다른 길로 가거나, 말에서 떨어지거나, 표적을 하나도 맞추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모든 표적을 제때 맞추는 자도 없었다. 

이윽고 성남이의 차례가 되었다.

“상골분익세!”

시험관이 깃발을 휘둘렀다.

성남이가 좌측 손으로 말고삐를 잡고, 우측 손으로는 도리깨 모양의 편곤을 잡아 하늘 높이 휘둘렀다. 

“저게 무엇인가요?”

재은이 물었다.

“시험 시작 전, 말 타는 사람의 용맹한 기세를 드러내는 동작이란다. 일종의 기선제압이지. 난 더 멋있게 했었는데. 흠흠.”

민 선달이 다정한 어투로 설명했다. 사람에 따라 선택적으로 다른 말투를 구사할 수 있는 실력자였다. 비단 무예 뿐 아니라 처세에도 뛰어났다.

“청룡등악세!”

시험관이 다시 외치자, 성남이가 말을 달렸다. 달리고 있는 말 위에서, 고삐를 놓았다. 양 다리의 힘만으로 말을 꽉 옥죄면서, 양손으로 쌍절곤 모양의 편곤을 잡아 이마를 지나도록 높이 쳐들었다. 다음 순간, 첫 번째 표적을 향해 내리 휘둘렀다. 인형의 머리가 박살이 났다.

“실제로 전쟁이 터졌을 때, 말 위에서 창으로 적을 찌르면 그 창을 다시 쓸 수 없게 되지. 그래서 도리깨 모양의 편곤을 쓰게 된 거야. 쌍절곤과 다른 점은, 손으로 잡는 부분이 긴 막대로 되어 있고, 목표물을 타격하는 부분과 세 개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지. 방금 시험관이 외친 청룡등악세 자세로 편곤을 내리치면, 상대의 앞뒤, 왼쪽과 오른쪽 모두를 공격할 수 있단다.”

민 선달이 여전히 다정한 목소리로 재은에게 차근 차근 시험 관련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아아... 방금 멋졌어요!”

재은이 두 손을 모아 쥐고 큰 눈을 빛냈다. 긴 속눈썹이 팔랑이는 모습이 나비의 날개짓 같았다.

“하핫, 멋지지? 이게 다 장원급제자가 지니는 우주의 기운을 이 몸께서 불어 넣어준 덕분이노라.”

민 선달이 괜스레 뽐내었다.

“......”

모두가 입을 다물고, 성남이가 말을 달려 인형을 하나씩 편곤으로 타작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춘강소운세!”

시험관이 세 번째로 소리쳤다. 순간, 성남이가 좌측으로 편곤을 크게 휘둘렀다. 다른 인형이 박살났다.

“흐흠, 원래 방어 자세인데, 저렇게도 활용할 수 있네, 그려.”

나를 무등 태우고 있던 떡대 아저씨가 누구에랄 것도 없이 중얼거렸다.

“맞네, 맞아. 어찌 알았는가?”

민 선달이 놀라며, 또한 기뻐했다. 공통의 화제를 찾은 두 사내는 의기투합하여 열심히 무과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백호포휴세!”



-40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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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blog.naver.com/dankebitte/221635879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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