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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연재(31) "월곡(月哭) 저수지 살인사건" - 실체1
게시물ID : panic_1004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yman
추천 : 5
조회수 : 48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7/02 15: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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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한편, 월곡저수지를 벗어나 시내로 들어선 최반장과 박형사는 안일옥으로 향했다. 이곳은 경기도에서 가장 오래된 한식당으로 안성맞춤 우탕 전문점이다. 굳이 이곳을 찾은 것은 단둘이서 오붓하게 저녁을 건사하게 먹자는 게 아니라 약속 때문이었다.
최반장은 월곡저수지를 벗어나기 전에 두 군데 전화약속을 했다. 그들은 각각 영상전문가 차동규 교수와 컴퓨터 공학 전공 신정우 교수다. 두 분 다 그 분야의 전문가로 유명하다. 특히 컴퓨터 공학 신정우 교수는 IT분야에도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 였다. 그러다보니 약속잡기가 힘들었는데 다행히 정형사와 사제지간이라 정형사의 도움으로 성사된 것이다. 그리고 약속 시간을 저녁으로 잡은 것은 두 사람 모두 서울에 직장을 둔 관계로 퇴근에 맞춘 것이다. 다행히 거부감 없이 흔쾌히 받아 주었다.
최반장은 약속을 정해지자 이곳 안일옥을 예약했다. 식사 겸 반주를 곁들여 유대를 조성한 뒤 깊이 파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래서 약속시간도 동시에 잡은 것이 아니라 30분을 터울 두고 잡았다.
아담한 한옥이 눈앞에 보였다. 처마 밑에 간판은 백종원의 3대 천왕이란 로고와 함께 설렁탕 4100이란 글씨가 쓰여 있었다. 박형사는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밖으로 나온 최반장은 핸드폰을 꺼내 다이얼링을 했다. 그러나 상대방은 받지 않았다. 이어서 차에서 내린 박형사가 잠금장치 버튼을 누른 뒤 다가섰다.
안 받아요?! 그럼 다이렉트로 만나고 있다는 건가?”
안되겠어. 신 교수와의 약속은 1시간 뒤니까 그때까지 도착하라고 문자를 보내야지.”
하며 그는 문자를 찍었다.
<오후 830분에 안일옥에서 은사 신정우 교수와 만나기로 했음. 늦지 않게 시간 맞춰 도착할 것. 최반장.>
용건만 간단히 남긴 최반장은 손목시계를 쳐다봤다. 벌써 7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다면 영상분석 전문가 차동규 소장과의 약속이 30분남은 것이다.
들어가자고......”
벌써요?”
일단 들어가서 그동안 입수한 영상을 점검해 놔야지.”
아네.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이미 순차적으로 해두었으니까요.”
제보 말고 다른 영상자료도?”
물론입니다.”
하며 그는 자신의 가방에서 태블릿 PC를 살짝 내보였다. 최반장은 빙긋 웃으며 안일옥 안으로 들어갔다. 박형사는 어깨를 으쓱하며 뒤따랐다.
안일옥은 명성답게 고풍스러웠다. 천정 밑 벽에 그동안 받은 인증서와 표창장, 그리고 언론의 관련기사가 액자에 잘 정리되어 총망라 되어있었다. 그리고 특유한 것은 들어서자마자 중앙에 서 있는 땔감 난로가 옛 정취를 풍겼다. 최반장과 박형사가 들어서자 여 종업이 다가서며 고개를 조아렸다.
어서 오십시오?”
“8시 반 예약했습니다.”
최반장이 말하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엽차 쟁반을 들고 방안으로 인도 했다. 방 안은 포근했다. 4월 하순으로 접어 들긴 했지만 밤에는 써늘해 난방을 해놓은 듯 싶었다. 최반장과 박형사는 창밖이 보이는 쪽에 앉았다. 종업원이 엽차를 내려놓고 쳐다봤다. 그러자 박형사가 말했다.
