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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연재(23) "월곡(月哭) 저수지 살인사건"
게시물ID : panic_1003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yman
추천 : 2
조회수 : 4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9/06/20 17: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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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금학천은 아담했다. 큰 개천이 아닌 실개천인데도 그런대로 풍치를 지니고 있었다. 정형사는 개천가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이렇다 할 것은 보이지 않았다. 좀 더 발길을 옮기자 노숙자로 보이는 남자 서너 명이 둘러 앉아 막걸리 잔을 기우리고 있었다. 정형사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들은 인기척 느끼지 못하며 막걸리 잔만 기우렸다. 그들은 이미 서너 병을 비우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정형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그중 벙거지 모자를 쓴 남자 되받았다.
알았시다. 이것만 빨고 갈 거요!”
그들은 구청에서 나온 단속공무원으로 아는 것 같았다. 정형사는 다시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
그게 아니라.”
거참, 당신 나라 밥 먹는데 지장 없게 할 거라니까.”
그는 귀찮게 군다는 듯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비틀거리는 거리는 거로 보아 상당히 취해보였다. 그렇다면 다음 행동이 뻔하다. 정형사는 안되겠다 싶어 신분증을 내보이며 말했다.
강력계 정형삽니다.”
소속을 안 밝힌 건 시빗거리가 될 것 같아 빼고 말한 것이다. 그러자 그는 동료를 둘러보며 말했다.
누가 삥친(도둑질) 한 거야?”
아냐!”
그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 소리쳤다.
그라믄 짭새가 어떻게 냄새 맡고 온 거냐고!”
정형사는 짭새라는 말이 거슬려 다이렉트로 말했다.
그것이 아니라 사람 좀 찾으려고요.”
그때서야 그는 안심하며 말했다.
그러면 그렇지. 날도 풀렸는데 자진해서 빵엔 안 가지.”
그리고 그는 정형사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뭘 알고 싶은 거요?”
혹시 이 사람 본 적 있어요?”
정형사는 동시에 핸드폰의 사진을 드밀었다. 그는 얼핏 보더니 소리쳤다.
띨방이구만?!”
그러자 옆에 사람이 덧붙었다.
걔 말도 제대로 못하는 바본데...... 찾아서 뭘 하시게요?”
정형사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꼭 찾아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렇다면 걔 고아가 아니었구먼.”
그는 자신과 다른 처지를 은근히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맞아요. 부모님이 찾고 있어요. 혹시 본적 있어요?”
그러자 벙거지가 으스대며 말했다.
본 적이야 많지. 우리들은 용인시의 보안관이니까?”
정형사는 이런 그가 가소로웠지만 참고 재빨리 주머니에서 사건수첩과 볼펜을 꺼내들고 다가서며 물었다.
최근에요?”
그는 처음과 달리 꼬랑지를 내렸다.
......글쎄요.”
그러나 곧바로 자세를 바로 하더니 동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누구 혹시 본 사람 있어?”
그러자 때 묻은 털모자를 쓴 사내가 거슴츠레 눈을 뜨고 말했다.
보다 마다 짜식 우리하고는 수준이 아주 다르던데.......”
그건 무슨 말이죠?”
정형사는 잘하면 뭔가 건지겠다 싶어 그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그는 어울리지 않게 목소리 톤을 깔며 말했다.
동부 경찰서 앞 골목을 지나가는데 글쎄 그 띨방이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더라니까.”
차를 요?”
맞아! 나도 몇 번 봤어. 커피를 마시고 있더라고.”
옆에서 자신의 잔에 막걸리를 따르던 운동모자 사내가 말했다. 정형사는 철저한 은폐 형일 거라고 믿었는데 뜻밖에 잦은 노출이라니...... 의심스러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잘못 보신 거 아네요?”
무슨 소리. 틀림없이 띨방이었어. 언제나 목숨처럼 아끼는 컴퓨터 가방을 매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그걸 매고 차를 마신다는 말예요?”
. 띨방이라 누가 훔쳐 갈지 알고.”
맞아. 그 자식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 놈이 여기 왔을 때 존 나게 패고 빼앗으러 해도 물고 쥐어뜯으며 지랄해서 결국 포기했었지.”
그런 일도 있었어요.”
신경 쓰지 말아요. 강도짓을 하자는 건 아니고.... 장난삼아서 뭐가 들었는지 보려고 그런 거니까......”
....그래요. 그렇다면 그 사람이 카페에서 차를 마실 때 혼자였나요?”
