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돌려달라”… 윤지오에 439명 반환소송
“분유값 아껴 돈 보냈는데…”
공익제보자로 치켜세웠던
與 의원들에게도 항의 쇄도
고(故) 장자연 씨 성접대 의혹의 유일한 증언자를 자처하고 나선 배우 윤지오 (사진) 씨가 10일 후원금을 반환해달라는 집단 소송을 당했다. 소장에는 ‘증여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의 불법행위(기망)에 의해 이뤄진 점’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를 공익제보자로 치켜세웠던 여당 의원들의 SNS에도 항의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윤 씨 후원자들을 대리하는 법률사무소 로앤어스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윤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접수했다. 소송 참여의사를 밝힌 인원은 439명으로, 이들의 후원액 1023만 원에 정신적 손해(위자료) 2000만 원을 더해 총 3023만 원의 소송가액을 산정해 청구했다. 소송에 참여한 후원자들은 적게는 1000원부터 많게는 15만 원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 대리인인 최나리 변호사는 “일부 후원자는 마이너스 통장을 통하거나 아기 분유 값을 아껴 돈을 마련했다고 한다”며 “윤 씨가 진실하다고 믿고 용기에 감동해 후원했는데 그 부분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민사소송에선 윤 씨의 후원금 모집이 ‘사기’라는 점을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김수민 작가의 법률 대리인인 박훈 변호사가 윤 씨에 대해 제기한 사기죄 고발 사건과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윤 씨는 지난 4월 비영리단체 ‘지상의 빛’을 설립하고 증언자들을 위한 경호비 등의 목적으로 후원금을 거뒀다. 그러나 이후 윤 씨 자서전 출판 작업을 돕던 김 작가가 “윤지오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폭로하면서 윤 씨 증언이 거짓 논란에 휩싸였다. 윤 씨는 고 장자연 씨 사건의 목격자로서 과거사위 조사단 진술에 참여했지만,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윤 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윤 씨의 거짓 증언 논란이 일자 그를 공익제보자로 만들었던 여당 의원들과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빗발치고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윤지오와 함께하는 의원 모임’을 결성해 윤 씨의 방패막이를 자청했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지난 4월 1일 “배우 윤지오 씨의 신변보호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담당 경찰관이 경호에 소홀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총리도 같은 달 2일 국무회의에서 윤 씨를 “진실을 위해 싸우는 시민”이라고 지칭하며 경찰의 철저한 신변보호를 당부했다. 안 의원의 SNS에는 ‘대국민 사기극의 주연 윤지오, 조연 안민석’ 등 하루 수백 건의 항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