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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기억
게시물ID : panic_1001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화류씨
추천 : 67
조회수 : 6117회
댓글수 : 41개
등록시간 : 2019/05/07 20: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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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기억


1

 

 열다섯 살의 나는 문제아였다. , 담배는 기본이고 코 묻은 돈까지 뜯는 양아치였다. 왜 그랬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단지 본능이었다고 밖에 말할 수밖에...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이미 가정은 파탄이 났다. 마음 놓고 밥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누나가 먼저 집을 뛰쳐나갔나보다.

 나 역시 불안한 마음에 집을 나왔다. 그런 이유로 20년이 지난 지금, 누나와는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살아 있는지, 잘 지내는지 생각이 날 때가 있다. 다만 잘 지내지 못해도 딱히 슬프지 않을 것 같다. 세월이 너무 많이 지났으니까 말이다.

 가출 후의 삶이란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몸도 마음도 편치 못했다. 돈이 필요했다. 그러나 필요하다고 해서 쉽게 가질 수 있다면 인생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터. 내 주제에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죄책감 없이 노파가 운영하는 슈퍼에 들어갔다. 주인이 한눈을 파는 사이, 금고에 있는 돈을 모조리 갖고 튀었다. 노파가 놀라서 뛰쳐나왔지만, 나는 전속력을 다해 도망간 뒤였다. 뒤도 안 돌아보고 뛰었다. 노파의 원망스런 목소리가 들렸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와중에 동전 몇 개가 떨어진 것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둑하게 잡히는 지폐뭉치를 보니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몇 시간 뒤, 동네에 순경들이 이곳저곳을 다녔다.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나를 찾는 것 같았다. 잡히고 싶지 않았다. 두려운 마음에 평소 비행을 함께 저지르던 친구의 집으로 갔다. 녀석의 부모가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안성맞춤이었다. 녀석이 허락을 하자 안심이 됐다. 경찰들 눈을 피해 조마조마 했다가 긴장이 풀리니 배가 고팠다. 그러나 딱히 먹을 것도 없었기에, 친구에게 만원을 건네며 라면이나 먹을 것 좀 사오라고 했다.

 편안했다. 눈이 서서히 감겼다. 녀석이 올 때까지 눈을 붙였다. 하지만 잠들 수 없었다. 친구가 다급하게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용구야, 빨리 일어나봐라. 도대체 니 무슨 짓 했노?”

 너무나 놀란 녀석의 얼굴에서 알 수 없는 불안함과 두려움이 몰려왔다. 어찌나 손으로 내 팔을 세게 잡는지 아팠다.

 , 돌았나? 와 그라노? 말을 해라.”

 녀석의 동공이 더욱 커졌다.

 니 임마... 구멍가게에서 돈 훔쳤나?”

 애써 말하지 않았다. 단지 할마시가 돈 몇 푼에 경찰에 신고하고 온 동네에 소문을 내니 짜증이 났다. 무시하며 다시 잠이나 자려고 했다.

 이 새끼야, 그집 할매... 니 쫓아가다가 차에 치여서 죽었단다... 그래서 우리집 온 거 아이가?”

 녀석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온 몸이 떨려왔다. 단지 도둑질 했을 뿐인데, 사람이 죽었다니 말이다. 숨이 턱하고 막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 지금이라도 자수해라. 사람이 죽었다 아이가?”

 녀석이 전화기를 들고 신고하려고 했다. 나는 경찰에게 잡혀서 더러운 꼴 보기 싫었다. 전화기를 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이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하자, 전화선을 뽑아 던져버렸다.

 도둑놈의 새끼가 지금 뭐하는 짓이고? 니는 도둑질만 한 게 아니라, 사람을 죽인 거다.”

 사람이 환장을 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도둑놈이란 단어가 마음을 후벼 파고 들어오자 이성을 잃었다. 탁자에 놓인 재떨이로 녀석의 머리를 내리쳤다. 재떨이가 깨지면서 피가 튀었다.