주문은 나머지 손님이 오시면 할게요.”
종업원은 그렇게 하시라는 듯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조아리곤 홀로 나갔다. 최반장은 주위를 둘러보고 상의에서 수첩을 꺼내 말했다.
이제 윤곽이 거의 확실시 됐는데 문제구먼.”
문제라뇨?”
박형사가 자신의 가방에서 수첩과 태블릿 PC를 꺼내며 물었다.
그동안 정황을 모두 살펴보면 오동호가 확실한데....... 오동호 측에서 순순히 자백하겠어.”
그래도 증거가 확실하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증거?! 아직 그것도 그렇잖아. 모두 심증뿐이니........”
아니죠? 반장님이 굳이 약속을 잡으신 것은 구체적인 확신이 스셨기 때문이 아닌가요?”
짬밥은 못 속이겠구먼........ 솔직히 말해서 난 전문가의 CCTV 분석에 가능성을 걸고 있어.”
그건 뭘 근거로요?”
내가 알아본 결과로는 CCTV는 영화처럼 줌인 줌아웃이 불가능하다는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는 건 뭔가 이상하다는 거지.”
그 말씀은 누군가의 조작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거네요?”
맞아. 그동안 심심히 않게 방송 됐잖아.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은 CCTV가 해커에 의해 보안이 뚫려 범행에 이용되고 있다고......”
그렇다면 오동호가 그 분야에 전문가니까 가능하다는 얘기네요......”
그런데 문제는 그가 금치산자란 말이야. 초등학교 3학년 지능으로써는 불가능해서 말이야?”
그렇다면 제3자의 개입 가능성도 있다는.........”
그래. 모르긴 해도 이 사건을 조종하는 인간은 대단한 머리의 소유자라는 계산이야.”
그렇다면 우리의 임무는 그 인간을 찾아내는 거네요?”
그래.”
그럼 다시 초등수사로 전환하시겠다는 거예요?”
아냐.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어.”
그럼요?”
오동호의 네트워크를 찾아내는 일이야?”
네트워크라 함은 오동호의 묵시적 제스처를 간파하고 혼선을 주는 무리들이요?”
그래. 나는 오동호가 이곳 네트워크를 장악한 사이버 교주가 아닌가 싶어.”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가능하다마다. 세계적으로 사이버 예고 살인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잖아.”
아네. 그래서 신 교수님을 모신 거군요.”
최반장은 대답대신 창밖을 유심히 보며 말했다.
저 분 같은데?”
순간 박형사 유심히 보면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넷 조회 사진과 같은데요.”
그러자 최반장이 수첩을 접어 윗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네 말 어느 정도 이해했지.”
박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반장은 손마디를 꺾으며 말했다.
그럼 함께 허심탄회 물어보자고.”
이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을 열었다. 엽차 쟁반을 든 종업원 뒤로 장발의 무거워 뵈는 가방을 멘 중년의 사내가 고개를 조아렸다. 최반장과 박형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최반장이 그에게 다가서며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며 말했다.
전화 드린 최반장입니다. 이 친구는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박형사고요.”
아네. 동아대학 차동규입니다.”
그 역시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최반장은 명함을 받아 들고 음식상 앞좌석을 가리켰다. 차교수는 고개를 조아리고 자리에 앉았다. 종업원이 차교수 앞에 엽차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무엇으로 올릴까요?”
그러자 차교수가 최반장을 쳐다봤다.
아네. 저흰 식사 겸 해서 설렁탕으로 하겠습니다.”
박형사도 동의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교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종업원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식사는 했으니까. 탕만…….”
그리고 최반장을 쳐다봤다. 그건 한잔 어떠냐는 투였다. 최반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종업원에게 말했다.
소주도 두어 병 주세요.”
아니죠. 두당 한 병은 돼야죠.”
알았어요.”
