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베오베에 어느 정도까지 가난을 느껴 보셨나요? 읽고 갑자기 글 써봐요.
국어사전에는 가난의 정의가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함. 또는 그런 상태" 라고 나오네요.
백과사전에는 "재화나 재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화조차 가지지 못한 상태" 라고 적혀있네요.
국어사전 정의대로라면 가난한 사람은 꽤 많을 수도 있겠고 백과사전은 구체적이고 좀 더 엄격한 기준이네요.
저는 어렸을 때 가난하게 자란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빚으로 얻은 500만원짜리 전세방에 살았는데, 쥐나 바퀴같은 것들이 출몰했고 하필 저만 귀에 바퀴가 4번이나 들어가서 고생했어요.
옷가지나 이것 저것 얻어와서 입고 다녔던 기억이 있고 싸구려 교복입고 다니다가 다 헤져서 가리고 다녔던 기억도 있네요.
아버지께서 일용직으로 돈을 벌어다오면 제일 싼 음식이나 물건 같은 걸 사다가 먹고 쓰고 살았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는 공병 팔아서 소주병 20원 맥주병 30원 델몬트병 50원 받아서 100원짜리 쌍쌍바나 50원짜리 꾀돌이등 군것질도 많이 했는데
되돌아보면 어린 시절에는 항상 배고팠던 것 같아요.
옛날에 개콘이 인기 있을 때 개그맨 임혁필이 땅그지 컨셉을 가지고 나왔는데 어렸을 적 길에 떨어진 먹을 거 주워먹던 기억이 났어요.
그리고 한창 포켓몬빵이 유행할 때 스티커를 모으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옆 동네까지 가서 없는 스티커 찾는 경우도 흔했고
빵을 뜯어보고 스티커만 확인하고 버려지는 빵이 많았는데 그거 얻어다가 많이도 먹었습니다.
학교를 가보니 다른 급우들이 어떻게 사는 지도 알게되고 제가 가난한 집 아이구나 하는 걸 알게됐어요. 가난은 불편한 거였어요.
육성회비, 등록금, 급식비 등을 제 때 못내서 불려간 적도 많고, 버스비가 없을 때는 짧은 다리로 2시간남짓 걸어서 집에 가기도 했고요.
물론 저보다 더 가난한 집 학생도 있었겠지만 저는 단지 몰랐을 뿐이겠죠. 가난이 자랑은 아니라 알리고 다니지 않으니까요.
정말 힘든 친구들은 초등학교 졸업 후에 취업전선에 뛰어 들었겠지만, 대대수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을 하고 저도 그랬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주유소에서 일을 하고 첫 월급을 받고 그랬는데, 씀씀이가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아서 1년간 돈 (대학 입학금으로 모으던) 모으다가
집에 있던 카드빚은 이자가 쎄서 자꾸 빚이 불어나서 급한대로 그 빚 갚고 군대로 현실도피삼아 도망을 갔습니다.
군대에 있는 동안은 제일 걱정없이 지냈어요. 이등병 월급이 2만원도 안되긴 했지만 돈도 차곡차곡 모았고, 밥도 배불리 먹여주고 (훈련병 때는 돌아서면 배고팠지만) 재워주고 훈련도 시켜주고 좋았어요. 물론 병영비리만 빼면 말이죠.
근데 저는 가난했던 걸까요? 아니 성인이 된 이후부터 가난이라는 것을 적용해야하는 걸까요?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빚을 지지 않았으면 오지 못했을텐데, 빚을 지고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화를 가지고 있으면 가난하지 않은 걸까요?
빚없이 당장 천원이 없어서 굶는 사람이 더 가난한 건지 아니면 세 끼 잘 챙겨먹고 다니지만 빚이 많은 사람이 더 가난한 건지 모르겠네요.
가난이라는 것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가난하다고 꼭 불행한 건 아닐 수도 있어요. 불편할 수는 있지만요.
이런 이야기가 떠올라요. 오래된 기억이라 왜곡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옛날에 머슴 두 명이 굶어죽게 생겨서 부자집에 찾아가서 쌀을 꾸어 달라고 구걸을 합니다.
부자집 양반은 쌀을 빌려주면 어떻게 할 건지 두 명에게 물어봅니다.
한 명은 쌀을 받으면 한 달치로 조금씩 나눠서 아껴서 먹으면서 그동안 일을 구해서 갚겠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일단 밥을 실컷 배불리 먹은 다음에 당장 무슨 일이든 해서 갚겠다고 했습니다.
부자집 양반은 밥을 실컷 먹겠다고 한 머슴에게 쌀을 꿔줬습니다.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빚이 좀 있어도 당장 어려움을 해결하고 그걸 발판으로 삼아 도약하면 빚 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것보다 나을 지 몰라요.
물론 어떤 빚이냐에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고 그것도 고려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급 마무리 할게요.
저포함 다들 오늘보다 조금 덜 가난한 내일이 되길 응원해요! 재미없는 글 죄송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