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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단배 그녀 - 3
게시물ID : humordata_18268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데트르
추천 : 7
조회수 : 166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8/03 18: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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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렇게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어플을 사용한 1회성 대화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후련해진 마음으로 편하게 잠이 든 나는
 
다음 날까지 그녀와의 연락이 이어질꺼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내가 있는 나라와 시차가 상당할텐데
 
그녀는 내 시차를 기준으로 연락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작은 배려가 그녀에게 한 없이 고맙게 느껴졌다.
 
 
고시생의 공부시간을 뺐는게 아닐까 했던 나의 물음에
 
그녀는 낮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공부하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웃으며 대답을 해주었다.
 
 
얼굴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평생 나와 인연이 없었을 사람과 이런 관계를
 
맺는 다는게 당시에 나에겐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였고,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돛단배라는 어플 특성상 답장이 오지 않으면 다시 연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얇은 끈으로 이어진 인연이 신기하기도하며, 불안하기도 했다.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래포나 신뢰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단지 대화가 통하고 공감을 해준다는 이유로
 
점차 호감을 느껴가는 내 자신이 신기하기도 했다.
 
 
일주일쯤 돛단배로 연락만 하던 그녀에게
 
나는 조심스럽게 카카오톡 아이디를 물어보았다.
 
지금의 그녀도 그렇지만
 
당시의 그녀는
 
굉장히 경계심이 강하고 방어기제가 뛰어난 사람이라
 
거절의 뜻을 내 비췄다.
 
"내가 이 어플로 연락 대답 잘 할께^^"
 
 
그녀의 대답에 실망을 하긴 했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이 연락처를 물어본다는게 여자 입장에서는
 
무서울 수도 있겠구나라며 수긍을 했다.
 
 
그렇게 며칠 후 그녀가
 
"나 휴대폰 고장나서 어플 지웠다가 다시 깔아볼께, 만약에 나랑 대화기록 사라져도 너무 섭섭해 하지마^^"
 
라며 어플을 지웠다.
 
 
나의 대답도 안 듣고 그렇게 사라진 그녀가 좀 원망스럽고,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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