종업원이 빙그레 웃으며 홀로 나갔다. 최반장이 문을 닫았다.
순간 차교수는 옆에 있는 빈 탁자를 끌어오더니 그 위에 자신이 가져온 가방을 놓고 열었다. 그건 모니터가 달린 묵직한 기계였다. 그는 궁금해 하는 최반장과 박형사를 보며 말했다.
휴대용 영상분석기입니다. 초단위로 분석하다보니 불가능한 영상분석도 확실하게 수행합니다.”
아네.”
그럼, 식사 나오기 전에 데이터 분석을 가동해 놓고 싶은데....... ”
차교수가 최반장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러자 최반장이 박형사에게 준비하라는 눈치를 보였다. 박형사는 고개를 조아리고 탁자에 올려놓았던 태블릿 PC를 도로 가방에 넣고 대신에 USB 메모리를 꺼내 건넸다. 차교수는 받아 소켓에 꼽았다. 그러자 작은 기계음이 들리더니 작동을 시작했다. 이어서 화면에 날짜별로 정리된 폴더가 떴다. 차교수는 폴더를 일부를 클릭해 파일 존재여부를 확인했다. 그리고 최반장과 박형사를 보며 말했다.
일괄된 파일이 아니라 두 종류군요. 하나는 본 CCTV 영상을 담은 것이고 하나는 조작된 거구요.”
순간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해 쳐다봤다. 차교수는 상관치 않고 말을 이었다.
쉽게 말하면 하나는 CCTV 원본이고 하나는 조정에 의한 파일이라는 겁니다.”
그때서야 최반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니까. 원본 말고는 누군가 조정해 조작했다는 건데……. 그게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CCTV 비밀번호만 해킹하면 그만입니다.”
하며 그는 창문 밖의 주차장을 눈여겨보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저기 주차장을 지키는 CCTV를 해킹해보겠습니다.”
정말로요?”
박형사가 믿기지 않은 듯 다그쳤다. 그러자 그는 빙그레 웃으며 기계조작을 몇 번하더니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 보세요.”
최반장과 박형사는 약속이나 한 듯이 기계 앞에 다가 앉았다. 순간 그들은 놀라고 말았다. 화면에 자신의 차량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아.... 대단하군요. 그렇다면 누가 조정한지도 알 수 있을까요?”
최반장은 감탄해 마지않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야 각기 다른 원본 카메라부터 추적하면 가능하지요. 왜냐하면 전체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해킹은 시간이 걸리니까 필요한 곳에 CCTV를 해킹하는 방법을 택했을 테니까요. 그러면 어딘가에 흔적이 남아 있겠죠.”
그리고 그는 원본 카메라 파일을 검색 프로그램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여러 가지 파일이 연이어 나왔다. 교묘하게 이어진 화면은 순차적으로 모습을 보여줬다. 잠시 후 그가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여깄습니다.”
그 장면은 놀랍게도 누군가 전신주에 기대 태블릿 PC를 조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얼굴 형태는 알 수 없었다. 그건 카메라를 의식했는지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저 인간은?”
박형사가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최형사를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냐?! 조작된 화면 속에 그 인간하고는 틀려.”
사실이 그랬다. 복장은 비슷하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달랐다. 차교수도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보기에도 차이가 납니다. 그럼 실제로 원본 사진과 조작화면의 인물을 분석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프로그램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마술처럼 화면이 분할되더니, 왼쪽에는 원본 속의 인물이 오른 쪽에는 조작된 파일 속에 인물이 나타났다. 차교수는 왼쪽 오른 쪽을 번갈아 체크하며 분석한 뒤 말을 이었다.
원본 속에 인물은 173cm 정도에 호리호리한 체격이고, 오른 쪽에 인물은 왼쪽 인물보다 3cm 정도 커 보이는 사람입니다. 체격은 비슷하고요.”
그렇다면 왼쪽은 오동호일 가능성이 크군. 박형사 그치?”
