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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제목 미정
게시물ID : panic_1002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루류루
추천 : 1
조회수 : 108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6/05 00:46:06
 
 
00.
 

 

 

짙은 향이다. 사랑의 한숨이란 꽃말에 맞게, 꽃이 내뿜는 한숨은 은은하게 혹은 쓸쓸하게 퍼져나간다. 내가 칡꽃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꽃들과 달리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독하지도 않다. 최대한 숨을 아낀 뒤 하나의 숨에 모든 진심을 담아 보낸다. 그렇기에 짙을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이를 붙잡는 낭만적이면서도 안타깝다 못해 절절한 사랑의 향기다.
 

연아.’
 

엄마의 목소리다. 꿈에는 나타나지도 않다가도 꼭 이렇게 꽃을 둘 때면 나를 부른다.
 

, 나 왔어.”
 

물론 듣는 사람은 없다. 저 푸른 잔디아래 누워있는 건 엄마가 아닌, 이미 생명을 잃은지 오래인 뼈들 뿐이다.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앙상한 뼈. 그럼에도 내가 대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 그들이 나의 한숨이기 때문이지 싶다.
메뚜기가 이쪽으로 뛰어온다. 징그럽다. 하지만 굳이 피하거나 잡지 않았다. 아빠는 시골에서 자란 청년답게 언제나 풀, 나무, 꽃들을 사랑하셨고 이 세 가지를 모두 기피하던 나와는 다르게 동생 현이는 곤충을 참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지켜주고 싶어 했다. 한번은 나를 향해 뛰어오르던 귀뚜라미가 너무 혐오스러워 파리채로 잡은 적이 있었는데 그 날은 하루 종일 현이에게 온갖 설교를 들어야했다. 생각해 보니, 그 애는 목소리도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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