아니요. 늘 깔끔한 남자와 같이 이었어요.”
혹시 그 사람 얼굴은 보았나요?”
아뇨. 늘 창문을 등지고 않아서 뒷모습으로만 봤죠.”
그렇긴 해도 뭔가 특색이 있었을 거 아네요?”
맞아요, 있었어요. 네모난 검은 가방을 메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카메라 가방?”
난 그런 거 몰라요.”
그리고 그는 막걸리 잔을 기우렸다. 한 모금 삼킬 때마다 막걸리 방울이 입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오른 손을 들어 쓸어내리고 안주 대용으로 찢어 발린 빵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더 남았소?”
벙거지 모자는 더 이상 흥을 깨지 말라는 듯이 쳐다봤다.
아뇨. 한 가지만 더 물어 봅시다.”
뭐요?”
그렇다면 그 사람 어디서 기거 합니까?”
그거야. 한 때 저기 고수부지에서 텐트를 치고 살았는데. 얼마 뒤에 돈이 어디서 났는지 몰라도 주차장 근처 컨테이너 박스를 얻어 개기더라고요.”
아니야. 돈이 있었던 건 아니고, 들리는 말에 의하면 주차장 주인이 하도 불쌍해서 주차장 관리하며 사라고 했다던데.”
띨방을 요?”
그러니까 뭐 중요한 거 맡긴 게 아니고 주차장 청소 정도 하라고요. 그건 띨방들도 할 수 있으니까.”
그럼, 그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시설이 있나요?”
물론이죠. 원래는 주차관리 요원이 먹고 자고 했으니까 웬만한 건 다 있죠.”
그런데 그 주차요원 언제 그만 뒀죠?”
아마 작년 이맘 때였을 거요. 무인 자동주차장으로 바뀌면서 관뒀죠.”
그렇다면 그동안 쭉 비어 있었다는 거예요?”
그래도 걱정할 거 없었어요. 세콤인가 뭔가 하고 계약을 맺어 이상만 있다하면 그 사람들이 출동했으니까.”
아네. 그렇다면 그 주인 아세요?”
아다마다 민국기라는 대단한 부자로 한때 어느 고등학교 교장까지 했다고 하던데요. 지금은 나이 들어 은퇴했지만........”
...그래요? 대단한 분이시군요. 그럼, 띨방이라는 그 분은 하루 내내 주로 뭘 했나요?”
뭐하긴 뭘 해요. 아침하고 저녁에 잠깐 나와 주변 청소를 하고 사무실에서 자빠져 잤지.”
아냐. 자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게임을 하더라고......”
띨방도 게임을 하나?”
무슨 소리야 요즘 젖만 때면 휴대폰 가지고 노는 세상이야. 안 그래요? 형사님?”
아네. 그건 맞습니다. 그 사람 지능이 초등학교 3학년 정도라니까 충분하겠죠. 그리고 그게 두뇌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담당의사가 권장하는 추세라고 하데요.”
허긴......”
그럼, 오늘 돌아올까요?”
글쎄요. 요즘은 통 보이지 않던데.”
그럼, 주차장 청소는 요?”
모르긴 해도 아무도 없을 때 와서 하고 가는가 보던데요. 맞아. 오늘이지 않나 싶은데요. 그지?”
벙거지를 쓴 사내가 털모자를 쓴 사내를 보며 말했다. 털모자도 확신한 듯 말했다.
맞아 오늘 일거야. 보통 사흘에 한번 꼴이니까.”
정형사는 뜻밖의 정보에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아네. 고맙습니다. 협조해주셔서......”
그리고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빼 건네며 뒷말도 잊지 않았다.
약소하지만 식사하는데 보태세요.”
그러자 벙거지 모자가 이게 웬 떡이나 싶게 고개를 조아리곤 낚아 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정형사는 수첩 중간에 볼펜을 끼워 넣은 다음 주머니에 넣고 고지부지로 향했다. 노숙자들이 일제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정형사는 오른 손만 들어 보이고 계속 발길을 옮겼다. 많은 수확이 있었다. 철저하게 고립된 장애인인줄 알았는데 누군가 후원자가 있다는 것과 그 상태에서도 컴퓨터 게임을 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청소하러 온다는 정보는 큰 수확이었다. 정형사는 휴대폰을 꺼냈다. 당장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주차장 주인 민국기라는 인물의 신원을 알아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다시 집어넣었다. 그건 보도문제로 민감해 있을 최반장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정형사는 묵묵히 그들이 가리켜준 고수부지로 발길을 옮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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