 녀석은 머리를 부여잡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필히 신고를 해서 나를 경찰에게 넘기려고 하는 것 같았다. 감옥에 가기 싫었다. 그래서 부엌에서 칼을 가져와 녀석의 복부를 찔렀다. 인생을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다시 도망쳐야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녀석의 집에 있는 돈 되는 것들을 모두 가져갔다. 덕분에 동네를 완전히 뜰 수 있었다. 탈출에 성공했다는 기분이 들 때,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2

 

 희한했다. 사람을 죽여도 들키지 않을 수도 있구나. 뉴스에 나온 녀석의 죽음은 강도의 소행으로 보도했다. 매일같이 인터넷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경찰에서 말한 용의자가 갈수록 나와 거리가 멀어지자 안심했다. 웃음이 났다. 그로부터 2년 정도가 지나자, 세상의 기억 속에 나의 죄는 소리소문 없이 덮여졌다.

 기분이 묘했다. 악마가 나를 보호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들은 법이 무서워 할 수도 없는 죄를 저질렀음에도 들키지 않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이 꿈틀거렸다. 두려운 것이 없어졌다. 인생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까짓 돈 몇 푼 때문에 쫓아온 할매도, 친구를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던 친구도 나에게 악감정이 들기 시작하면서 죽은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인간은 죽는데, 일찍 간다고 해서 슬퍼할 것도 없다.

 기회가 되면 사람 몇 명을 더 죽여보고 싶단 생각이 뇌를 지배했다. 밑바닥 인생을 살다보니, 지금 죽어도 세상이 모른 척하는 인간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뱃사람에게 몸을 파는 창녀부터 기차역 근처에 빌빌거리는 노숙자들까지 말이다. 무엇보다 나처럼 뭣 모르고 집을 나온 가출청소년들은 마음만 먹으면 죽이고 으슥한 산에 묻어놔도 찾는 이 하나 없다. 뭐 수틀리면 일반인도 담가버릴 수도 있겠지? 어차피 잃을 것도 없는데 말이다.

 마음먹고 몇 번 실행했다. 확실히 세상에 버림을 받은 자는 죽이기 쉬웠다. 찾는 이 하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가차 없이 저 세상으로 보내줬다. 실종 된 흔적이 세상에 남아도 찾는 이가 없다는 것을 알기까지가 쉽지 않았지만, 그들이 나에게 마음을 여는 순간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예상대로 가출청소년과 노숙자들이 쉽더라. 돈 몇 푼 쥐어주고, 잘 곳을 마련해주고, 먹을 거 사 먹이니 금세 마음을 열었다. 인간이 단순하단 걸 깨달았다.

 아마도 나는 살인에 맛이 들렸나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에 점점 쾌락을 느꼈다. 순진한 나비를 노리는 사마귀처럼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의 표정과 분위기로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그들이 경계를 풀면 인정사정없이 목덜미를 물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죽인 자들만 해도 여섯 정도였다. 하지만 세상에 살인의 흔적을 남겨놔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기에 죽음도 큰 의미가 없었다.

 

3

 

 시간이 지나면서 한 여자와 동거를 했다. 고마운 여자였다.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아도 된다고 했다. 나에게 밥도 해주고 용돈도 쥐어줬다. 이것이 행복인가 싶었다. 사랑이란 감정은 무서운 것이다. 하루 종일 나쁜 생각만 하던 내가 며칠을 평화롭게 지냈다. 하지만 그녀가 접대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멀쩡한 보온병에 물이 새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 날, 그녀에게 물었다. 어쩌다 그렇게 살게 되었냐고 말이다. 예상대로였다. 나의 삶과 다를 바 없었다. 망할 집구석 때문에 집을 나와서 어떻게 꼬이다보니 지금까지 왔단다.

 돈을 좀 빌렸단다. 그러다보니 갚을 능력을 넘어선 것이다. 정신을 차리니 술집에서 접대부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뭐 다 그렇지, 그렇게 자신과 맞는 운명의 길로 스스로도 모르게 걸어가는 것이다. 찾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는 그런 의미 없는 삶...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말이다. 내가 사람을 죽이고 싶을 때 물어보는 질문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더라. 그녀는 내 기준에서 죽어도 상관없는 여자였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다른 점이 있었다. 꿈이라는 것이 있었다. 빚을 청산하면 돈까스 집을 차리고 싶단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먹은 돈까스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웃었다.

