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
|
성남이가 활을 당겼다.
너무 빨라서, 보이지 않았다.
화살이 과녁 한가운데 박혔다.
“7점이오!”
채점관이 외쳤다.
서 있던 자리에서 다섯 걸음 뒤로 물러났다.
화살이 날았다.
정중앙에 박혔다.
“8점이오!”
채점관이 외쳤다.
“기본 점수 7점에 다섯 걸음 초과할 때마다 1점씩 더 주는 겁니다.”
높은 곳에서 볼 수 있게끔 내게 목마를 태워준 떡대 아저씨가 설명해주었다.
“무과는 심지어 천민도 볼 수 있기에 저도 응시하려 했으니 잘 알고 있습죠. 그런데......”
떡대 아저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번에는 50보 뒤로 가서 활을 당겼다.
세 번째 목박두전(木樸頭箭; 나무로 만든 화살)이 허공을 갈랐다. 한 치도 안 되는 좁은 간격으로, 나란히 목표에 맞았다.
“9, 아니, 17점이오!”
시험관이 드물게 당황했다.
다음 시험은 철로 만든 화살을 쏘는 것이었다. 한량(閑良; 무과응시자)들이 차례로 나와 정량궁(正兩弓; 무게가 정량인 활)을 들고 육량전(六兩箭; 무게 약 200g인 화살)을 겨누었다.
80걸음 바깥에서 성남이가 쇠 화살을 날렸다. 명중이었다.
이번에는 뒤로 5보 가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두 번째로 육량전을 날렸다.
쇠로 만든 화살촉이 앞서 박힌 대나무 화살대를 뒤에서부터 뚫고 들어갔다. 과녁 정중앙에 꽂혀 있던 첫 번째 화살이 세로로 쪼개졌다.
“아따, 백발백중이네 그려!”
관중 속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세 번째 화살을 쏘았다.
두 번째 화살을 갈랐다.
두 번째 화살이.
반으로 쪼개졌다.
청중 속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21점이오."
아까 깜짝 놀랐던 시험관이 정신을 차렸는지,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살이 간주께이(길이가 긴 막대기) 뿌시는 것마냥 뿌서졌다 안카나.”
“어드메 가심둥?”
“내래 상대가 안 될 것 같쉐다. 후추(‘고추’의 평안도 사투리) 달고 태어나서, 저래 차이 나니, 수련하고 다시 오겠시다.”
다음은 편전(片箭) 시험이었다.
기다란 대나무를 세로로 반으로 쪼갠 대롱 모양의 덧살 안에 작은 화살을 넣고 덧살을 쏘면, 화살이 날아가면서 덧살이 사수의 손에 남는 방식이었다.
"애기씨만큼 쪼매난 화살이라, 애기살이라 합지요."
기실 한때 무과를 지망했으나,
어느 순간 좌절한,
떡대 아저씨가 사족을 달았다.
"우리나라를 세우신 임금님께서도, 저기 저 애기살 700발을 쏘아, 적장 700명의 머리를 한 번에 날려 버렸다는 이야기를 할머니한테서 들었습니다. 보기에는 저래 쉬워도, 아무나 쏘는 화살이 아닙니다그려."
정말 아무나 쏘는 화살이 아니었다.
"으악!!"
쏜 이가 열 명도 채 되지 않아서, 벌써 자기가 쏜 애기살에 자기 자신이 맞는 응시자가 생겼다.
피가 낭자했다.
쓰러진 응시자를 실어 나르느라, 일대 혼돈이 생겼다.
시험장을 정리하느라 얼마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사고가 발생하여 시간이 이리 흘렀으니, 해가 지기 전까지 초시(1차시험)를 마치려면, 편전 과목을 생략해야 할 것이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응시자에게, 편전 과목에서는 기본 점수35점을 주겠소!”
시험관이 소리쳤다.
불평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대부분은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성남이의 얼굴이 다소 어두워졌다.
이어서 각궁(角弓)에 메어 쏘는 유엽전(柳葉箭) 시험이다.
화살촉이 버들잎처럼 둥글넓적하게 생겨 유엽전이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촉이 가늘고 날카로웠다.
성남이가 뿔활을 연이어 당겼다. 깃을 세 개 단 화살이 눈 깜짝할 새 세 번 날아가 과녁에 연달아 박혔다.
“우와~ 잘한다!”
아버지 앞에서 암기했던 부녀자의 덕목도 잊은 채, 소리를 질렀다. 성남이가 나를 찾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잠시 눈이 마주쳤다. 미소를 지었다. 화살 안전거리 확보로, 거리가 꽤 있는데도, 귀가 밝다.
“기사(騎射)야말로, 무과의 꽃이라 할 수 있습지요~!!”
떡대 아저씨가 신나게 말했다.
어느 새 유엽전 시험이 끝나고, 응시자가 말 위에 오르고 있었다.
막상 말을 타고 화살을 쏘는 시험이 시작되자, 진정한 난장판이 시작되었다. 말에서 떨어지는 자, 말에 앉아는 있으나, 말을 붙잡느라 활을 꺼내지도 못하는 자, 말을 타고 돌진하여, 표적으로 삼은 허수아비와 충돌하는 자, 별의별 한량이 다 있었다.
성남이의 차례가 되었다.
“이랴!”
말을 독려하여 힘차게 출발하였다. 첫 번째 짚 인형을 쏘았다. 1자 5치(약 45.45 cm) 높이에 매달린, 1자(약 30.3 cm) 남짓한 작은 크기였다. 화살이 허수아비의 머리를 궤뚫었다. 말이 그대로 달렸다. 갈 짓자[之; 지그재그] 모양으로 배치된 두 번째 표적에 이르렀다. 과녁을 등지고 말 등에 서서 몸을 돌리며 연달아 쏘았다. 가슴 부위에 맞았다. 몸을 구부리고 말을 달려서 앞을 향하여 세 번째 지푸라기 모형을 쏘았다. 배를 관통했다. 화살을 쏜 뒤, 몸을 뒤로 젖히고 손을 들어서 활을 뒤집어 네 번째를 겨냥했다. 이번에는 팔에 맞았다. 장애물을 통과한 말이 마지막 표적에 이르렀다. 화살이 날았다. 이번에는 짚을 채워 넣은 인형의 다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 맞았다.
“저렇게 흔들리는 말 위에서, 원하는 부위를 자유자재로 쏘다니!”
시험관이 드물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과찬이십니다.”
성남이가 겸손하게 대답했다.
이로써 성남이는 활쏘기 첫 시험을 1등으로 통과하였다. 2등이 121점이었으니, 27점이나 벌린 셈이다.
-16화에서 계속-
출처 | 자작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