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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스압]군대에서 권력이란..1편
게시물ID : humordata_18184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찬월
추천 : 19
조회수 : 2337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9/06/06 17: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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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은 써봐야지 하고 벼르던 이야기인데 대한민국 병사들의 놀이터인가 하는 게시물 읽고나니 생각나서 써봄

내가 복무한 부대는 모 포병의 독립대대로 내가 있는동안 별 하나 뜬 적 없는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음

나는 본부포대 유선반 통신병이었고, 많이 풀린 군번이었음
1개월 차이나는 맞선임과 그 바로 위는 내 아버지 군번이 있었음
맞선임은 사실 정말 좋은 사람이고 천사긴 한데, 면제를 받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 사람이었음..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좀 떨어졌고 몸도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아서 일찌감치 고참들이 업무 인수인계나 분대장 후보에서 제외시켰음
그런 덕분에 일병 때 많은걸 인수인계받고 고참들은 먼저들 떠나감

풀린 군번이지만 그만큼 뒤를 봐줄 고참들이 없는 우리의 유선병 생활관은 타 생활관 고참들로부터 자주 치이고 불이익을 보게됨
아버지 군번 선임들이 전역하고는 병장이 하나도 없는 생활관인데다가 내 맞선임은 본인도 짬이 안되고 말한것과 같이 힘이 되줄수 없는 상황이었고..
특히 개인정비시간에 본부포대 상병 이하 미싱하라는 병장들의 꼬장이라도 있는 날에는..
각 생활관마다 병장들이 적당히 하다가 이제 그만해라 하고 쉬는데 우리는 점호 전까지 눈치보며 바닥을 닦고있었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한번씩 혼자 별것도 아닌걸로 빡친 병장놈들이 그만하라고 할때까지 매일 미싱하라 그럴때가 있었음..
그기간동안 매일매일 우리 유선생활관 인원들은 힘들고 허리아프고 개인정비시간도 없고.. 죽을 맛이었음..
그래서 실질적 생활관 왕고였던 나는 무슨 수라도 써야겠다 생각을 함

유선병은 교환대 근무를 서는데 교환대에는 MDF라고 했었나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부대 내의 통신선이 모여있음
각 사무실,초소와 공중전화까지..
약 15년 전이니 부대 내 휴대전화는 합법적으로 불가한 시절이고, 말년병장들이 몰래 휴대전화 반입했다 걸려서 줄줄이 영창을 갔던 시기라 다들 무리하지 않고 조심하는 시기였던 만큼 공중전화는 매일 사람들이 미어터짐..
그런데 병장이란 새끼들이 개인정비시간에 미싱을 시켜놓고 당사자는 전화기 붙잡고 있는게 다반사이니 얼마나 눈꼴시던지..
그래서 간부들이 퇴근하자마자 MDF에서 우리 포대 공중전화 선을 뽑아버림

개인정비시간에 전화기 붙잡고 노닥거릴 계획이던 병장님들은 갑자기 먹통이 되버린 공중전화에 나를 호출해서 빨리 고치라고 닦달하기 시작함
저희 오늘 미싱때문에 수리는 내일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하니 니가 감독하고 필요한 인원들 몇명만 데리고 내려가서 고쳐 이럼
그렇게 공중전화 수리의 감독이라는 명목으로 후임 몇명과 미싱에서 탈출함
오호라 이거구나 싶어 하루는 저녁식사 전부터 고장내고, 그다음 날은 저녁식사 후에 고장내고, 다다음 날은 아침부터 고장내고 하는 식으로 며칠간 생활관 인원들과 돌아가면서 탈출함

그랬더니 심사꼬인 고참 몇명이 나를 불러다놓고 왜 공중전화가 매일 고장나냐 지랄을 하길래 어차피 너희는 전화선이고 뭐고 모르겠지 싶어서 대놓고 구라를 침
"개인정비시간에 통화량도 많고 전화선 자체가 노후되어서 선을 새로 깔아야됩니다. 통신소대장님이나 유선반장님한테 건의해서 전화선 교체할때까진 계속 이럴거 같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내말이 구라인지 진실인지 모르는 고참들은 ㅅㅄㅂ ㅈ같은 군대 ㅈ같은 전화기 이럴뿐 더이상 지랄을 못 함

하지만 개중에 눈치빠르고 사람좋고 평소 친하던 고참 하나가 나를 슬쩍 불러놓고 이야기함
너희 빽도 없고 힘든거 아니까 내가 이제 미싱 그만시키자 하고 미싱할때도 너희 생활관은 내가 둘러봐줄테니까 공중전화만 좀 살려놔라ㅎㅎ

