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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연재(17) "월곡(月哭) 저수지 살인사건"
게시물ID : panic_1003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yman
추천 : 4
조회수 : 71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6/13 14: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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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박형사는 자신이 직접 정리해서 만든 수첩 세 권 중에 고순옥의 엄마 편을 빼들었다. 그리고 정독을 위해 심호흡을 깊게 한 다음 수첩을 펼쳤다. 거긴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엄마를 확실히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이 여자가 정말로 낳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남들처럼 진지하게 같이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기억은 외할머니뿐이다. 내가 언제 이곳에 맡겨졌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늘 할머니 품에 안겨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 냄새를 알지 못한다. 오직 기억하는 건 시골냄새가 물씬 밴 할머니 냄새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냄새의 소유자가 찾아와 나를 안기라도하면 벗어나려고 떼를 쓰거나 울음을 터뜨렸다. 이따금 아빠란 사람과 엄마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나를 안을 때도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그것마저 좋아라! 했지만 나는 낯설어 울기만 했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진짜 아빠와 엄마니 그러면 안 된다고 하셨지만 나는 상관치 않았다.
이런 나를 보고 아빠는 당황해 하며 자주 와야겠다고 하셨지만 엄마는 무덤덤했다.
나평자 여사. 이게 우리 엄마라는 사람의 이름이다.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한학(漢學)을 하시는 할아버지께서 평범한 여자가 되라는 의미로 그렇게 지셨다고 하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니 엄마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것 같다. 평범하시기 보다는 튀기를 좋아했다. 할머니 말씀에 의하며 학창시절 내내 간부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고 하셨다. 하다못해 줄반장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했다.
그래선지 엄마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여 상고에 진학했다. 할아버지는 문과계통으로 보내서 교양을 쌓으면 시집을 보내실 요량이셨는데 엄마는 부모님의 줄기찬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 상고에 진학했다. 그 이유는 평범하게 살다 죽는 게 싫어서라고 했다. 아무튼 여 상고를 졸업한 엄마는 은행에 취직했다. 그리고 거기서 돈의 중요성을 실감한 엄마는 자신의 월급을 모아 이자놀이를 했다. 그러다보니 남들과 달리 이윤에 밝아 은행장의 추천으로 대부계 주임이 되어 이름을 날렸단다. 그 와중에 만난 사람이 건축업을 하시는 아버지 고달훈이다. 아버지는 많은 대출을 받기 위해 엄마와 친분을 쌓았는데 그것이 빌미가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결혼 후 아버지는 엄마를 자신의 회사에 경리 부장으로 앉혔다. 그 결과 엄마의 수완으로 중소기업 정도로 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을 확장했단다. 그러자 크고 작은 사고가 잇달았다고 한다. 규모가 큰 공사이다 보니 축대가 무너지는가 하면 잦은 추락사고로 인해 회사가 휘청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과의 친분을 계기로 그럭저럭 버텼는데 IMF가 시작되자 끝내 도산하고 말았단다.
 

거기까지 읽어 내려간 박형사는 세세한 것 까지 알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아래 책장을 쭉 넘겼다. 그 대목은 성인이 된 뒤로 엄마 고순옥과의 관계를 정리한 곳이었다.
 

