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얘기를 공포게시판에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
오프라인에서는, 어떤 사람에게도 직접 얘기하기 어려운 얘기라서, 하지만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은 마음에 홀로 술을 먹고 취한 채 여기 쓴다.
사촌이 자살했다.
이유는 모른다. 어렸을 땐 자주 봤지만 크고 나서는 연락이 뜸했다.
사촌의 부모, 그러니까 내게 삼촌과 작은 어머니는 이미 내가 어릴 때 돌아가셨다.
사촌의 형도 그때 같이 죽었다. 교통사고라고 들었다. 어렸던 사촌은 그때 그 차에 타고 있지 않아서 무사했다.
혼자 남은 사촌은 할머니집에서 소년, 청소년기를 거쳐서 성장했다.
그 후는 잘 모르겠다. 독립해서 일을 한다고 들었다. 왕래는 적었고 홀로 살아간 사촌은 어느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까지느 알지 못했다.
몇년의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불현듯 자살했다는 부고만이 나타났다.
그렇기에 어째서 죽음에 이르렀는지는 알지 못한다.
몇년을 일했다고 남길 재산이 있을 것도 아니고, 사고도 아니라서 보험금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저 침울해지기만 해야 할 부고가 섬뜩하게, 찝찝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왜일까.
경찰을 통해 받은 유서때문일 것이다. 그 유서에는 유품을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몇개의 손목시계와 휴대폰, 노트북 한대. 옷가지는 태워 달라고 되어 있었다.
손목시계가 4개 있는데 그것들을 3명의 사촌에게 준다고 되어 있었다. 그 중 한명이 나다.
하나는 본인의 사체와 함께 태워 달라고 되어 있었다. 시계는 비싸지 않은, 싸구려에 가까운
것들로 오래 쓴 듯한 메탈 시계 하나와 비교적 깨끗한 메탈 시계 하나, 나토밴드 시계 하나, 가죽 시계 하나였다.
오래 쓴 듯한 메탈 시계는 태워달라고 했고 비교적 깨끗한 메탈 시계는 내게 준다고 되어 있었다. 그나마 고가의
시계를 주기 때문일까. 노트북과 휴대폰을 내게 팔아달라는 부탁이 유서에 적혀 있었다.
그것을 판 대금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까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그 돈은 추후에라도 태워줘야 하는 것일까.
유품을 받는 것도, 유품을 팔아달라는 것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