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가 명확하기 때문에 다른분들이 느끼셨던 거랑 비슷하게 느꼈던 것 같구요, 영화 끝나고 같은 건물의 마트에 잠깐 들렀는데 진열된 물건들을 보고있자니 문득 선득해지더군요. 연교가 쇼핑하던 마트 장면이 생각나면서 기택 가족의 일상도 생각나고 그 괴리와 극명한 대조에 찜찜함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기억나지 않는 어린시절 반지하에서 살았었는데 '기생충'은 저보다 먼저 부모님이 보고 오셨었어요. 과거가 생각나셨을텐데 어떤 마음으로 보셨을지...마음이 좀 복잡하더군요.
영화에 나왔던 '냄새'라는 소재와 관련해서, 지하철에서 맡았던 어떤 젊은이의 '나프탈렌 냄새'가 생각이 나더군요. 저희가족의 가난한 옛날에는 익숙했던, 지금은 익숙하지 않은. 제 무례한 상상이 진실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박사장 부부가 냄새를 언급할 때마다 의도치않게 그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참 불편했습니다.
결론은 참 잘 만든 영화고,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고, 상 받을만큼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박사장에겐 다 똑같이 보이는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지만 기택 가족의 '선을 넘는 냄새' 또한 뭔지 알 것 같은 불편한 중간자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