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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면접 볼 때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서류전형 통과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것도 2군데나. 다행히 면접일은 달랐습니다.
드디어 첫 면접. 사실 전날 잠도 안오더군요.
한꺼번에 5명씩이 들어가네요. 순서는 다행히도 네 번째입니다.
면접관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는 듯합니다.
면접관도 세 명이나 됩니다.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갑자기 한 면접관이 저에게 말을 겁니다.
이건 순서에 어긋나는데, 질문조차 느닷없습니다.
면접관 : 열혈신군씨. 열혈신군씨는 존경하는 사람을 이순신 장군이라고 적었는데, 여기 네 분은 다 부모님이거든요.
세분은 아버지, 한분은 어머니를 가장 존경한다는데..열혈신군씨만 이순신이예요. 열혈신군씨는 부모님을 존경하지 않나요?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하며
나 : (서서히 빨갛게 달아오르는 얼굴) 네? 부모님을 존경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그러니까..
어...제 부모님이 이순신 장군님과 견줄 수 있을 만큼 훌륭한 분들은 아닙니다.
면접관 : 아니,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더니..부모님이 고생해서 키워놨더니 그게 할 소리입니까?
옆에 앉아있던 다른 면접관이 절보고 살짝 비웃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어요. 당황하지 않고 대답을 했어야 하는데...ㅡㅡ;
나 : 아뇨. 그런 건 아니고..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면접관 : 그런 의미가 아니면 뭡니까? 그 의미에 대해 얘기하세요.
나 : (우물쭈물 당황스러움에 대답못함)
면접관 : 할 말 없어요?
나 : 제가 자식 된 도리로 부모님의 은혜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순신 장군님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봅니다.
지나가는 사람 100명에게 물어봐도 이순신 장군님은 알지만, 열혈엄마를 아는 분이 누가 있겠습니까?
면접관 : 단지 그런 이유입니까?
나 : 저는 이 회사에서 사원으로 만족할 만한 그릇이 아닙니다. 저는 과장도 될거고 부장도 될거고..
그렇게 여기 계신 분들처럼 면접을 보러 나올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제가 객관적이지 못하고 제 주관적인 생각으로 제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이 있는 기업에 좋은 선입관을 갖게 된다면,
그건 이 회사에 꽤나 불행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그리고..어..
면접관 : 됐어요. 혹시 삼국지 읽어봤어요?
나 : 네. 읽어봤습니다.
면접관 : 삼국지에 이런 장면이 나와요. 어쩌구 저쩌구
사실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무슨 내용을 얘기했는지..
그리고, 몸에서 전율이 .. 그거 아시죠?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그거..참 글로 설명하기 뭣한 그 느낌이 온몸에 퍼졌죠.
면접관 : 나가보세요. 다음조 들여보내세요.
열혈신군씨, 담에 또 봐요.
쭈삣쭈삣 면접실에서 나오는 나.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
그것이 저의 첫 면접이였습니다.
그 회사 아직도 다니냐고요?
아뇨. 입사도 안했어요. 다른 회사에서 먼저 콜이 와서 그 회사에 들어갔거든요.
면접은 늦게 봤는데 합격통지를 그 회사가 더 빠르게 하더라구요.
암튼 제 첫 면접이야기구요. 실화입니다. ^^
실화이기에 더더욱 말들이 횡설수설이죠. 하하하. 암튼 첫 면접이 꽤나 당황스럽더라구요.
세월호 잊지 않겠습니다. 8월 15일 광화문 광장 3시
우리가 국민입니다. 우리가 권력입니다.
유가족들의 손을 잡아주고 유가족들이 의지할 수 있는 권력은 이제 우리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