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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가서 전여친 만난썰 ㅋㅋ
게시물ID : humordata_18285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쿨쿨z
추천 : 35
조회수 : 8255회
댓글수 : 43개
등록시간 : 2019/08/17 1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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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동원 끝나고 버스타러 털레털레 걸어가는데
군부대 밖 민가앞에서 어떤 젊은 여자가 
동네 할머니랑 아웅다웅 하고 있더라


신경끄고 지나가려는데 얼굴을 보니까 
농담아니고 5년전에 헤어진 전여친이었음ㅋㅋ
서울 사는애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남자친구 데리러 왔나?? 이런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얼굴이 화끈거려서 후다닥 도망침 


근데 갑자기 그 할머니랑 싸우기 시작하는거야
궁금해서 엿들어보니, 
전여친이 밑도 끝도 없이 그집 마당에 주차를 해놔서
할머니가 화가나서 삽으로 흙을 퍼다가 차를 덮어버렸대
전여친도 어디서 보기힘든 캐릭터지만
흙퍼다 차를 덮어버린 그 할머니도 보통 아닌거같더라ㅋㅋ


5년전에 헤어진 전여친을 예비군와서 만난것도
웃긴 일인데, 이 상황에 아는척을 하는건 더 웃긴일같아서
그냥 모른척하려고 했음
근데 갑자기 전여친이 엉엉 울어버리는거(?)
할머니도 당황하고,, 
그러다 안되겠길래 실례합니다~ 하면서 마당에 들어갔다
(바로 후회함)


할머니한테 거듭 사과드리면서 
제가 얘랑 친군데 얘가 서울에만 살아서 넓은 빈 땅 보이면 다 주차장인줄 안다.. 정말 죄송하다..
제가 여기 흙이랑 다 치워드리겠다.. 하고 말을 하니까
전여친은 울다 멈춰서 놀래있고 할머니도 당황했는지 아니라고 미안하다하고.
셋이서 어색해서 흙 치우고 차 닦았다.


5년만에 만난거지만 그닥 좋게 헤어진건 아니라서
딱히 뭐 할말도 없고 차만 닦는데
여기 왜 왔냐고 물어보니까 가족끼리 여행왔다가 들렀단다
예비군 온 현남친 만날일은 없겠다 싶어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다 치우고 할머니한테 사과드리고 가려는데
마침 그때 전여친 가족들이 오더라?
전여친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니까
사촌오빠라는 사람이 갑자기 무조건 저녁 같이 먹어야된다고
나를 끌고 감 ㅋㅋㅋ
참고로 전여친은 나를 대학 동기라고 소개한 상황


어.. 난감해하다가.. 시간도 늦어서 버스편도 모르겠고
차 얻어타고 시내까지만 나가자... 했는데
정신차려보니 식당에 같이 앉아있었음 ㅋㅋ 뭔.. ㅋㅋㅋㅋ


실은 전여친이 당황해하는 모습이 꼬셔서 식당
따라가는 척만 해봐야지 한건데 따라가다보니 빠져나오기 
애매한 상황이 돼버렸다 전여친 부모님이 식당이랑 다 이미 예약해버렸다고.
그냥 즐기기로 했다ㅎㅎ


전여친이랑 3년간 만나면서 우리 서로 부모님한테 잘하자
결혼하고나서 꼭 한달에 한번씩은 찾아뵙기로 하자
늘 이런 얘기하고 그랬는데.. 사귀는 동안 한번도 뵙지 못했던
전여친 부모님을 이렇게 아무상관 없는 사람이 돼서
만나고 있으니까 기분이 조금 거시기했다 ㅋㅋㅋ
내가 5년전 추석때 ㅇㅇ이 책임지겠다고 안부인사 연락드렸던 
전남친놈이라는거 꿈에도 모르실텐데ㅋㅋ 참 세상 인연


딸내미 도와준 마음씨 좋은 청년이라고 나한테 잘해주시는데, 
'그때' 내가 안그랬더라면.. 하는 무의미한 가정과 함께 내가 이분들이랑 가족이 될 뻔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이유를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우리 엄마 보고싶어짐 엄마 ㅠㅠ


에잇 기분나빠.. 아니 나쁜것 까진 아닌데
하여간 유쾌한건 아닌 이상한 기분이어서 대충 둘러대고 자리를 나서기로 했다. 


신발을 신고 식당을 나서는데 어떤 훤칠한 남자가 갓난 아기를 안고 식당에 들어와서 전여친 가족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아마 밥먹으면서 전여친 부모님이 "박서방"이라고 언급했던 사람인 모양이다. 창문 너머로 전여친이 활짝 웃으면서 아기를 건네 받는 모습이 보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엄마의 미소라는걸.


잠에서 깼다.
잠깐 어리둥절 하다가 꿈이었다는걸 깨달았다 
꿈에서 예비군 가는것도 불쾌한데 결혼한 전여친까지 나오다니. 대단한 콜라보다.



오늘 일진이 사나울 예정인가보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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