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공행동연구소의 Act 이동석입니다. 와이프와 결혼을 하고 처음 겪은 갈등은 바로 ‘빨래’였습니다. 그동안 저는 팬티, 양말, 바지, 티, 와이셔츠 등의 모든 옷을 한 번에 세탁기에 넣고 빨래를 했던 반면에 와이프는 속옷은 속옷대로, 흰 색깔의 옷은 흰 색깔의 옷들만 모아서, 검은색의 옷들은 다른 색의 옷들과 함께 모아서 빨래를 했죠.
흔히 문제는 ‘현재의 실제 모습과 기대하는 이상적인 모습의 차이(Gap)로 무엇인가 해결이 필요한 어떤 사실’이라고 합니다. 분명 와이프와 제가 빨래하는 방법의 차이는 ‘문제’였고, 서로의 다른 빨래 방법이 계속되면 마치 콩과 식물인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고설켜서 도저히 풀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갈등(葛 - 칡 갈, 藤 - 등나무 등)’이 될 거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사소한 빨래가 왜 갈등이 될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러자 3가지가 떠올랐습니다. 첫 번째는 ‘무지’였습니다. 빨래를 할 때 와이프처럼 빨래를 해야 옷들이 덜 상하고 더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제가 몰랐던 거죠. 그리고 두 번째는 ‘오해’였습니다. 한 번에 다 빨래하면 끝날 일을 와이프가 꼼꼼하니까 괜히 일을 벌여서 피곤하게 한다고 오해를 했던 거죠. 그게 아닌데. 세 번째는 ‘세탁기’였습니다. 자원의 유한성이라고도 하는데 결국 내 빨래는 내 세탁기에서 하면 되고, 와이프 빨래는 와이프 세탁기에서 하면 되는데 우리 집 세탁기는 단 1대였기 때문에 갈등이 생겼던 거죠.
제가 위 3가지를 인식하고, 와이프 방법으로 빨래를 함으로써 우리 집 빨래 문제는 모두 해결되었습니다. 물론 와이프가 없을 때는 옷들을 한 번에 다 때려 박고 빨래할 때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구름이(우리 집 강아지) 때문에 엄마와 제가 갈등이 있을 뻔했습니다. 저는 인천에 살고, 부모님은 대구에 사는데 엄마가 좀 외로워하는 것 같아서 구름이를 엄마한테 보냈죠. 그런데 엄마가 구름이를 애견미용하는 곳에 맡겨서 털이 하나도 없게 빡빡 깎인 겁니다. 엄마가 미리 저한테 구름이 털 깎인다고 이야기는 했습니다. 12월에 우리 와이프가 출산을 하니까 임산부가 개털 날리고 하는 환경에 있으면 좋지 않으니 구름이 털 깎인다고는 했었는데 이렇게 털이 하나도 없이 깎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거든요. 제가 구름이의 처참한 모습의 사진을 보고 화가 나서 엄마한테 전화를 하려고 했던 찰나에 제가 지난번 빨래 문제로 고민하면서 제 나름대로 도출했던 갈등의 원인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엄마가 구름이는 스피츠라는 견종이라서 이중모이기 때문에 털을 그렇게 짧게 깎이면 나중에 털이 잘 자라지 않을 수도 있고, 털이 자라면서 겉털과 속털이 엉켜서 피부병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엄마가 저렇게 털을 빡빡 깎여달라고 미용사한테 부탁했다고 나 스스로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이 정리되고 난 뒤에 엄마에게 전화를 해봤더니 역시나 엄마는 스피츠라는 견종의 특성에 무지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에게 차분히 구름이는 털을 그렇게 깎이면 안 되는 견종이라고 잘 설명을 드렸죠. 또 확인을 해봤더니 엄마도 미용사가 구름이 털을 그렇게 깎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냥 구름이가 미용한지 얼마 안 돼서 좀 짧게 깎아 달라고는 했지만 그렇게 털이 하나도 없이 미용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거죠. 제가 엄마를 오해할 뻔했던 겁니다. 어쨌든 구름이의 처참한 모습이 가슴 아프기는 했지만 구름이 때문에 엄마와 제 사이에 특별한 갈등이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독일의 심리학자인 토마스(Thomas) 박사와 킬만(Kilmann) 박사는 ‘자신의 목표’와 ‘상대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갈등 대처 유형을 회피형, 경쟁형, 타협형(절충형), 수용형(양보형, 순응형, 호의형), 협력형 5가지로 구분했고 문제와 갈등 상황에 따라서 5가지를 적절히 활용해야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와이프가 빨래 문제를 거론할 때 처음에는 “알았어, 알았다고, 다음에는 여보가 말하는 대로 그렇게 할게”라고 이야기하면서 그 순간을 회피했습니다. 그러다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제가 무지했고 와이프의 빨래 방법이 맞는 것 같아서 수용/순응했고, 이제는 더 나아가서 와이프가 조금 더 바쁘고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제가 빨래를 해버리고, 제가 조금 더 바쁘고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와이프가 빨래를 하면서 서로가 집안일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털이 깎인 구름이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제가 엄마한테 “구름이는 내 강아지지 엄마 강아지가 아니에요. 엄마는 견종 특성도 모르고, 그렇게 미용시키면 어떻게 해요?! 앞으로 구름이 절대 미용시키지 마요. 내가 알아서 다 할 거니까!”라고 했다면 경쟁형이겠죠. 하지만 엄마의 무지를 이해하고, 내가 엄마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생각해보니까 엄마한테 이렇게 말이 나가더라고요. “엄마! 구름이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구름이는 스피츠라서 털을 그렇게 깎으면 안 되거든요. 다음에는 미용할 때 아들과 먼저 상의하고 같이 구름이 데리고 미용하러 가요”라고 말하며 엄마와 타협했죠.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문제를 만나고, 갈등 상황이 생깁니다.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우리가 전혀 컨트롤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떠한 문제와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그저 나의 주장과 감정에만 집착하지 않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이익이 될 수 있는 해결 방법을 생각해보고 실행하는 겁니다. 이왕이면 서로 함께 웃을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우리들이 선택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빨래 잘하고, 구름이 털이 빨리 자라길 기도하는 성공행동연구소의 Act 이동석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