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전에 들은 이야기라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기억나는 대로 적어볼게요. 그 오빠는 저랑 같이 영어스터디 모임에 있던 오빠였고요. 종종 영어공부 하기 싫을때 잡담으로 때웠는데, 그날은 누가 오빠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더라고요.그랬더니 바로 이 이야기를 해줬어요.
지금부터는 그 오빠가 해준 이야기를 오빠의 시점으로 이야기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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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경출신이거든? 의경이랑 전경은 훈련소 끝나고 충주에 있는 경찰학교에서 4주간 따로 훈련을 받아. 근데 이때 훈련이 빡시기도 한데 더 못참겠는건 진짜 드럽게 배가 고프다는거야.
다들 돌도 씹어먹을 20대 초반 남자애들인데 거기서 배식되는 음식가지고 배가 차겠느냔 말이지. 근데 거기 야외에 컵라면 자판기가 있었어. 근데 돈이 있어도 그 라면을 먹을 수는 없지. 시간도 없을뿐더러 먹다 걸리는 날엔 영창감 아니겠어?? 그냥 자판기 앞을 지날때마다 침만 질질 흘리는거지.
그러던 어느날. 진짜 도저히 배고파서 잠이 안오는거.동기놈 살살깨워서 같이 컵라면 먹으러 가자 했더니 잠결에 순순히 따라오대?? 진짜 검은 매직으로 칠해 놓은것처럼 앞이 컴컴하더라. 라면하나 먹겠다고 그 시멘트 바닥을 개처럼 기어서 가다가 문득 달이 보이는 왼쪽 작은 창문에 어떤 여자애가 보이는거야. 새벽시간이었는데 초등학생쯤 보이는 여자애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우릴 쳐다보드라.
우린 행여나 걔가 소리 지르거나 누구한테 꼰지를까봐 입에 검지손가락을 갖다대면서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어. 다행히 여자애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유독 빛나는 흰자만 우리의 움직임을 쫓아 왔었지. 내가 기어가다가 뒤돌아서 봤을때도 여자애는 우릴 지켜보고 있었어. 우리는 누구에게도 안 걸리고 빠져나가서 라면을 배불리 먹고 무사히 돌아왔어.
다음날 라면을 같이 먹었던 동기놈이랑 나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어. 왜냐고? 우리가 기어 나갔던 그 복도는 3층이었고 뒤에는 깍아진 산이라서 누구도 올라올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서야.우리가 본 그 소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