.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오른 쪽은 밝혀 진대로 황동팔이 확실하고요.”
묵묵히 두 사람의 얘기를 경청하던 차교수가 고개를 흔들며 오른쪽 프레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건 철저한 조작입니다.
철저한 조작이라뇨?!”
최반장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봤다. 차교수는 차분하게 오른 쪽 인물 사진에 커서를 놓고 누른 다음 밑으로 드래그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인물사진이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그건 마치 퍼즐 놀이를 하다가 일부분을 떼어 낸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이건 원본 배경화면에 CG작업을 해서 붙인 겁니다.”
?!”
최반장과 박형사는 놀라 차교수를 쳐다봤다. 차교수는 아랑곳없이 분석을 계속했다. 최반장이 다가앉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원본 쪽 인물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네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원본 속 인물이 조작물 속의 인물에게 뒤집어씌우려고 의도적으로 만든 거네요?”
박형사가 거들었다. 차교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또 다른 뭔가를 위한 트릭일 수도 있습니다.”
트릭이라뇨?”
쉽게 말하면 수사에 혼선을 주기위해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뭐라고요?”
최반장이 애써 침착해하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 레벨이라 할 수 있습니까?”
최상급이라 볼 수 있죠. 이 정도 실력이라면 네트워크와 영상조합을 꿰뚫는 자라 할 수 있으니까요.”
우아......”
최반장과 박형사는 잠시 말문을 잃고 탄성을 자아냈다. 그건 앞으로의 수사가 순탄치 않다는 불안감 때문이기도 했다.
- 똑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더니 종업원이 얼굴을 내밀었다.
음식이 나왔습니다.”
최반장이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
그러자 종업원은 밀고 온 음식운반차에서 음식을 내려 탁자에 올려놓았다. 먼저 적당히 숙성된 배추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풋고추와 양파가 올려졌다. 이어서 고기를 찍어 먹을 수 있는 소스와 설렁탕이 올려졌다. 그런데 한 가지 시키지 않은 수육이 보였다.
아니 이건......”
아네. 그건 저희 사장님께서 저의 업소를 찾아 주신 데에 감사표시로 드리는 서비스입니다.”
아네.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씨익 웃으며 돌아섰다.
잠깐만요. 보약이 빠졌는데요.”
박형사가 불러 세우고 말했다. 그러자 종업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이고 내 정신 봐라. 총알을 빠뜨렸구먼. 금방 갔다 드릴게요.”
그 녀는 다시 고개를 조아리고 홀로 향했다. 박형사가 웃으며 방문을 닫으려는데 누군가 문을 잡았다.
정형사였다.
빨리 왔네.”
최반장이 그를 보며 말했다.
빠르긴요. 약속시간이 다 됐는데요.”
하며 그는 쓰러지듯 근처 벽에 기대앉았다.
인사드려. 동아대학교 영상학과 차동규 교수님이야
그러자 그는 벌떡 일어나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정형삽니다.”
아네. 차동규입니다.”
명함을 내밀었다. 정형사는 고개를 조아리고 받아 바지 호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손을 빼는데 뭔가 떨어졌다.
- !
묵묵히 지켜보던 최반장이 물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USB 메모리 아냐?”
그러자 정형사가 놀라 잽싸게 USB를 집어 들며 말했다.
...글쎄요. 이게 왜 여기 있지?”
정형사는 쉽게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또다시 벽에 기대앉으며 생각을 더듬었다.
- 맞아! 나리가 쓰러져 들쳐 업었을 때 핸드백이 거꾸로 쏟아졌었지. 그리고 뭔가 떨어져 바지주머니에 주워 넣었는데..... 그게…….
사실 그 때는 아무 정신이 없었다. 오로지 정나리를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도 이걸 주워 넣었다는 것은 오로지 형사적인 감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중요한 거야?”
