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처음부터 보이스피싱인줄 알고 한 일은 당연히 아닙니다.
어디 글 남길 곳도 없고 답답하고 조만간 경찰서 출석해 조서 작성하러가는데 신세한탄하려 쓰는거니 가다 심심하면 한 번씩 읽어주세요.
일은 3-4일 했습니다. 처음에 시작한 계기가 고액 알바라는 말에 혹해 일 할 자리도 한정적인 미성년자인 저에겐 꽤나 달콤한 금액이었죠.. 시작은 인출대신 퀵을 했어요 퀵에 내용물은 작업대출 서류 및 주식작업에 쓰이는 서류라고 저를 안심시키고 보이스피싱이라곤 절대 안하더군요 어린 나이에 세상 물정 모르고 순진하게 이용 당했습니다 건당 5만원이라는 작은 페이에 배달 일을 해본 저에겐 이게 훨씬 더 낫겠다 싶었죠 합법이라는 가정에는..
2일 정도 퀵을 하다보니 뭐 저에게 '일을 열심히 하고 별 탈 없이 진행을 잘 해주어서 말인데' 라고 이야기를 꺼내며 인출 담당을 해 볼 생각이 없냐 묻더군요 깨름직 했지만 돈은 자기가 책임져 준다며 한 번 해보라는 겁니다.. 돈 벌려고 시작한 일인데 더 준다니 그때의 저는 마다 할 이유가 없었죠.
그랬더니 저에게 제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 그리고 부모님 연락처를 묻더군요 돈을 만지다보면 도망가는 친구들이 태반이라고 담보 개념으로 이야길 해서 뭔가 아니다 싶어 맨 처음엔 그럼 그냥 안한다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하려 했는데 이게 맞나? 싶으면서 그럼 하지 마라 라고 이야길 하면 그냥 달라는거 다 드리고 할 생각이었는데 그쪽에서 아쉬운 듯 그럼 자기가 윗 선에서 이야길 해놓아서 너의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만 어떻게 해주면 자기가 잘 해주겠다 그래서 주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일을 하다보니 체크카드는 1회 100만원이 한도인 것도 알았네요..ㅋㅋ
아무리 물정 모르는 어린 저여도 이런 인출이 혹시나 보이스피싱일까 싶어 물어보았습니다 근데 뒷장이라 해서 토토 자금이나 뭐 조건만남 자금 그리고 깨끗한 개인 돈들이라며 저를 끝까지 안심시켰고 저는 알겠다 하며 그 날 일을 다 끝마쳤습니다.
일 끝나고 뇌리속에 무슨 생각이 삭 하고 스쳐지나갔는데 그게 지금도 무슨 생각이었는진 잘 모르겠지만 네이버에 엄청 검색해가며 토토 인출 담당, 인출책, 출금 등등 검색해가며 검색기록을 뒤졌어요 뒤진 결과 내린 결론은 보이스피싱이라 결론을 마무리 짓고 더 이상 나로 인해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그날 밤을 지샜습니다.
밤을 새고 아침이 밝아오자 출근하라는 문자가 왔는데 알겠다고 말을 한 뒤 제가 전 날 그 사람들 때문에 인출 하였던 600만원이란 큰 돈을 인출했던 카드에 다시 넣고 잠수를 탔습니다 맨 처음엔 자수 하려고 굉장히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제가 잠수 탄 걸 눈치 챈 그 사람들이 문자와 전화를 보내며 제 마음을 더 졸이게하는 와중에 열 개 정도 됐던 카드를 가위로 자르고 600만원을 다시 입금한 기록을 명세표로 찍어두고 그 사람들에게 돈을 뽑았다는 그들과의 채팅기록(다른 내용은 자꾸 지우라 해서 없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가기전에 네이버에 저 같은 사람들이 또 있나 싶어 뒤지던 중 자수 대신 소환통보가 오면 그에 맞게 대응을 하라는 글을 보고 고민하다 결국 제발 걸리지 마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일주일 반 전 쯤 카톡으로 처음보는 사람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보이스피싱 패거리일 것이다 라는 의심이 들었고 일부러 씹었는데 모르는 개인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받았더니 자기가 경찰관이라며 제가 한 일을 다 알고 저와 일 했던 사람들의 팀명을 알길래 사칭이며 저에게 뭔가 얻어내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이다 라며 생각을 했습니다.
조사 받을 일이 있으면 무조건 부모님한테 연락이 먼저 가고 수사기관 번호로 연락이 올 터인데 개인번호로 오니 의심도 들고 전화 아니면 무조건 카톡으로 이야기 하는게 이상해서 182에 전화 해 직급을 물어보니 정말로 있는 사람이고 직급도 맞다는 이야기를 전달해 들었습니다..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던 저는 곧 현실을 깨닫고 현재 멘붕상태에 빠져있네요.. 수사가 계속 그 분이 미루시는 바람에 화요일날 출석하기로 했는데요.. 부모님한테 알릴 생각하니 안그래도 사고뭉치였던 저인데 가슴 찢어지게 죄송해 말씀 드릴 엄두도 안나고 계속 이대로 수사관님이 미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고 싶네요..ㅋㅋ 글 뒤져보면 다 실형 살고 나온다는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정말 이런 일은 왜 들여가지고 운명 종교 두 개는 절대적으로 믿지 않는 저인데.. 합리화가 참 무서워요 나에게 어떤 행복을 내려주려 이런 고난을 겪게 하시는건지도 그렇고 이게 운명인가 싶기도 하네요..
앞 길이 막막합니다 죽을까 라고 생각하기엔 이 정도에 벌벌 떨면서 그 생각은 어떻게 할까 싶어 0.1초만에 머릿속에 지웠고 그냥 부모님에게 너무 죄스럽네요 구속수사는 아니라고 하시던데 실형을 피해 갈 순 있으련지, 사고 많이 쳤는데 이 일을 통해서 갱생하여 부모님 가슴에 흉터는 남아도 못을 빼 드릴 순 있을지.. 물론 이런 생각도 나중에 일 다 끝나면 잠시뿐이겠지만요.... 자식 잘 못 키웠다며 부모님이 자기 탓을 하실까봐 그것도 너무 죄송합니다 그냥 평범하게 지내고 싶은데 경찰서만 안갔었지 이미 그러지도 않았었네요. 오늘도 네이버 뒤적거리다 오유에서 누가 저랑 같은 상황에 처할 뻔 하셨다며 글 올리셨길래 가입해서 글 남깁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