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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 다녀간 일본인의 소감
게시물ID : sisa_11349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프티콘천사
추천 : 54
조회수 : 4266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9/08/04 00: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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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ote.mu/tabi_gari/n/n0222be99d9e2


지금, 한국을 여행하며 느꼈던 것들.


일한 관계가 악화되는 중인 7/27~30 한국을 여행하고 왔다.

여행의 주 목적은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 수영대회를 관전하기 위해서. 거기에 전주나 군산 등 전라도 지역을 둘러보고 왔다.

친구는 '이런 시국에 한국에 여행간다니 괜찮겠어?'라고 걱정해주었지만, 나 개인적으로도 역시 이런 시국에 한국을 여행하는 것은 조금 걱정이었다.


현지에서는 행동을 조심하자고 마음 먹고 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 첫날 27일에는 한국 각지에서 일본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내가 방문한 광주나 전주에도 일본 제품 보이콧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평소의 한국과 다른 점은 그 정도로 그 뒤엔 아무 일도 없이 평화롭게 여행할 수 있었다.

신변의 위험 같은 건 없었고, 일본인이라고 싫은 표정을 짓는 사람도 없었다.

거기서 만난 것은 조금 참견하기 좋아하고, 허물 없는, 그렇지만 다정하고 따뜻한 평소의 한국 사람들이었다.


여행 중에 특히 마음에 남아 있는 기억은 2가지 있다.

첫번째는 광주에서 세계 수영대회 관전 중에 세토 다이야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의 일이다.

내 옆에 앉아있던 한국인 남성이 스마트폰의 번역 어플에 뭔가를 입력하더니 웃는 얼굴로 그걸 내게 보여주었다.

거기에 번역 된 일본어는 이렇게 써있었다.


"축하합니다, 2관왕이네요!" 라고.


나는 무심코 말을 잃었다. 이런 험악한 한일 관계 속에서 한국에 와 바로 그 한국 사람으로부터 그렇게 다정한 말을 들을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했으니까.


"감사합니다(한국어)"로 나는 대답하고 그와 악수 했다. 깜짝 놀란 마음과 기쁜 마음에 무심코 눈에 눈물이 났다.


또 기억에 남는 일은 그 세토 다이야 선수가 회장 내에서 인터뷰를 했을 때의 일이다.

세토 선수가 "감사합니다"를 한국어로 답하자 한국인의 관중에서 환성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일본인 선수가 금메달을 따서 야유하는 소리라도 나오는 게 아닐까 걱정하던 내겐 그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역시 TV나 인터넷의 정보에 휘둘리는 1명일지도 모르겠다라고.


돌이켜보면 처음 한국에 방문했을 때도 그랬다.

TV나 인터넷을 통해 알던 한국의 이미지와 실제 방문한 후의 이미지는 엄청나게 차이가 났었다.

이번에도 그렇다.


이 2가지 사건을 통해 나는 부끄러워졌다. 조금이라도 한국 사람을 의심한 것에.

그것뿐만이 아니다.


광주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샀을 때, 제조법을 모르는 나를 보고 여점원이 라면을 열심히 만들어 주었다.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고창 고인돌에서 돌아가는 택시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는 박물관의 여성분이 택시를 불러 주고 밖에 나와 승강장까지 안내해주었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다정한 한국의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일본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오히려 이런 시국에 한국을 여행해서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TV나 인터넷으로는 알 수 없는, 지금의 한국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물론 여행자의 감상 따윈 일방적인데다, 단기간 방문해서 느낀 것 정도로 일반화해선 안된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그래도 TV나 인터넷의 정보만으로 판단하는 것보단 훨씬 의미가 있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스스로의 다리로 걷고 스스로의 눈으로 바라본 살아있는 정보니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지금이야말로 한국을 여행하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앞으로의 정세 나름으로는 여행을 가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TV나 인터넷에 있는 말들이 전부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들을 100% 믿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현지에 가면 진실을 알 수 있다고 할 순 없겠지만, 가장 진실에 가까운 것은 역시 현지에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적어도 TV나 인터넷에 넘쳐 흐르는 정보보단, 그 광주에서 축하합니다하고 말을 건네준 한국인의 웃는 얼굴을 나는 믿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 다정한 웃음엔, 거짓 같은 건 없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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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일본극우들이 NO JAPAN 포스터에 대항해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향해 '돕지 않습니다' '알려주지 않습니다' '상관하지 않습니다'라는 포스터를 만든 걸 봤는데, 최근 국내 식당들에서도 일본인 출입금지 등의 간판을 내거는 곳들이 생기고 있네요.


오시는 손님은 후하게 대접해서 보내는게 우리 인심이듯이, 이럴 때일수록 한국이 좋아 오는 손님들에겐 더욱 친절하게 대하는 게 수준 높은 대응법인 것 같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최대한 우리 편을 모으고 불매운동의 대상이 '일본국민'이 아닌 '아베 정권의 정책'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에 지방 관광지에 타격이 갈 경우 타격받은 일본 국민의 분노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이정표의 역할을 확고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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