 돈까스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녀가 통장을 보여줬다. 천오백만원, 꽤 많은 돈을 모았다. 죽이는 것을 잠시 보류했다. 어떻게든 그녀가 현금을 찾게 하고 싶었다. 그 통장은 본인 이외의 사람은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피씨방에서 주식이나 펀드같은 내용을 주워들어 그녀에게 말했다. 천오백 정도면 펀드나 주식으로 2억까지 벌 수 있다고 말이다. 멍청한 것인지, 순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 말을 찰떡같이 믿었다. 다음 날, 현금 천오백을 찾아와 나에게 내밀었다.

 자기만 믿어, 나도 2억으로 만들어줘. 나도 남자 잘 만나서 이런 인생 그만 살고 싶다...”

 그날, 오랜만에 살인을 저질렀다. 욕심쟁이년, 천오백으로 이억을 어떻게 만들어? 준비 된 커다란 여행용가방에 그녀를 넣었다. 그리고 공동묘지 근처 깊은 산에 묻었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소리소문 없이 사람이 죽어가는 판국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 혹시나 꼬리라도 밟힐까봐 내가 죽인 인간들에 관해 검색을 했지만 비슷한 사건도 나오지 않았다. 내 기준에서는 사람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죽여도 되는 사람과 죽이면 안 되는 사람으로 말이다.


4


 냉철하게 판단을 잘 하던 내가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그 영감을 만난 뒤로 일이 엉키기 시작했다.

 한동안 사람을 못 죽여서 몸이 근질근질 했다. 부산역 주위를 기웃기웃 거렸다. 그러던 중 한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혼자 벤치에 앉아서 종이컵에 든 뭔가를 마시고 있었다. 눈빛을 보니 얼이 빠진 듯 허공을 응시하는데 좋은 먹잇감처럼 보였다. 저렇게 살아서 뭐하나? 하루 빨리 눈 감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고 어르신... 날도 더운데 뭐하십니까?”

 노인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종이컵에 있는 뜨거운 커피만 홀짝 마실 뿐이었다. 정신이 나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모두들 태양을 피해 그늘로 몸을 숨겼는데, 노인만큼은 햇빛을 그대로 받는 곳에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밥은 먹었는지, 집은 어디인지 물었다.

 치매가 걸린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미 눈에 초점이 없었다. 단지 부산역 앞에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 볼 뿐이었다. 이대로 으슥한 창고에 데려가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노인이라면 죽어도 되는 사람이라고 살인의 욕망이 이성을 합리화 시켰다. 그렇게 노인을 데려가려고 어깨에 손을 올렸는데, 영감이 고개를 돌리며 나를 쳐다봤다.

 “자네... 살인을 했구만?”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웃으며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노인의 눈빛이 변했다.

 허허... 이를 어찌하나? 사람을 잘못 봤다... 세상에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네?”

 안 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온 몸에 땀구멍이 열리면서 따가움이 느껴졌다. 순간, 주위를 돌아봤다. 혹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이가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더운 여름, 땡볕 앞에는 노인과 내가 전부였다.

 이보시게, 살인자 양반... 어서 자수 하시게. 더 큰 죄를 짓기 전에 죽은 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죄를 뉘우치시게...”

 잘못 걸린 느낌이었다. 정신을 차린 뒤에 노인을 보니, 첫인상과 달랐다. 비범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잘 빗어 넘긴 백발에 뚜렷한 눈매까지, 치매에 걸린 노인이 아니었다. 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사람을 잘못 보다니... 어쩔 수 없이 노인을 죽여야 했다. 신고라도 하는 날에는 모든 것이 끝 아닌가?

 어허... 내도 죽일라고? 이럴 생각에 어서 죄를 뉘우치게. 더 늦기 전에... 자네가 우리 손자 같아서 하는 소리 아이가? 친구도 죽이고, 여자도 죽이고, 아이까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 동안 냉철했던 머리가 돌지 않았다. 이렇게 불안해본적은 처음이었다. 노인은 그런 나를 보며 빙긋이 웃었다.

 걱정마라, 신고는 하지 않을 거다. 자네가 사람을 죽였다는 증거가 없다 아이가? 하지만 사람이 왜 죄를 지으면 안 되는지 알려는 줄게.”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의 이마 중심에 엄지손가락을 대고 뭐라고 중얼거렸다. 움직일 수 없었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빌어먹을 영감쟁이... 그때부터 나에게 요상한 짓을 한 것이다.

