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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그 날, 그녀들이 훔쳐간 것은
게시물ID : panic_1006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플라잉제이
추천 : 20
조회수 : 220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9/08/09 15: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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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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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동생이 태어나던 해에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나라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동생이 만 세 살이 되던 해에 한국으로 돌아오셔서 우리 네 가족은 처음으로 같이 살 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맥콜처럼 피부색이 변해버린 아버지가 낯설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그래도 반가운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사우디에서 엄청난 돈을 버셔서 이제 우리 집은 부자가 되는 건가, 이 비탈길의 빌라에서 평지의 빌라로 옮기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생활에  변화는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종종 사우디에서  당신이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사셨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습니다. 사우디에서 제일 큰 항만 공사 현장에서 일하셨는데, 계약과는 달리 월급이 턱없이 적어서 거의 폭동 수준의 데모도 번번이 참여했다고 이야기 하시면서 분을 터트리셨습니다.






*




아버지가 사우디에 계시는 동안 어머니의 삶도 녹록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학교에서 돌아오고 나면 곱게 화장을 하시고는 매일 밤 어디론가 나가셨습니다. 동생이 울면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줘라, 우유를 줘라, 아니면 텔레비전을 보여주라고 등의 지시사항을 매일같이 얘기하시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렇게 나간 어머니는 항상 자정이 훌쩍 넘어서야 돌아오셨습니다.




*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주 싸우셨습니다. 3년 동안 싸우지 못한 숙제를 몰아서 하듯 심하게 말입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화냥년'이라고 소리 지르시면서 물건을 집어 던지시곤 했습니다. 두 분의 싸움이 있는 날이면, 저는 동생의 귀를 대신 막아주고 제 귀에는 마이마이 카세트의 이어폰을 꾹 꽂고 이문세의 노래를 들으면서 다른 즐거운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오신 후 더는 저녁에 나가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랑 비슷한 시간에 나가서 조금 더 늦게 들어 오셨습니다.


저의 방과 후 일상은 종일반 유치원에 있는 동생을 조금 일찍 데리고 오는 것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와서 어머니가 만들어 두신 반찬통을 몇 개 꺼내서 저녁을 차리고 동생과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보통의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희 집에 손님이 찾아 왔습니다. 




"실례하겠습니다! 안에 누구 계신가요?"




저희 집에 방문할 손님이 도대체 누구인 것일까 생각해 보아도 도무지 떠올라지지 않았습니다. 의심쩍어하는 생각과는 달리 제 손은 이미 현관문을 열고 있었습니다.




"어른들 계시니? 너희 둘만 있는거야? 누나들이 목이 너무 말라서 그러는데 물 한잔만 줄 수있니?"



피부결을 곱게 단장하고 씽끗 웃으며 서있는 여인 두명이 보였습니다. 



"그럼 잠깐만 기다리세요"



두손에 물을 들고 돌아오는 사이 두명의 여인은 이미 작은 방으로 들어와 동생과 낚시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미 집에 들어와있는 이방인에게 소리를 지르며 나가라고  할 위인은 못 되었기에,  눈만 동그랗게 뜨고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동생이 간만에 즐거워하면서 꺅꺅대고 있었기 때문에  그순간에는 잠시 흐뭇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평온한 마음이 밀려오고, 여인들이 우리 집에 매일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단발머리 여인은 날이 더워 비탈길을 올라 오느라 옷이 다 젖었다면서, 옷 좀 갈아 입겠다고 했습니다.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어 가르쳐주었지만 여인이 들어간 곳은 안방이었습니다.



여인이 옷을 갈아입고 난 후로도 얼마간, 그 여인들은(단발머리와 말총머리) 저와 제 동생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 그녀들이 집을 찾아 왔을때 이상한 사람들이 아닐까 의심한 제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그녀들은 참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고, 소리를 지르지 않으며, 웃어주는 일이 참으로 오랜만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일에서 돌아오시면  어질럽혀진 집을 보며 혀를 끌끌 차셨고, 냉장고를 열어 보시면서 집안이 개판이다, 망할놈의 집구석이다, 여편네가 싸돌아 다니면 집안꼴이 이렇게 된다며 혼자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화를 내셨습니다. 아버지가 흥분하시면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과 달리, 저는 왜인지 모르게 주눅이 들고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인것 같아서 우울한 기분을 맞이하곤 했습니다. 



여인들이 돌아간 날의 일입니다. 아버지가 먹을 것이 없다며 냉장고를 꼼꼼히 살펴 보시다가 냉장고에 있던 새 생수통의 물이 반 이상 사라진 것을 보셨습니다. 저에게 뭐하느라고 물을 이렇게 마셨냐 물으시길래 라면을 끓여 먹을때 썼다고 했더니 그 순간 아버지의 두텁고 거칠한 오른손이 제 뺨을 휘갈겼습니다.



" 니 애미 닮아서 막 이것저것 쓰는거나 좋아하지 아낄 줄을 몰라. 수돗물에 끓여서 쳐 먹을것이지 니 주제에 왠 생수냐?" 




