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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의 ‘식당 손님들에게 부탁드리는 말씀’을 보다 생각나 적습니다.
그 첫 번째가 인사를 받아 달라고 하는 거였는데요. 저야 말로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제가 겪었던 일들을 나열해 볼까 합니다.
몇 번 여기 오유에 적긴 했지만, 저는 주식과 도박으로 재산을 다 탕진하고 1톤 탑차를 몰고 있습니다.
아침에 백화점에 치즈타르트와 애플 파이를 배송하는 일이죠.
첫날. 처음 그 백화점에 일을 하러 갔을 때.. 제가 작은 결심을 하나 합니다.
어짜피 내 인생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니만큼. 제대로 해보자. 작은 것에서부터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을 해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것은 지하 2층 주차장에서부터 지하 1층 백화점 냉동고 까지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에게 가급적 모두 ‘인사를 하자’ 였습니다.
처음에는 얼마나 쑥스러웠던지.. 몸둘바를 모르겠더군요.
그래도 그냥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러면 사람들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저 사람은 나한테 왜 인사를 하지? 내가 아는 사람인가? 에서부터.. 마지 못해 인사를 받아 주는 사람. 화들짝 놀라는 사람. 나보다 더 반갑게 인사를 해주는 사람.. 다양했습니다.
두어달이 지나니까..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일단 제가 가면 사람들이 다 아는 척을 해줍니다. 인사를 받아주고, 웃어줍니다. (물론 끝까지 모르는 척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식당가의 아주머니들은 아침을 먹다가 저한테 한 술 뜨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언제나 무표정한 보안요원들도 저한테 만큼은 웃으면서 인사해줍니다. (일처리도 저에게는 조금 빠른 것 같습니다.)
일이 많아 항상 짜증이 많았던 옷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저에게 엘리베이터를 양보하기도 합니다.
케익 매장의 매니저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케익을 챙겨 줍니다.
떡 가게 사장님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떡들을 한아름 챙겨서 제 차안에다 넣어두시곤 하십니다.
터키에서 온 아저씨는 말은 한마디도 통하지 않지만 터키 음료를 먹으라고 권해줍니다.
한 번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저는 처음 본 아주머니가 먼저 저에게 인사를 하더군요. 마치 오랜 친구인 것 처럼요.
그래서 혹시 저를 아냐고 여쭤봤더니.. 어느새 제가 지하 1층에서 나름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인사 잘하는 아저씨로요..
눈물이 핑 돌만큼 기뻤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거운 짐들을 끌고 가면서도 사람들이 웃으며 인사해주는 맛에 제 인상이 조금은 편해졌습니다.
매일 가슴을 짓눌르는 빚의 공포에, 도저히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수습이 안되는 상황에 인상이 고약해졌는데요.
인사를 매일 하고 나서는 얼굴이 펴졌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매일 인사를 합니다.
인사.. 정말 좋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