엄마가 주도한 기획 부동산 사기로 교도소에 갔다 온 엄마는 안성회사를 그만두고 구리에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다. 그 즈음 나는 동호 씨와 안성에 내려와 컴퓨터 가게를 차렸다. 처음에는 용산근처에 조그만 가게를 얻었는데, 엄마가 수시로 찾아와 동호 씨는 미래가 안보이니 이혼하라고 보채서 피해 내려온 것이다. 그러자 엄마도 내려왔다. 무슨 계산에서인지 몰라도 구리직장을 접고 다시 안성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동호 씨와의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그건 고전하던 우리 가게가 주변에 신규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CCTV 설치가 많아지면서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호 씨의 교통사고가 나자 언제 그랬느냐 싶게 발이 닳도록 찾아와 이혼을 거론했다. 하지만 나는 거절하고 동호 씨 간호에 전념했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담당의 또한 깨어날 기미가 안 보이니 장기기증하고 끝내자고 했다. 그러나 시집 부모님은 결사반대했다. 자신들이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거였다. 그동안은 가해자 보험으로부터 배상을 받을 것을 전제로 빚을 내 치료 했지만 가해자가 갑자기 돌변해 이의 신청 재판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보상지급이 늦어져 더 이상 감당할 도리가 없어 빨리 끝내야 만 했다. 그래서 내 명의로 된 집을 정리해 일단 치료비조로 낸 빚의 일부를 갚고 나머지는 용인 변두리에 가게가 딸린 집을 월세로 얻었다. 가게는 전 주인이 호프집을 운영하다가 장사가 시원치 않아 접은 것으로 싸게 나와 결정한 것이다. 게다가 시설비와 장비 또한 싸게 인수한다는 조건이라 마다할 이유가 없기도 했다. 나는 호프 장사를 이어갔다. 그건 엄마의 장담 때문이기도 했다. 그건 엄마 직업 자체가 발품을 파는 것이니 만큼 손님을 몰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약속대로 많은 손님을 몰고 왔다. 덕분에 빚의 일부도 갚았다. 그러다보니 나는 어느새 엄마를 신뢰하게 되었고, 엄마 말에 움직이는 로봇이 되고 말았다. 그런다고 불안하거나 불편하지도 않아 엄마의 의견에 무조건 따랐다. 그러자 엄마는 찬스라는 듯이 노골적으로 우리 가정사에 관여했다. 먼저 동호 씨와 관계를 정리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 목표는 한마디로 동호 씨가 사망했을 때를 전제로 시댁의 관섭을 피하기 위해 합의 이혼을 하는 거였다. 그건 거액이 걸린 보상금 때문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편 가해자의 이의신청이 기각되었다. 고로 거액의 보상금이 통장에 들어오는 날만 남은 것이다. 이제 동호 씨의 사망만 남았다. 그러나 시집의 고집으로 지연되기만 했다. 그러자 엄마는 노골적으로 시부모님을 찾아가 겁박하기도 했다.
- 정말 왜 그러세요. 의사도 가망 없다고 하잖아요.
- 아네요. 우리 동호는 기필코 일어날 거예요.
- 그럼, 나날이 늘어나는 치료비는 어떻게 할 거예요. 다행히 집을 팔아 일부 갚았는데...... 나머지 늘어나는 것은 어떻게 할 거냐고요?
그러자 시부모님은 엉뚱한 제안을 했다. 그건 동호 씨를 자신이 데려가 돌보겠다는 거였다. 그 제안에 엄마는 반대하지 않았다. 그건 첨단 의료기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는 그가 아무런 장비 없이 지낸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부모는 감행했다. 우리는 매정하게 외면해버렸다. 나는 끝까지 따라가는 성의를 보이려고도 했지만 엄마의 줄기찬 반대에 발길을 끊었다. 그리고 딸을 엄마한테 맡기고 장사에 전념했다.
그런데 어느 날 죽었으리라 믿었던 동호 씨가 살아 온 것이다. 엄마와 나는 경악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건 동호 씨가 뇌수술 후유증으로 초등학교 3학년의 저능아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는 또 다른 전략을 세웠다. 그 첫 번째는 동호가 씨가 모든 걸 포기하게 하기 위해 동네 양아치를 동원해 협박하는 거였다. 그러나 동호 씨한테는 통하지 않았다. 실컷 두들겨 맞고도 찾아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초등학생들이 두려워하는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그것도 효과가 없었다. 그러자 엄마는 또 다른 꾀를 냈다. 그건 합의이혼서와 재산 포기 각서에 지장만 찍으면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동호 씨는 예상 외로 좋아라하며 지장을 찍어 줬다. 엄마도 순순히 사랑 이를 내 줬다. 난 이런 엄마가 미덥지 않았다. 자기도 엄마면서 이렇게 매정하게 할 수 있느냐는 서운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 걱정 마 이것아! 내 금방 돌려받게 해줄 테니까.