최반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형사는 그때서야 생각이 정리된 듯 바로 앉으며 말했다.
오동호 미행해서 얻은 겁니다.”
그래 그렇다면 이거 왕 건 아냐? 이리 줘봐.”
최반장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정형사는 망설였다. 그건 난감해 하는 나리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뭐해! 달라니까?!”
그때서야 정형사는 메모리를 최반장에게 건넸다. 그러자 그는 습관처럼 주머니에서 면장갑을 꺼내 끼고 받은 뒤 차교수를 보며 말했다.
교수님, 이거 심상치 않아 보이는데. 분석 한 번해주시죠.”
아네.”
하며 차교수도 박형사가 건네준 면장갑을 잽싸게 끼고 받았다. 그러자 박형사가 최반장을 보며 말했다.
반장님, 식사부터 하시는 거 순서 아닌가요?”
그러자 차교수가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하고 왔습니다.”
아네. 그랬다고 하셨죠. 그건 그렇고 정형사는 식사는 했나?”
입맛이 없습니다.”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최반장이 직감적으로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낮을 늦게 먹어서요. 그래서 밥 대신에 술 한 잔 했으면 싶은데요. 일과도 끝났고요.”
그러자 묵묵히 지켜보던 박형사가 맞장구쳤다.
그러자고. 마침 시켜 놨으니 당겨 앉으라고.”
정형사는 고개를 조아리고 일어나 차교수 옆 빈자리에 앉았다. 그때 종업원이 소주 네 병을 양손에 들고 와 내밀었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두당 1병이라 하셔서요?”
일행은 대답대신 웃었다. 종업원은 고개를 조아리고 방문을 닫은 다음 홀로 돌아갔다. 박형사는 상 위에 비치된 소주 컵을 배분한 뒤 소주 한 병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흔들더니 발꿈치로 소주 밑바닥을 툭툭 친 다음 차교수에게 다가섰다.
손님이시니까 먼저 한잔 받으시죠.”
아네. 일단 잔만 받겠습니다.”
왜요. 한잔 쭉 하시지. 차 가져 오셨어요?”
아닙니다. 집이 이곳에서 십분 거리라 두고 걸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마음껏 드셔서도 되겠네요.”
그러긴 하지만 먼저 드십시오. 저는 이 카드 분석을 끝내고 먹겠습니다.”
아네. 오래 걸려요?”
아닙니다. 일단 살펴보니까 암호를 걸어 놨지만 별거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암호해독도 가능하시다는 겁니까?”
아네. 오랫동안 이 일에 종사하다보면 큰 문제는 아닙니다.”
역시 전문가는 달라......”
그 사이 박형사가 차교수한테 양해의 눈빛을 보낸 다음 최반장과 정형사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럼 저희 먼저.....”
최반장이 차교수를 보며 양해를 구했다. 차 교수는 고개를 조아리고 암호해독에 열중했다. 최반장과 박형사 정형사는 잔을 부딪치고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시 술을 배분하려는데 정형사가 긴 한숨과 함께 소주병을 옮겨 쥐더니 병째 마셨다. 최반장이 말렸지만 정형사는 술병을 내려놓지 않았다.
무슨 일 있었던 거야?”
그러나 그는 아랑곳없이 병나발을 불었다. 최반장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설렁탕에 밥을 말았다. 박형사도 묵묵히 따라했다. 정형사는 병째 마시고 천정을 올려다보며 두 눈을 깜박거렸다. 솟구치는 눈물을 애써 삼키는 듯 싶었다.
솔직히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비록 남남이 됐지만 왜 이리 가슴이 쓰리고 아픈지....... 먼발치에서 나마 지켜보며 그녀의 무사를 빌고 싶었지만 끝내 응급실에 들어서지 못하고 돌아서고 말았다. 누군가 황급히 다가와 감사의 표시를 했지만 정형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차장으로 향했었다.
 

이때였다.
차교수가 긴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풀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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