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기레기들이 소설과 뇌피셜을 망라해서 쓰니, 나도 소설 한 번 써볼까 한다. 뭐 어느 부분은 맞을 수도 있겠지. (뭐, 수십 가지 섞어서 쓰는데 하나도 안 맞기가 더 힘들겠지.) 안티의 안티 포지션에, 소설이라고 아예 언급했다. (쓰고 나서 돌아보니 이렇게 편하게 써질 수가 없다. 어차피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글이니... 팩트 체크도 필요 없고 기레기들이 왜 이 방식을 일찌감치 선호해 왔는 지 몸소 1,000%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근데 너넨 프로잖아. 이 기레기들아)
- 제 1 저자 -
의견이 분분하다.
'논문'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는 글도 있으며, 절대 이런 '논문'은 고등학생이 쓸 수 없으며, 제 1 저자는 가당치도 않다라는 의견도 또한 있다.
당시 대입(혹은 유학) 스펙 요구 사항에 맞는 '논문을 써봤다'라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단정한다면 저자로서도 충분했어야 한다. 굳이 1저자에 무리수를 두어가며 올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이건 '에세이'론이 맞다. 쓰는 김에 조금 더 거창하게 포장을 했을 수도 있다.
이는 조양이 어떻게 해서 이 과제를 선택했는 지가 중요한 관건일 수도 있다. 포괄적으로 지원과제에 선정되어서 연구비가 나오기도 했고, 1차 논문도 작성되기도 했으니, 이 데이터를 활용해서 새로이 다른 방향에서 정리하는 정도의 리포트면, 구색도 갖출 수 있고 새로이 데이터를 뽑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을테고,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저자니 약간의 지도로도 당시의 입학사정전형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레벨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정말, 진짜 논문의 수준을 입학사정관제가 요구했다면, 입학사정관제를 만든 정부의 책임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물론, 당시는 이명박 정권이었고, 난 굉장히 높은 확률로 학력의 대물림을 위해 좀 더 나은 가정형편과 기득권을 지닌 사람들을 위해 이 제도가 만들어졌고 생각한다. 통계자료를 찾아볼 필요도 없이 막걸리 대학교, 시골아이들이 가득한 고려대학교의 강남출신 학생들 비율이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해서 대폭 높아졌다. 물론 수시 도입으로 그전엔 자격이 안 됐던, 못 가던 이들에게 어느 정도 문이 열렸지만, 전체적인 비율을 보자면 분명 강남(혹은 기득권층) 학생의 비율이 대폭 증가했다고 본다.))
뭐, 어차피 소설이니까 쓰는 거지만, 나는 우리 나라에서 기득권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정책을, 비기득권조에서조차도 비정상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이 높다고 생각한다. 비기득권이 힘들여 기득권층이 됐을 때(혹은 됐을 때를 예상해), 이를 손쉽게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모처럼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기득권층의 특권과 달콤함을 맘껏 누리고 싶은데 어떤 불확실한 이유로 인해서 이 부분이 흔들리게 되는 것을 미리 불안해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는 그만큼 기득권층이 누리는 이익과 권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많이 없어졌지만(물론, 비근한 예로 '부모도 능력이다'라고 설치고 다녔던 게 있었지), 내가 누구 아는데(아니면 무슨 사인데)? 너 내가 누군 지 알아? 우리 아버지가 누군 지 알아? 이런 '빽'이니 '로얄 패밀리'니 '금수저'의 다른 버전을 무수히 듣고 자라왔다. 뭐 '유망 (공)기업에는 빽 없으면 안 돼', 이런 거 우리 세대라면 그게 그냥마냥 소설이 아니었던 거, 다 알고 있을 거다. 심지어 내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입사지원서에서 '회사 내 지인', '부모 직업' 다 기재하도록 되어 있었다. 난 그 용도가, 만의 하나 빚어질 수도 있는 '결정적인 실수 및 실례'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한 인사담당자의 고민이 반영된 것이었다 생각한다. 뭐 그보다 더 전엔 각종 보증까지도 요구했었으니 더이상 말해 무엇하랴.
