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 100%.
이런 날씨는 공기를 쥐어짜면 물방울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캐리어님의 도움으로 습한 기운은 없앨 수 있으나,
일렉트로닉님의 활약으로 오랫동안 습기를 없앨 수 없음에 한숨을 쉰다.
이런 날씨에 샤워를 하고 나와서 간절해지는건 시원한 맥주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맥주 5칸에 만원.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노란 바구니에 쓸어담고싶지만,
내 주머니는 그리 녹록하지 않으며, 이 습기를 뚫고 다시 나갈 엄두도 나질 않는다.
젖은 수건 같은 몸을 이끌고 잠을 청할까 생각하다.
어떻게 얻은 칼퇴인데 이대로 잘순 없다며 자리에 고쳐앉는다.
비는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한다.
장마는 이 모든것을 당연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단어이다.
비오는 소리가 나쁘진 않다.
금간 콘크리트 바닥을 매꾸는 소리.
은행나무의 잎사귀를 닦아주는 소리.
베란다 보조망을 두드리는 소리.
적당히 데시벨을 맞춰서 들린다.
어느하나 불협화음이 없다는 것에 대해
장마는 어쩌면 엄청난 아카펠라 달인이다.
일레트로닉님의 분노를 막고자 선풍기를 켠다.
1단과 2단 사이의 오묘한 수치를 조절할 수 없어서
1단과 2단을 1초에 한번씩 바꾼다.
버튼의 딸깍 거리는 소리는 장마의 아카펠라에 흠집을 낸다.
빗소리가 굵어진다.
내 눈의 눈커풀도 굵어진다.
잠이 쏟아지는건 이 빗소리 때문일 것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