 자네, 불쌍하구만... 자네가 이렇게 된 것이 자네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만든 것은 스스로의 잘못이 크다. 하루 빨리 죄를 뉘우치기를...”

 노인은 터벅터벅 걸어갔다. 노인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움직일 수 있었다. 망할 영감쟁이...

 

5

 

 노인은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 틀림없다. 그날 밤부터 극심한 악몽에 시달렸다. 그 동안 죄책감이란 것 없이 살았는데, 죽은 자들이 꿈속에 나타났다. 토막 내어 죽인 여자부터 땅 속 깊이 묻은 가출청소년까지 자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무서웠다. 죽은 모습 그대로 나타나, 자신들을 왜 죽였냐고 하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겁을 먹어버렸다. 누군가가 나의 행동을 알고 있다는 것이 이토록 부담이었나?

 시달림에 눈을 떴다. 그러나 가위에 눌린 듯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요란한 소리가 귓가를 울리더니, 꿈속에 나왔던 귀신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들이 나타나서 내 몸을 꼬집고 할퀴는데 따갑고 아팠다.

 이런 젠장, 영감탱이... 이게 다 그 영감탱이 때문이다...”

 아침이 되자마자, 부산역으로 향했다. 그러나 노인은 없었다. 주위에 노인을 아는 이 하나 없었다. 처음에는 노인을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나중에는 제발 살려만 달라며 부탁하고 싶었다.

 매일 그것들이 나타나서 괴롭혔다. 문제는 심신의 고통이 나날이 심해졌다. 그것들이 사라지고 나면 온 몸에 할퀸 자국과 상처들이 나있었다. 해가 지면 그것들이 서서히 다시 기어 나왔다.

 그것들을 피해서 멀리 도망갔다.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탔다. 낯이 익은 동네에 도착했다. 어릴 적 내가 살던 곳이었다. 마치 뭔가에 이끌리듯 발걸음이 친구의 집으로 이끌었다.

 당시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당시 쫓아오던 할매가 죽지만 않았어도 녀석에게 칼을 꽂는 일은 없었을 텐데. 후회가 됐다.

 용구야... 용구야...”

 누군가가 나를 부렀다.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

 “......”

 내가 죽인 친구였다. 열다섯 모습 그대로 배를 부여잡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녀석의 다른 한 손에는 칼이 쥐어져 있었다. 두려움에 당장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그러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내가 가는 곳마다 어떻게 알았는지 쫓아왔다. 너무 무서웠다. 어디에든 숨고 싶었다. 도망치다 보니 한 슈퍼마켓이 나왔다.

 ...”

 내가 돈을 훔친 할머니의 슈퍼마켓이었다. 되돌리기에 너무 늦었다. 이미 몸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15년 전에 죽은 할머니가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귀신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 역시 나를 보고 놀라고 있었다.

 ... 15년 전에... 맞제? .. 맞제?”

 할머니는 살아있었다. 그녀가 사람이란 걸 알자,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믿을 수 없었다. 도대체 내 인생은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것인가?

 그날 할머니는 나를 쫓아오자 차에 치였지만, 경미한 사고였다. 운전자가 재빨리 상황을 조치를 취하여 병원에 갔는데, 소문이 이상하게 난 것이다. 할머니가 돈을 훔친 소년을 쫓아가다가 죽었다고 말이다. 순식간에 마을이 술렁거렸다. 결국 목격자의 진술로 나는 용의자가 된 것이었다. 그것을 라면을 사러간 친구가 듣는 바람에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후 나는 미쳐버렸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더라.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경찰도, 의사도, 간호사도 말이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해도, 부산역에서 어떤 노인을 만났다고 해도 믿지 않았다.

 정말 이상하단 말이야? 어떻게 팔, 다리를 묶었는데 몸에 매일 상처가 날 수 있냔 말이야? 손톱으로 긁은 것처럼... 혹시 간호사나 간병인들이 그러는 건 아니겠지요? 그럴 리가... 없지. 아무튼 조간호사 장용구 환자 좀 신경써줘요.”


살인의 기억 끝

출처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슬럼프 때문에 한달 넘게 고생했습니다.
여섯번째만에 글이 써져서 업로드를 합니다...
혹시 기다리신 분이 계시다면 죄송합니다
더욱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ㅠㅠ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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