당시엔 이런 학벌 대물림 제도를 만들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기관에 적극 푸시를 했고, 이 푸시를 받은 교수, 교사 들은 이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장했을 거다. (이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진학과 진로 쪽으로 관심 많은 이들은 당연히 이를 적극 활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 그 프로그램을 지원했고 어떻게 진행되었을 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그런 관심을 가졌던 커뮤니티 중의 일원인 그 고등학생은 새로 바뀐 이 입학형식에 따라 지원했고, 그 지원 내용을 맞추려 애썼을 거며, 부모도 이리 바끤 그 제도 하에서 높은 수준의 대학을 가려면 이 과정의 필요성을 인지했을 거라고 본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두어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그 제도에 맞추는 수준에서 자신의 자식을 지원했던 것이 그들에게 당시에 죄의식이 있을 수 있었을까? 혹은 지금 논란이 되는 정서적인 부분을 거슬릴 수 있을 거라고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정부에서 밀어주고 관련 학계에서 지원학생을 지원하고, 높은 수준의 대학을 가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언론에서조차 방법론을 제시하던 상황에서 10년 뒤의 현실을 예측하고 적법한 내용에서 한 지원이 문제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과연 생각할 수 있었을까?
둘째. 판단과 판정 기준이 애매모호하던 그 당시에 반드시 제 1저자로 등재시키고 싶어하는 욕심을 무리하게 부렸을까? (가령, 제 1저자로 등재하면 가산점을 준다던가 하는 반례를 아직 보지 못 했다.) 잘 알지도 못 하고, 알 수도 없는 판정기준에 맞춰 그 부분만 선택적으로 요구한다는 게 가능한 것인가? 그게 그렇게 욕심을 부릴 레벨이었다면 그보다 더 확실하게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다른 부분에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액션이 당연히 있었어야만 한다. 요구하지 않았는데도(당연히 어떤 댓가를 주고 받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그럴 필요도 없었고) 그렇게 해줬다는 건 그게 어느 용도에서 사용된 것인 지를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결과다. 내가 소설을 쓰며 내닌 결론은 이거다. "새로 바뀐 입학제도 내에서, 그 입학제도를 장려한 측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한 '(해외 및 국내용) 에세이'에 가까운 논문 작성 프로젝트 내에서, 학생 파트에서 요구하는 부분을 성실하게 혹은 기대 이상으로 행해줬기 때문에 한 배려로 인한 결과물"이다.
셋째. 교수의 표현. 담당교수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진행했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당시의 입시 제도가 변경됐었고 그 프로그램에 본의건 타의건 간에 합류하게 되었으며, 그 입학용 레퍼런스로 작성하는 일을 하게 됐다. 그 작업 결과로 등재까지 된 논문이 만약 수준이 낮다고 판단되면 본인 입장 뿐만 아니라, 그 저자의 입장까지도 곤란해질 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누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게 되면 패닉 상태가 되기 마련이다. 지금처럼 여러 정보가 있을 때도 아니고. 이는 딜레머를 연상케 한다.
어느 누가 갑자기 달려와서 엄청 큰 일이 벌어졌는데, 이 일이 당신과 많이 관련되어 있고 당신이 큰 곤란을 겪게 될 지도 모른다고 윽박 지른다면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가 힘들고 만약 10년 전 기억을 이런 상황 속에서도 어렵사리 떠올렸을 때, 그리고 혹시 곧이곧대로 얘기했을 때 관련된 당사자들, 본인, 고교생, 공동 저자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논문의 가치를 오히려 높이 평가해서 말했을 지도 모른다. '아 그거 당시 입학사정관제 내에서 협업과제로 지정됐기 때문에 진행했던 가벼운 수준의 논문이에요'보다는 '나름 수준이 높은 논문이었고, 그 아이가 다른 아이와 같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와줬을 뿐만 아니라 높은 성의를 보였고, 정리를 한 기여가 있기 때문에...'가 당시엔 좀 더 그럴싸한 표현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넷째. 논문의 목적.