나는 그 말이 농담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이혼재판에서 엄마는 엉뚱하게도 동호가 금치산자임을 내세워 양육이 불가하다며 양육권을 청구했다. 동호 씨가 약속이 틀리다며 울고불고 했지만 재판부는 우리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자 동호 씨는 어린애처럼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부짖었다.
- 이런 법이 어디 있어! 거짓말 장이들 끝까지 미워할 거야.
그러나 법은 냉정하게 판결했다. 법정에 같이 나온 사랑이가 울며불며 아빠하고 살 거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엄마는 매정하게 사랑이의 손목을 휘어잡고 법정을 나가버렸다. 나는 어쩔 줄 모르며 동호 씨를 쳐다봤다. 그는 나를 노려보며 처절하게 말했다.
- 하나님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는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입술을 몇 번이고 짓씹어 피가 주르르 흘렀다. 그러나 그는 훔치지 않고 두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봤다. 무서웠다. 그 눈은 내가 이 세상에서 처음 본 저주의 눈빛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참동안이나 나를 노려보더니 사랑 이를 목메어 부르며 법정을 뛰쳐나갔다. 나는 우두커니 서서 그의 뒷모습만 쳐다봤다.
그 날 이후 한 며칠 잠잠하더니 그가 불쑥 나타났다. 그는 예전과 같이 먼지 낀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밀착하고 사랑 이를 내 놓으라고 했다. 그러나 그 행동은 오래가지 않았다. 엄마가 그걸 예상하고 법원에 동호 씨에게 접근금지 가처분을 걸었던 것이다. 그날 그는 신고한 경찰에 의해 끌려갔다. 그는 끌려가면서 똑같이 말했다.
- 하나님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나는 이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엄마는 헛소리라며 뭉개버렸다. 그리고 1달 후 나보다 다섯 살 정도 많아 보이는 한 남자를 데려왔다. 그가 바로 철거 업을 하는 황동팔이다. 엄마 말에 의하면 회사를 차리려고 대부 신청을 하는데 미혼이라 불리해 주민등록상의 위장결혼을 해달라는 거였다. 처음에는 줄기차게 거절했다. 하지만 엄마의 겁박에 결국 위장 결혼을 했다. 그리고 황동팔은 양아치답게 그걸 미끼로 아예 집에 파고 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스리 나도 모르게 차츰 정이 들었다. 그건 자진해서 궂은일을 도맡아했기 때문일까? 아무튼 그 인간이 들어오면서부터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던 양아치들이 사라졌고, 틈만 나면 불렀던 시설수리도 도맡아 해결해줘 도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는 한 번도 육체적 관계를 갖지 못했다. 그건 서로가 육체적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래도 정신적인 문제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그때마다 몰아치는 두통에 자학이 심해서였다. 게다가 가게 손님도 떨어지고 황동팔의 행동도 나날이 폭력적으로 변했다. 나에게 수시로 폭행을 휘두른 것은 물론이고 가게에서 난동을 일삼았다. 그래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가? 알 수 가 없다. 나는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천천히 더듬어 보았다. 그 결과 나는 그 원인을 알았다. 결정적인 증거는 없지만 이 증상이 나타 난 것은 접근금지처분을 받은 동호 씨가 자취를 감추고 부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찝찝해 엄마한테 상의했다. 엄마는 헛소리마라며 웃어 넘겼다. 그도 그럴 것이 상식적으로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그가 복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혹시 그의 저주가 통해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반박도 했다. 하지만 역시 웃어 넘겼다. 그래서 유명한 점술가를 찾았다. 그는 나의 관상과 유심히 뜯어보더니 상투적으로 말했다.
- 귀신에 씌었어.
나는 너무도 기가 막혀 물었다.
- 무슨 귀신이요?
그러자 외할아버지 귀신이라고 했다. 그리고 굿을 하라고 꼬드겼다. 얼마나 가소로운지 그 뒤부터는 그들을 찾지 않았다.
 

