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게시판 성격에 맞지않는 게시물 죄송합니다.
오늘 다이소 꿀템모음이라는 제목의 글이 베오베에 갔습니다.
최근 한일관계에 불매운동 때문인지 다이소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저 역시도 댓글을 많이 달았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이름때문에 우리나라에 있는 다이소가 일본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여러 글과 자료를 통해서 다이소는 한국기업이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당 게시물에 다이소는 일본기업, 혹은 그에 준하는 기업이며 따라서 다이소 물건을 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식의 댓글이 여럿 달리더군요. 제가 아는 것과 다르기도 하고 근거없는 주장도 있어서 댓글을 달았습니다만 차라리 글로 정리해서 올리는게 나을 것 같아 게시물을 작성해봅니다.
먼저 다이소의 시작부터 생각해보겠습니다. 1980년대에 한일맨파워는 일본의 대창산업에 생필품을 납품하던 회사였습니다. 오랜기간 거래로 협력관계를 이어온 한일맨파워는 1991년 아성산업을 설립하고 1997년 생활용품스토어를 독자적으로 런칭합니다. 일본의 대창산업(이하 일본다이소)는 2001년 자신들이 아성에 상품을 공급해주겠다며 파격적인 제안을 합니다. 자리를 못잡아서 허덕이던 아성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었으나 리스크도 있었기에 일본다이소에 '지분투자'를 제안하게 되며 이에 한국다이소가 설립됩니다. 한국다이소가 망해버리면 일본다이소도 손실이기 때문에 장난질을 할 수가 없을테니까요.
일본다이소는 40억을 투자하여 34.21%의 지분을 확보하였으며 아성은 50.02%의 지분을 확보합니다. 나머지 약 15% 중에 13%는 사실상 한국다이소 회장이라 할 수 있는 박정부씨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되어있네요. 한국다이소의 지주사를 박정부씨 일가가 100% 소유하고 있으니 한국계자본이 절대다수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2001년 한국다이소가 출범합니다. 예, 2001년...18년 전의 일이죠.
당시 아성은 일본다이소의 브랜드파워를 활용하고 '다이소'가 '다있소'라는 한국어와 비슷하게 읽힌다는 점에 착안하여 '다이소아성산업'을 시작하였습니다만...이게 큰실수였죠. 이득을 본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매년 '일본기업논란'에 휩싸였으니까요. 특히 적자에 허덕이던 한국 다이소가 2014년부터 흑자행진을 이어가며 논란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그간 여력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배당'을 하기 시작하고 이에 일본다이소측으로 현금배당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매년 약 50억원, 실적규모로 보자면 근래에는 더 많은 배당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2014년 이래로 수백억의 현금배당이 일본다이소로 들어갔을 것이고 매년 일본다이소로부터 100억원 이상의 상품을 매입하고 있죠. 국부유출, 친일기업, 일본다이소의 독도문제 등등...한국다이소는 많은 비판에 직면합니다. 한국다이소 자체의 문제도 있는데 이건 넘어가도록 하죠.
자 여기까지가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개괄입니다. 그럼 한국다이소는 불매를 당해도 되는 일본기업, 일본계기업, 친일기업 정도의 포지션에 있을까요?
먼저 일본다이소는 한국다이소의 경영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절대다수의 지분을 아성과 아성계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다이소가 가진 34%의 지분으로는 비벼볼 틈이 없습니다.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고 영업에 개입하지도 못하죠. 해외에서는 일본다이소와 한국다이소는 경쟁관계에 있는데 경영에 개입하였다면 없었을 일이죠.
현금배당의 문제는 어떨까요? 2014년 이래로 매년 50억원...최근에는 2조매출을 찍는 한국다이소임을 생각해보자면 그 금액이 늘었을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2014년 이래로 수백억의 현금배당이 이뤄졌을겁니다. 기업이 이윤을 남기면 이를 배당하여 주주에게 나누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이를 막을 어떠한 근거도 없죠. 2014년 이후 흑자전환을 한 기업에서 특정주주에게 배당을 하지 않는다? 소송당해서 뜯겨도 할 말이 없는 사안입니다. 대주주로서 일본다이소가 있는 이상 싫던지 좋던지 배당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일본기업에 투자를 받은 것자체가 문제인데 무슨 소리냐 하는 분들이 있겠죠.
아성이 일본다이소에게 투자를 받은 것은 18년 전의 일입니다. 18년 전 한국다이소 설립을 고민하던 그 시점에 오늘날의 일을 예측하고 거부를 했어야 하는 걸까요? IMF여파가 가시지 않고 적자에 허덕이던 기업이 일본이 발을 빼 먹튀할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했던 투자제의에 있어 '18년 후 어느시점'에 있을 문제까지 염두했어야 하는 일인가요? 그 즈음에는 어떻게든 경기를 살려보고자 일본과 거래를 트거나 일본의 자본을 받았던 기업들이 넘쳐납니다. 그런 기업들을 전부 찾아내서 '왜 18년 후의 미래를 예측 못하고 일본의 자본을 받았나' 라며 일본기업이라는 이름표를 달아도 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만일 한국다이소가 일본의 투자를 의식해 대놓고 일본다이소에게 알랑방구를 끼고 다녔다면 또 모르겠습니다만....해외에서는 경쟁관계에 있을 뿐 아니라 독도관련 문제에서 일본다이소와 척을 진 상태입니다. 한국다이소는 2014년에 '독도사랑운동본부'와 협약을 맺고 독도지키기에 나섰으며 관련상품개발, 바자회 등을 개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로 인해서 일본다이소가 자국내에서 극우로부터 공격을 당했던 일도 있을 정도입니다.