그렇게 힘들던 유선병들은 우리를 돌봐줄 고참을 얻고 공중전화 꼬장질을 멈추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나는 군대에서 오로지 짬만이 진짜 권력라는 사실에 대해 부정하고, 사회와의 연결이 병사들의 유일한 낙이라면 그것을 이용해서 진짜 권력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게 됨

번외편
이 공중전화 꼬장질은 본부 고참뿐만 아니라 옆 포대 아저씨들을 엿먹일 때도 쓰였는데..

본부 유선병이 관리하는 구역은 통신과 사무실에서 타 포대 단자함 까지였음
각 단자함부터는 각 포대별 통신병이 관리하는 게 원칙인데 우리 유선반장님이 짬이 딸려서 그런지 타 포대 통신반장들이 자꾸 본부 통신병에게 수리니 뭐니 업무를 밀어내기함
유선반장님도 성깔은 있는데 자기보다 고참이니 적당히 일 없을땐 받아주고 바쁠땐 쌩까던 분이라 우리도 별말없이 해주라고 하면 했음

그런데 이게 습관이 되니까 간부들이 퇴근하고 나서도 타 포대 통신병 아저씨들이 우리에게 아저씨 이것 좀 해주세요 저것 좀 해주세요 지랄함
당연히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단자함부터는 직접 수리하세요 하고 딱 잘랐는데 이것들이 자기들 통신반장한테 이르고 그쪽 통신반장은 우리 유선반장에게 지시하는 뭣같은 상황이 되버림

빡이 친 나는 MDF에서 그 포대 공중전화선을 뽑아드림
당연히 난리난 그 포대 통신병들이 우리에게 수리해달라고 쫓아왔고 우리도 당연히 당신들 단자함부터 확인하고 직접 수리하라고 돌려보냄

그간 업무를 제대로 해본적이 없던 그 통신병 아저씨는 자기들 단자함에 신호가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도 구분을 못할 정도였고 당연히 수리도 못 함
자기네 고참한테 실컷 까인 아저씨는 자기들 통신반장에게 수리가 안된다고 보고했고, 그 포대 통신반장은 또다시 우리 유선반장님에게 밀어내기를 함
지들 공중전화까지 우리가 고쳐줘야 되냐고 ㅅㅄㅂ하던 유선반장님께 슬쩍 알려드림
사실 유선반장님 퇴근하시면 그 포대 통신병 아저씨들까지 저희한테 업무 밀어내기 하길래 열받아서 제가 선 뽑았습니다 했더니
아주리얼베리베리 좋아하심
야이 미친새끼야ㅋㅋㅋㅋㅋ 잘했어 ㅋㅋㅋㅋㅋ 야 우리 뭐 다른일 할거 없냐 일하러가자ㅋㅋㅋㅋㅋㅋ 걔네꺼 한 1주일 뽑아놔ㅋㅋㅋㅋ 라고 함

결국 다른 업무 핑계로 계속 안 고쳐줬더니 3일만에 통신과 사무실까지 직접 행차하신 옆포대 통신반장님이 MDF에서 선이 뽑힌걸 발견했고..
이게 왜 뽑혀있냐고 난리를 치시길래..
다른거 수리하다가 건드려서 빠진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쪽 단자함에 찍어봤으면 진작에 여기 문제인걸 알았을건데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라고 했더니
약은 바짝 올랐지만 할 말이 없던 옆 포대 통신반장님은 자기들 통신병을 갈구기 시작함
니들은 단자함 확인해볼 생각도 안했냐 너희가 너희 할거를 안하니까 수리도 빨리 못하고 내가 여기까지 와야 되잖아 이 새끼들아
그렇게 한참 갈구던 옆 포대 통신반장님은 생각보다 자기들 통신병이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걸 뒤늦게 알아채고는
그날부터 직접 그 인원들 교육을 시키겠다며 본인이 항상 인솔해서 작업을 다녔다고 한다...
끝!

혹시나 같은 부대 있었다면 제가 누군지 알까봐 배경은 살짝씩 바꿨지만
에피소드는 재미를 위해 살짝 조미료만 쳤고 실화입니다

반응이 좋든 나쁘든 2화 예고편
사이버 지식 정보방 편! 지금부터 쓰기 시작할건데 언제 올라올지 알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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