그순간 몇시간 전에 우리 집에 놀러 왔었던 두 여인이 생각이 났습니다. 다시 낚시놀이를 하면서 하하호호 웃고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




그날 퇴근 후 돌아오신 어머니는 저희 둘을 호출하셨습니다. 집에 왔다간 사람이  있느냐고 물으셨기에 저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습니다. 어머니는 짪은 한숨을 내쉬면서, 다음부터는  그 어떤 누구한테도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날 아버지에게 결혼 예물과 가지고 있던 모든 악세사리를 도둑 맞았다고 푸념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무척이나 화를 내시면서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두 여인이 어떻게 생겼냐 물으셨기에 최대한 자세히 말씀 드렸습니다. 단발머리 여인의 입주변에 커다란 점이 있던 것이 순간 기억이 나서 말씀 드렸더니 부모님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지셨습니다. 


저는 그 여인들이 혹시 어머니의 것을 잠시 빌려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 여인들이 도둑질을 할 나쁜사람으로 보이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


그 여인들을 다시 본 것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그때의 모습과는 달리 굉장히 화려한 모습이었습니다. 미니스커트와 가죽부츠를 신고,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단발머리 여인은 정말이지 더욱 예뻐보였습니다. 

저는 반가운 나머지 인사를 할려고 다가갔는데,  단발머리의 여인이 저희를 보고 말총머리 여인의 팔을 쿡 찌르더니 빠른 걸음으로 우리를 피해갔습니다. 저는 그녀들의 뒷통수에 대고




"누나들, 또 놀러와요!" 라고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




제가 한말을 제대로 들었던 것인지, 두명의 여인은 며칠 뒤 또 한번 저희 집을 방문했습니다. 저는 스파이 홀에 보여지는 그녀들의 얼굴을 보고 단숨에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이번에 단발머리의 여인은 작은 기내용 가방을 들고 왔습니다. 이번에도 잠깐 옷을 갈아 입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안방에 들어가서 좀처럼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은 저번과 같이 낚시 놀이를 함께 했습니다. 말총머리 여인은 자신의 서울 상경기를 재미나게 들려 주었습니다. 여인은 이야기를 해주면서 동생의 머리를 본인의 머리처럼 예쁘게 묶어 주기도  했습니다.



그날 집에  돌아온 부모님은 크게 싸우셨습니다. 아마 제가 본 부모님의 싸움중에 가장 격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울고 불고 소리를 지르시면서 아버지에게 닥치는 대로 물건을 집어 던지셨습니다. 그러면서 지숙이년을 잡아다가 찢어 죽이겠다고도 소리치셨습니다. 아버지는 한바탕 어머니와 몸싸움을 하신 후 식탁에 걸터 앉아 길게 한숨을 쉬셨습니다.  그리고는 십년 동안 안 피우셨다던 담배를 한입 물으셨습니다. 지숙이는 그 여인들 중  한명의 이름인 것인지, 아니라면 누구인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지만 저는 곧 잠에 빠져 들고 말았습니다.




*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이른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동생이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얼음틀에 주스라도 얼려 놓을 심산으로 냉동실을 열었습니다. 텅텅 비어있던 냉동실은 어쩐일인지 고깃덩이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던 저는 후라이팬에 구워먹을 생각으로 고기를 꺼냈다가, 화를 내는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라 다시 집어 넣었습니다. 일단은 주스만 얼리기로 했습니다. 




아버지는 벌써 일주일 째 집으로 들어오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도 일을 가지 않으셨습니다. 그날 저녁 험상궂은 아저씨 세명이 집에 들이 닥치셨고, 어머니에게 어떤 종이를 보여 주시면서  집안 곳곳을 헤집기 시작하셨습니다. 욕설을 하면서 어머니를 다그치는 모습에 저는 매우 큰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어머니는 잘못했다고 한번만 봐달라고 손을 비비는 시늉을 하시면서 무릎까지 꿇고 계셨습니다. 


저 자들이 아버지의 부재와 관련이 있다라는 느낌을 단박에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주저 앉아 우셨고  동생도 따라 울고, 저도 울고싶은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날 이후 어머니는 불규칙하게 외출을 하시고 돌아 오시고를 반복했습니다. 집앞에는 덩치큰 아저씨들이 담배를 피우고 저희 집을 힐끗 보시고는 사라지길 반복하셨습니다. 가끔 저에게 무언가 묻고 싶어 하시는듯 했지만, 한번도 말을 걸지는 않으셨습니다. 



아버지는 어디에 계시냐는 저의  물음에 어머니는 잠시 생각하다가 사우디에 다시 급하게 가시게 되었다라고 답하셨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것을 며칠 뒤 신문지 1면을 보고 단박에 알게 되었습니다.







[사우디 건설노동자에서 일순간 토막 살인마로...



술집 종업원이자 오랜 내연관계에 있던 여성 (김OO, 27)을 모텔로 끌고가 성폭행한 뒤 살해한 30대 남성(사진 강OO,35) 에게 무기징역의 중형이 선고됐다. 강씨는 김씨가 평소 본인에게 이혼을 종용했고, 강씨가 이를 거부하자 이에 김씨가 보복의 의미로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집에서 금품을  훔쳐간 것이 살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밝혔다. 강씨는 살해한 김씨를 토막내어 본인의 집 냉동실에 보관하는 엽기적인 행각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대법원 1부(주심 김OO 대법관)는 강간살인 혐의로 기소된 강씨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00시간 이수를 명령한 원심 판결 역시 그대로 원용됐다•••]
출처 초능력이야기는 아직도 생각중입니다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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