18년 전에 현재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먹튀방지'를 위해 일본다이소부터 투자를 받았고 이로 인해서 '당연히 해야할' 현금배당이 이뤄졌습니다. 일본다이소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바가 없으며 되려 반대행보로 일본다이소에 엿을 먹인 적도 있죠. 만일 이런 상황임에도 문제라면 일본계 자본이 들어와있는 모든 기업들이 일본기업,일본계기업,친일본기업으로 분류되어 불매의 대상이 되어야할 겁니다 상장사들 중에는 일본계 자본이 안들어가 있는 기업을 찾는게 빠를지도 모르겠네요. 만약에 시장형 공기업인 한전에 일본투자자가 들어가있고 일본으로 배당금이 나가게 된다면 전기 안쓰실 건가요? 배당을 했다고 욕을 먹고 불매를 해야한다는 것은 현대의 시장에서는 너무 광범위한 문제가 됩니다.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고 대통령의 이름이 흥선대원군이 아닙니다.
그리고 댓글을 보면 한국다이소 제품의 태반이 일본거인데 일본기업이지 그럼 뭐냐는 분들이 있더군요. 2조매출 회사에서 매년 100억 남짓 일본에서 가져오는데 제품의 태반이 일본제품일 수가 있을까요? 애당초 한국다이소 제품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힘든 일이겠죠. 물류비용에 세금에 뭐에...생활용품파는 한국다이소인데 일본의 기술력이 아니면 안되는 그런 제품이 있을리가 없고 비슷한 것이 중국에 널렸습니다. 심지어 한국다이소측에서 밝히기로는 한국제품이 7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2조매출에 100억매입...이래저래 따져봐도 10% 정도나 될까 싶네요. 어디에 '절반이 일본제품'인 매장이 있는지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런 논란...'다이소는 한국기업이다'라는 입장으로 글을 쓰는 저로서도 찜찜하고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여튼 이유를 막론하고 매년 백수십억이 일본과 일본다이소로 들어갑니다. 제일 좋은 해결책은 한국다이소가 일본다이소가 지닌 지분을 회수하고 사명을 변경해버리는 겁니다. CU처럼 말이죠. 문제는 비상장법인의 주식가격이란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일본다이소가 얼마나 많은 웃돈을 부를지 모르는 상황이고 한국다이소가 그만큼의 총알이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지금의 상황이면 웃돈주고 주식매입해서 일본다이소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건 그것대로 또 문제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군요.
우리나라는 기초과학분야가 미비하고 설비산업은 폭망수준인 나라입니다. 건설현장에 가보세요. 일본제 설비와 기계가 천지에 널렸습니다. 분양받은 아파트에 일본제 설비가 들어가 지어지고 있다면 계약금 날릴거 각오하고 분양취소하실 수 있나요? 투입되는 원자재가 일본게 아니면 뭐하나요. 공장에 기계들이 죄다 일본제인데요. 그럼 그런 제품들 찾아서 전부 불매운동 하실 수 있고요? 기계설비만이 아니죠. 일본은 과학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나라입니다. 수많은 기술과 특허를 지닌 나라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로 인해서 막대한 로열티를 일본으로 송금하고 있죠. 일본기술로 제품만드는 기업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대일무역적자가 어디서 발생하고 있을 것 같습니까? 다이소때문 일까요?
현미경 들여다보듯이 봐야하는데 그러자니 힘들고...눈에 잘보이고 이름도 비슷하고 하니 다이소는 때려잡아야겠다. 근거는 미비하고 사실관계가 완전히 틀린 루머조차 있지만 확인과정없이 일단은 낙인찍고 때리자. 그렇게 2조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 국내제품 비중이 70%를 차지하는 유통망 하나를 아작내는게 애국일까요?
전 다이소를 그다지 이용하지 않습니다. 물건이 싸기는 한데 딱 그값만 하거든요. 돈 아낀다고 다이소를 찾니느 그냥 가까운데서 대충사고 시간을 아끼는게 좋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제가 이야기한 것과 같은 이유로 다이소 이용하는게 뭐가 문제냐는 입장이 큰 잘못된 것인양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거니와...전 그런분들이 나중에 이불킥할 상황오면 책임지는 꼴을 거의 못봤습니다.
제가 여러 이야기를 했으나 그럼에도 '어쨋든 한국다이소의 돈이 일본으로 가는 것만큼은 사실'이라며 다이소가 아닌 다른 곳을 이용하셔도 됩니다. 어려운 이야기 이해해야할 의무도 없는 것이고 감정적 거부감이 드는데 다른 곳 이용하면 그만이지 찜찜하게 다이소가야할 이유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어느쪽이건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