이 논문의 목적이 정말 고교생과 의대의 교수진까지 포함해서 한 공동 프로젝트인가? 이 학생이 천재여서 아무런 전공이나 지도 없이 이런 학문적 성취를 쌓았고, 그 연구나 학문적 성취가 너무 근사해서 교수 및 연구진이 공동 프로젝트로 제안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렇다고 볼 사람이 있을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의혹이 풀린다고 생각한다.
애당초 이 논문이 진행된 건 그냥 정부에서 변경된 입학사정관제 취지의 지원 프로젝트라고 봐야 한다. (물론 해외 제출용으로도 봐야 하고) 이 취지에 대응했을 때 돌아오는 정부 차원의 병원에 대한 지원이나 혹은 대응하지 않았을 때에 예상되는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학생이 배정됐는 지, 학생 스스로가 이 교수나 과제를 택했는 지는 현재 알 수 없지만, 교수 입장에선 그저 있던 몇 년 묵은 데이터를 활용해서 정부의 취지에 대응하는 적당한 프로젝트를 하나 만들어줬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나 더. 논문의 제 1저자의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 대입의 당락이나, 어떤 결정적인 이권의 획득 여부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이것이 담당교수의 단순한 호의 정도로 보여진다. 이 당시 새로 도입된 제도라서 프로세스가 정착되지 않았고, 어떤 왕도 같은 게 있을 리도 전무했다.
그래서 어차피 대입용 '에세이'론이 더 맞다고 본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는데, 난 "'에세이 제출'이 대학 가서 '논문'을 작성하는 준비훈련을 미리 좀 했어요. 난 계속 해서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이렇게 본다. (아, 편하다 소설식 구성). 2차 데이터로 취합해서 정리하는 논문이니 그런 용도로밖에 쓸 수 없었다고 본다. 이 논문이 도저히 쓸 수 없는 논문이라던가, 제 1 저자를 맡는 게 과하다고 하는 이들이 이런 전후과정을 생각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이 논문의 데이터가 4년 전의 샘플에서 나온 거조차도 모르고 말한다.
문제거리가 있다면, 여기에서 이 논문, 아니 이 '에세이'가 좀 더 과하게 포장됐다는 거다. 그 포장되는 과정과 의도는 아주 정확히 짚을래야 짚을 수가 없다. 제도 자체가 정립이 되지 않았고, 스펙용 논문의 가이드 라인이라는 것 또한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속은 알 수 없지만 아이의 노력이 가상하고 어차피 저 아이가 가져가서 어필할 논문이라면 제 1저자면 어때? 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면 그 교수와 공동으로 쓴 논문 전체(이런 식의 에세이 포함, 추가로 다른 고교생과도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수도 있으니)를 파악해서 어떤 식으로 저자를 등재하는 지에 대해서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소설을 쓰고 있는 중이니까 소설에 기반한 내용을 확인가능한 분이 혹여 본다면 이에 대한 내용을 소설 아닌 형태로 올려 주시길 소망해 본다. (ㅎㅎ 정작 본인은 소설을 쓰고 있으면서)
대부분의 기자(라고 쓰고...)들이 서로 가짜 뉴스를 인용과 재인용, 의혹 등으로 점철시킨 거에 비하면, 이 소설은 상당히 완곡하고 적어도 그네들보다는 성의를 보였다고 감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결론기피자들에게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자면,
"바뀐 대학입시 제도와 해외유학을 대비하여 적법하게 진행한 고등학생 지원 프로젝트에에 담당교수가 학생의 의지와 노력을 높이 사서 큰 고민이나 죄의식 없이 호의와 배려로 매긴 제 1저자'.
끝.
(여기까지 장문을 읽으신 분이 계시다면 뭐라고 표시라도 좀 해주세요. 쓴 사람에 호의와 배려를..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