이 대목 또한 황동팔의 진술과 별반 차이가 없어 페이지를 넘겨 엄마와 애 관계 부분을 찾았다.
 

그렇게 엄마에게 맡겨진 사랑 이는 나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졌다. 나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태가 그렇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건 핑계였다. 솔직히 단 한 번도 자진해서 생각한 적은 없다. 엄마가 사랑이의 생활비를 받으러 왔을 때도 나는 묻지 않았다. 그때마다 엄마가 핀잔을 주었다. 엄마라는 애가 어찌 그럴 수가 있냐고........ 난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했다.
- 그건 엄마 닮았나 보지…….
그러자 엄마는 지지배. 실없긴…….” 하며 씽긋 웃었다. 그리고 자진해서 사랑이의 근황을 알려줬다.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다는 것과 내년이면 유치원에 보낼 거라 했다. 나는 그러냐며 넘겨 버렸다. 그건 어쩌면 나와 잘못 만났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친자식임에도 불구하고 이리 정이 안 붙는 것은 걔가 잘못 찾아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떨 때는 이건 말이 되지 않는 다며 자책하기도 했지만 품안에 자식이 아니다 보니 다시 옛날로 돌아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 달이 지나도 꼬박꼬박 생활비를 받으러 오던 엄마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또 엄마가 잘못돼 교도소에 갔나 하고 넘겨버렸다. 근데 뭔가 찝찝했다. 자꾸만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사랑이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사랑 이는 어찌됐을까? 나도 모르게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게 문을 닫고 친정으로 갔다. 친정 고삼에는 엄마도 사랑이도 없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근황을 물었다. 그러자 도로 끝자락에서 구멍가게하시는 장 할머니한테 물어보라고 했다. 평소에 외출 때는 그 집에 맡긴 걸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집에 사랑 이는 없었다. 80대중반의 장 할머니는 사랑이가 놀러나갔다고 했다. 그래서 기다렸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았다. 날을 지새우며 기다렸어도 오지 않았다. 그래서 더 기다리려고 했는데 황동팔이 전화를 해서 빨리 오라고 난리여서 하는 수 없이 돌아오고 말았다. 할머니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며 돌아오면 연락 주겠다고 해서 별 생각 없이 돌아 왔다. 그 뒤 나는 매정하게 그 사실을 까마득히 잊어 버렸다. 석 달 만에 찾아온 엄마가 잘 있다고 해서 다행이라며 넘겨 버렸다. 그리고 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나는 엄마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었던 것이다. 이따금 이럴 줄 알았으면 동호 씨한테 돌려 줘버릴 걸 그랬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엄마 모르게 계획도 짰었다. 왜냐하면 사랑 이를 부양한다는 게 나에게는 버거운 반면 그이는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 건 엄마의 겁박 때문이었다. 엄마의 지론은 동호 씨의 방해를 막으려면 사랑이라는 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실제로 그게 맞았다. 손님이 많은 대도 아랑곳없이 찾아와 칭얼대면 엄마는 그에게 계속 이러면 영원히 사랑 이를 만날 수 없다고 소리쳤다. 그러면 그는 알았쪄!” 하며 스스로 돌아갔다.
 

나는 엄마도 사람도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배 아파 낳은 애를 방관하고 내칠 수 있단 말인가? 진짜 엄마는 그러지 않는다. 자기 목숨보다 더 아깝게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된 건가? 그 어떤 것에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 대가는 피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어쩌면 나의 마지막 죄닦음이기도 하니까. 이제라도 엄마가 되고 싶다. 우리 엄마 닮은 엄마가 가 아닌 진짜 엄마가 되고 싶다. 엄마는 누가 뭐래도 하늘에서 지명한 삶의 대리인이니까....... 그래서 엄마한테 사랑 이를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러나 엄마는 그때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피하기만 한다. 과연 우리 사랑 이는 어떻게 된 걸까........ 아 갑자기 두통이 밀려온다. 예서 그만 접어야 겠다.
아쉽게도 사랑이 관련 사연은 여기서 끝나 있었다. 그리고 페이지 마지막에 쪽지 같은 낙서가 있을 뿐이었다.
- 사람은 사람에게서 모든 걸 배운다.
- 고로 환경은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 그것도 저것도 없다면 무기력에 자신을 탕진할 뿐이다.
 

뭐야?! 그럼 애가 두 사람의 방치 속에 실종됐다는 거야.
 

박형사는 신경질적으로 수첩을 덮고 밖을 내다 봤다. 밖은 어둠이 서서히 벗겨지고 있었다. 손목시계를 봤다. 새벽 5시를 넘기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일을 위해 조금이라도 눈을 붙여야 했다. 박형사는 방으로 들어갔다.
황동팔은 잠들어 있었다. 조금 전과 달리 평온한 표정으로 잠이 들어 있었다. 박형사는 일부러 방문 앞에 가로로 누웠다. 그건 황동팔의 인기척을 인지하기 위해서 였다. 그리고 자신의 소지품은 모두 근처 항아리에 숨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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