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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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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The맑은내일
추천 : 2
조회수 : 43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7/28 14: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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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잔치

8개월 된 아들을 돌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현관문 도어락 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잠이 깼다. 엄마였다. 엄마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집에 들어왔다. 나는 너무 짜증이 났다. ‘또 멋대로 행동하는 구나.’ 사실 나는 엄마와 그리 가까운 관계는 아니다. 부모님 모두가 본인들 맘대로 인생을 살았고 나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는데, 이제 내가 돈을 조금 버니까 엄마는 나에게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아이고 사랑하는 내 새끼~”라고 하며 나와 가까이 지내려 한다. 허락도 없이 많은 사람들과 방문한 엄마를 방으로 불러 말했다.
“엄마, 이렇게 갑자기 오면 어떻게 해요? 그리고 저 사람들은 다 뭐예요?”
엄마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네가 이해해.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도대체 뭘 이해하라는 건지 항상 이런 식이다. 나는 곧 출근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왔으니 마음대로 거실을 지나쳐 안방 화장실로 씻으러 가기도 짜증이 났다. 그길로 엄마와의 대화를 마치고 집밖으로 나와 친구네 집으로 향했다. 많이 잤는데도 이상하게 계속 졸렸다. 내가 밖으로 나오니 키우는 강아지도 나를 따라 길을 나섰다. 너무 졸린 나머지 또다시 친구네 집에서 잠이든 모양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친구의 침대에서 강아지와 함께 누워있는 나를 발견했다. 잠을 깨니 친구네 가족이 어디를 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도 곧 출근을 해야 해서 씻고 준비를 해야 했으나 친구네 가족이 외출준비를 하는 바람에 같이 길을 나섰다. 친구네 가족은 친구와 그의 아내 그리고 8살 난 아들 한명인데 나를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이였으리라. 같이 길을 나선 나는 가까운 모텔에 가서 씻고 출근을 할 생각을 했다. 같이 나왔던 내 강아지는 집으로 혼자 돌아갔는지 가고 없었다. 씻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이 상태로 출근을 할 수는 없는데...’ 난 출근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이미 출근할 시간이 임박해 있었기 때문에 씻고 바로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모텔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교대시간이었는지 어떤 차도 나를 태워주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을 하다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조금 늦더라고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열심히 30여분을 걸어 직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직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 오늘 같이할 업무들이 있었는데...’ 의아해진 나는 내 휴대폰으로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보려 했지만, 휴대폰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나는 보았다. 내 두 손이 피로 흥건해 있는 것을...
분명히 샤워를 하고 나왔다. 갑자기 내 얼굴을 보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아까 모텔에서 샤워를 할 때도 거울을 보지 않았다. 아니 뿌옇게 거울이 가려져서 볼 생각을 안했다.
사무실에 있는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보았다. 거울에는 아무 형상도 없다. 그때 하나의 기억이 스쳐갔다. 강아지와 산책을 나왔다가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오는 트럭에 받혔던 기억... 
‘내가 죽은 건가? 이렇게 허망하게 가다니... 열심히 쉬는 날도 없이 일만하며 달려왔는데...’
나는 확인을 해야 했다. 황급히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집 앞에는 상중을 알리는 조화가 있고, 내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떨리는 몸으로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거실을 지나 안방으로 갔다. 영정... 내 영정사진이다. 우측에는 내 아내가 아들을 안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엄마... 엄마를 찾았다. 아... 기억이 났다. 사고 당시 엄마는 모처럼 찾아와 나와 함께 산책을 나가던 길이었다.
그 때야 깨달았다. 내 마지막 가는 길에 외로움과 억울함을 달래려 엄마는 마지막 잔치를 준비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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