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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과 토론의 자세. (feat. 손연재)
게시물ID : sisa_11353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을부엉이
추천 : 0/9
조회수 : 203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9/08/11 22:34:17

    뉴스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과 토론의 자세. (feat. 손연재)
    http://factcheck.snu.ac.kr/v2/facts/1177

    독도는 누구 땅일까? 나는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것을 역사적으로 끌고 가면 나는 할 말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컨대, 일본 극우 역사 전문가가 나에게 다가와 이해도 하지 못할 사료 따위를 늘어놓으며 “…따라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해도, 부아가 치밀지언정 나는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할 것만 같다. 물론, 내가 대꾸하지 못한다고 독도가 일본 땅이 되는 건 아니다. 한국 전문가도 존재한다. 그러나 역시, 한국 역사가가 늘어놓는 수많은 자료를 비전문가가 따라가기는 버겁다. 뭐, 그러냐고, 수고하셨다, 는 덕담을 건네면, 애국하는 기분이 드는 정도일까. 이게 독도에만 국한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얼마 전 동네 편의점 앞에서 만난 한 외국인과 위안부 관련 토론을 한 적이 있다(내가 먼저 그 얘기를 꺼낸 건 아니었다. 그는 도발적인 토론을 좋아했다). 그는 한국에 15년간 머물고 있었다. 그 전엔 일본에도 있었는데 한국과 일본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여러 얘기가 오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국가 간 합의는 함부로 깰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비엔나 협약). 그 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 하나가 도출된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의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는가?

    그래서 검색을 시작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파기했으면, 구두 조약은 조약으로서 지위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해석이 있을지언정 일본에 어느 정도 명분을 준 셈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제삼자인 외국인 친구를 설득하기 힘들어진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또는 모호한 관점의 기사 홍수에 거의 질식할 뻔했다. 한국 공식 입장은 “파기하지 않는다”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언어의 모호성으로 인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결론은(내 최종 입장은),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합의를 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내린 결론이 절대 사실이라고 우길 생각은 없다. 조금 더 집요하게 파고들다 보면 매우 전문적인 얘기가 나온다. 나는 그 전문 지식을 습득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냥 내 무지를 스스로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지금 작은 사실 하나를 꼼꼼히 짚었다(짚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도 나는 자신감 있게 주장하지는 못하겠다. 기껏해야 “일본 탓이 크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줄 뿐이다. “왜 일본 탓이 크냐?”고 물으면, 그때부터 논쟁할 생각은 있다. 나는 내가 아는 사실을 얘기할 테고, 그는 그가 아는 사실을 얘기할 테다. 우리는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접근할 땐 이런 식으로 가야 한다고 믿는다. 주입식 교육을 싫어하지만 우리 지식 태반이 주입된 거다. 주입된 지식에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모든 지식을 능동적으로 습득하기엔 시간과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외국인 친구의 논조는 매우 도발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들을 준비가 돼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완벽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 우리는 ‘수줍게’ 서로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토했다. 악의 없는 토론이었다. 서로 경청했고, 서로 존중했다. 우리는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그가 알고 내가 모르는 사실에 대하여 그는 근거 자료를 보내주겠단다. 매우, 훌륭한 경험이었다.
    이런 토론, 온라인에서도 가능할까?

    연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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