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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연인들
게시물ID : gomin_14799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Ghua
추천 : 12
조회수 : 546회
댓글수 : 62개
등록시간 : 2015/07/14 22:01:20
 
나는 스물아홉, 남자친구는 서른둘.
우리는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호기롭게 그만두고 둘 다 백수로 살고 있다.
일을 할 때에는 너무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었는데, (심지어 늘 초췌했다!)
요즈음은 평일 런치 메뉴를 함께 즐길 수 있어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그렇지만 데이트 통장에 잔고는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어서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주말에는 오빠, 우리 이제 떡볶이랑 라면만 먹어야 돼
했더니 그러면 자기 집에 있는 식량으로 맛있는 음식 만들어 먹자며 걱정하지 말라는 남자친구.
아니, 그건 자기 돈 쓰는 거 아닌가라고 볼멘소리 했지만
내심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사실은 본인도 많이 걱정 될텐데...
 
나보다 훨씬 재주가 많고 명석한 사람인데
왜 이렇게 운이 안 따라주나 싶어서 지켜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
뭐라도 해주고 싶지만 나도 내 코가 석자인지라 그저 손잡아 주는 게 전부다.
 
가난한 아버지를 만나 평생 고생만 했던 울 엄마는,
고이 키워 명문대까지 보내놓은 딸이 행여나 자기처럼 살게 될까 봐
은근히 남자친구를 반대하는 눈치인데.
남자친구를 만나면 그런 엄마가 생각나서 너무 괴롭다.
지금 직업이 없고 모아둔 돈이 없다는 게,
이 좋은 사람의 무궁무진한 장점을 가려버리니까 많이 씁쓸하기도 하다.
 
얼른 내가 시험에 합격해서 자리를 잡아야지.
그래서 남자친구 힘내라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좋아하는 게임도 사주고.
또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게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지.
그가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듯 나도 변함없는 지원군이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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